골퍼들이 라운딩을 나가기 전에 꼭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골프 공’이다. 초보 골퍼일 경우에는 사용감이 많은 헌 공들만 골라 혹 라운딩 때 잃어버려도 마음이 편한 것을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예쁜 공, 즉 본인이 좋아하는 컬러 공을 선정해 핑크나 오렌지 공만 치는 경우도 있다. 과거 검은색 공이 등장해 화제가 된 경우가 있지만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다. 아마 흰 공에 익숙해진 골퍼들의 친숙함이 검은 공을 밀어내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든다.

가끔 행사 때는 황금색 공이, 연말에는 빨간색 공이 등장하곤 하지만 희소성때문에 필드로 가져가기 보다는 책상이나 서랍에 모셔두게 된다. 상급골퍼나 프로 골퍼는 자신만의 공을 정해 그것만 계속해서 치는 경우가 많다.

‘공이 다 비슷하지 뭐가 그렇게 다르냐’고 질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골퍼로서 확신컨대 ‘매우 다르다’라는 것이 나의 대답이다. 어떤 커버로 씌워 있느냐, 딤풀(공의 홈)의 모양이나 갯수에 따라서도 매우 다르고 그것에 따라 공을 치면 날아가는 탄도나 스핀도 모두 다르다. 물론 그런 감각을 실제로 느끼고 알 수 있으려면 구력과 감각이 있어야 한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한다면 김치라고 다 같은 김치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같은 이름의 김치지만 어떤 젓갈로 담갔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어떤 고춧가루를 썼느냐에 따라 색상이 달라지며 지방에 따라 같은 재료를 써도 김치를 담는 사람에 따라 모두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골프 공도 각각의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다고 이해하면 된다.

얼마 전 골프를 처음 시작한 새내기 골퍼에게 과거에 필자가 첫 시합에 출전 했을 때 공의 크기가 두 종류가 있었다고 말하자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때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공보다 약간 작은 공이 있었고, 그것을 시합 때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공의 크기가 정해졌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공 사이즈로 굳어졌다.

이렇게 골프공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해마다 달라지는 이유는 골프공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생각해본다면 골프 스윙이 좋지 않거나 힘이 없어 파워를 실어 내지 못해도 공의 도움으로 실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늘 길이 열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과거에는 그렇지 못했다.

최초의 골프공은 단단한 감나무를 깎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드라이버도 감나무를 깎아서 만들었고 골프공도 감나무를 이용해 만들었다. 그래서 공이 잘 맞으면 “감 잡았다” 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어쨌든 그 후에 나온 공은 깃털로 만들어진 ‘깃털공’인데 거위털을 뭉쳐서 소나 말가죽 안에 넣고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 꿰매어서 만들었다. 이 공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죽이 건조돼 공이 멀리 날아갔다고 한다. 실제 ‘1836년 영국사람인 Samuel Messieux 경이 361야드(약 330미터)를 드라이브로 날렸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매번 그런 장타를 칠 수 없었다고 하는데 바로 비가오거나 습할 때였다고 한다. 이 깃털볼의 치명적 단점은 비에 젖으면 180야드(약 160미터) 밖에는 칠 수 없었고 또 제조 숙련자 조차도 하루에 4개의 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전부였다고한다. 당연히 가격이 엄청나게 높았으며 쉽게 가죽이 찢어지는 등의 문제도 자주 발생했다.

그래서 그 다음에 나온 공이 고무공인데 고무나무 수액을 채취해서 구타 페르차(Gutta Percha)라는 공이 탄생했다. 과거에 비해 공을 오래 쓸 수 있고 저렴해진 것이 특징이나 비거리(친 볼이 날아간 거리)가 문제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비거리에 열정을 쏟는 골퍼가 많았을텐데 그 욕망을 채우지 못해 속을 끓이고 있던 중에 사람들은 공에 상처가 나면 비거리가 늘어 멀리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이 바로 딤플(골프공의 곰보 같은 홈), 즉 공의 보조개라고 불리는 역사의 시작이 됐다. 사실 생각해보면 인간이 의식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저절로 시간이 지나면서 터득이 된 것이 딤플의 시작인 셈이다.

실제 1860년대 부터는 홈이 있는 골프 공을 만들었고 1900년대에 부터는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딱딱한 고무 핵에 긴 고무줄로 탄력을 높인 하스켈(Haskell)공으로 완전히 바뀌는 역사가 이뤄졌다. 이후 골프에 관심을 쏟게 되면서 물리학자들과 화학자들이 힘을 모아 딤플의 원리를 연구하고 발전시켜 지금의 딤플 모양이 완성됐다.

1987년 USGA(미국 골프협회) 는 공에 대한 정식 규정을 정해 놓고 발표를 했는데 직경 42.67㎜. 중량 45.93g 초기속도 250피트 로 정해 공의 대한 정리가 오랜 기간을 통해 정해지게 됐다. 지금의 공들은 두개의 재질로 이루어진 2피스에서 5피스까지 나와 있어 뭔지 모르게 복잡한 것 같지만 말 그대로 2피스는 코어에 커버를 씌운 것이고 3피스는 코어 위에 이너커버를, 그 위에 커버가 있다는 얘기다.

4피스는 코어 위에 이너커버 위에 미드커버를. 그 위에 커버를 씌운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커버가 몇 개인지에 따라 2피스, 3피스다 라고 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커버 위에 또 커버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게 되면 또 다른 골프 과학을 엿볼수 있다. 공의 커버를 어떤 소재로 썼는지에 따라, 압축의 강도에 따라 공이 완전히 달라진다.

물론 압축이 클수록 공의 속도는 빨라진다고 하면 더 멀리 가는 것은 당연하다. 공기역학의 기술이 담긴 딤플이야 말로 골프 공의 비밀중의 비밀인데 표면에 흘러가는 공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경계층이 넓어지면 공의 주변으로 흘러가는 공기의 스피드가 변화되면서 공이 더 뜨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골프숍에 가서 구매할 수 있는 공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2피스 ,3피스 ,4피스, 새로 등장한 5피스까지 헤드스피드에 맞춰 살 수 있고 원하는 색생까지 골라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공들을 당연히 쓰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공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연구 중이고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골프클럽이 발전되고 몸에 근육을 붙여가며 스프링처럼 유연해지기 위해 요가까지 하면서도 완벽할 수 없는 이 골프를, 원격 조종으로 좌로 우로 공을 날리고 싶은 인간의 마음이 채워지는 공이 나오지 않는 한 아마도 공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발전을 거듭할 것이 분명하다. 골프공 속에 깃든 인간의 욕망을 이해한다면 골프라는 운동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라이프스포츠클럽 골프 제너럴 매니저, 방송인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