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는 재미있는 기업이다. 일단 스토리가 충만하다. 실제로 한게임을 설립한 김범수 의장은 이해진 네이버 GIO와 함께 NHN의 역사를 창조했으나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난 후 카카오를 새롭게 설립, NHN 네이버의 라이벌인 다음과의 합병을 끌어냈으며 이후 국내 IT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카카오도 다음카카카오로 변신한 후 다시 카카오가 되며 역시 이색적인 모험을 거듭한 기업이다. 무엇보다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문을 열었고 이를 무기로 삼아 구사업의 중앙으로 진격, 업의 본질을 바꾸는 작업에 능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아픔도 많았고 충돌도 많았다.

모든 기업이 각자의 역사와 걸어온 길이 선명하지만 유독 카카오의 스토리는 극적이면서 독특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증(?)한 대기업으로 활동하면서도 라이언 전무의 발칙한 무표정이 덧칠되며 오묘한 그 어딘가를 걸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주식 단타'에도 소질을 보인 가운데 어느새 돌아보니 카카오톡의 모험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10년. 카카오는 무엇을 준비하며 새로운 '카카오스러움'을 보여줄 것인가. 불쑥 나타난 IT업계 음유시인 김범수 의장의 이야기, 아니 노래를 들어보자.

▲ 김범수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문화가 일하는 기업"
김범수 의장은 18일 카카오톡 10주년을 맞아 크루들에 수줍은 편지를 띄웠다. 그는 "오늘은 카카오의 시작이었던 카카오톡이 출시된 지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10년의 여정 동안 우리는 많은 것에 도전했고 성공적인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라며 현재의 카카오가 이룬 성과를 담담히 끌어냈다.

김 의장은 카카오를 창업할 당시 '대한민국에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도전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의장은 "영어 호칭, 모든 정보 공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수 있도록 많은 공을 들였던 기억이 납니다"라며 "회사가 성장하고 많은 새로운 크루들이 합류하면서 '카카오스러움'은 희미해져 가는 듯 보였지만, 10년의 여정을 돌아보면 걸어온 그 길에 녹아있는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낍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말하는 대한민국에 없는 회사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카카오의 발자취를 설명하면서도 카카오의 기업 문화를 의미한다. 실제로 카카오는 아직 유교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국내 기업 환경에서 유독 수평을 강조하고 생생한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해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서로가 "브라이언" "토니"라 부르며 격의없이 어울리면서도 하나의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치는 조직. 이것이 바로 카카오스러움이다.

▲ 출처=갈무리

카카오스러움은 10년간 많은 업적을 달성했다. 김범수 의장은 "우리는 커머스, 콘텐츠, 캐릭터, 모빌리티, 금융, 블록체인, AI, B2B까지 무수히 많은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왔습니다"면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편하고 복잡한 게 당연했던 일상에서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찾아나갔고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면서 "멋진 생각들은 리더만이 아닌 모든 크루들에게서 나왔고 스스로 주도적으로 일해왔습니다. 때로는 옆의 동료와 함께 토론하며 충돌하며 더 나은 답을 찾아갔습니다"고 말했다.

카카오스러움에 단순한 도전, 패기, 소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문화에 있어 각 크루들이 문제의 본질을 찾아 해결하려는 자기주도성도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선한 의지를 진정성 있게 풀어가는 것이 진정한 카카오스러움이다.

나아가 김 의장은 10년간 카카오를 지탱한 카카오스러움이 앞으로의 10년, 즉 시즌2를 맞아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스러움의 문화를 회사의 성장에 맞추어 계승 발전시키고 모바일 생활 플랫폼을 넘어 또 다른 변화의 파고에 대응해야 합니다"면서 "글로벌 IT 기업들의 압도적인 규모에 긴장해야 하고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또 다른 10년 앞에서 우리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기술과 우리만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데 크루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면서 "세상 참 좋아졌네 그 한마디에 보람을 느끼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선한 의지를 진정성 있게 발현해 왔습니다. 이런 우리만의 문화를 통해 다른 직책, 다른 팀, 다른 회사에 속해있는 크루들일지라도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의장은 "10주년, 누군가에게는 '벌써'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아직'입니다"라며 "크루들이 만들고 싶은 카카오가 궁금합니다. 곧 크루들의 목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카카오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모두의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랍니다"고 말했다.

▲ 김범수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카카오

'아재'는 여전히 호기심이 많다..'함께'
김 의장이 말하는 카카오스러움은 크루들이 직접 문제의 해결을 찾아 나서는 자기주도성을 중심으로 수평적 소통을 바탕에 삼아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도전의식을 갖는 것이다. 사실 이 한 줄의 표현에 카카오가 지금까지 걸어온 역사가 응축되어 있다. 카카오는 언제나 자랑스러운 크루들을 보물로 여겼고, 크루들이 직접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를 창조하도록 지원했다.

모바일 메신저를 중심으로 택시, 은행, 증권, AI, 엔터프라이즈 등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가며 그 영역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ICT 차원에서 해결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택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싸워야 할 순간이 오면 싸웠고 물러나야 할 순간이 오면 물러나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카카오톡이 세상을 바꾼다. 다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면' 치열한 도전이고, 차가운 이성이다. 그 지난한 10년은 내부에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김 의장이 카카오톡 10주년을 맞아 모든 크루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이유다.

그 중심에서 김범수 의장은 호기심 많은 아재로 남아 카카오 크루들과 함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시스템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일하는 기업을 위해, 카톡의 등장으로 손자 사진 등을 일상적으로 받아보는 것이 너무 좋다는 어르신들을 위해, 카카오스럽게 일하는 크루들을 위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한다.

앞으로의 10년을 이겨나갈 무기는 '기업의 선한 의지'다. 지금까지 카카오가 걸어온 역사의 연장이며 모바일 이상을 시사하는 사유의 수평선이다. 김 의장은 공개된 영상을 통해 "언제나 어려움은 있을 거고 그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또 우리의 역할입니다"라며 "또 한 번 모바일을 넘어서 새로운 혁신, 새로운 도전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의 행보다. 커뮤니케이션의 패러다임을 순식간에 바꾼 카카오의 모험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