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증권선물위원회가 2차 변론 기일을 맞아 법원에서 공방을 나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회계기준을 누락했다는 금융당국 판단에 반발해 제기한 행정소송으로 열린 재판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 주체’에 대해 공방이 벌어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12년 삼성바이오와 미국 바이오젠이 합작해 설립한 기업이다. 지배 주체에 대한 해석은 바이오젠의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 행사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삼성바이오 측은 실질적인 행사 가능성에 따라 콜옵션을 회계기준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증권선물위원회 측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콜옵션을 처음부터 반영해야했다고 반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18일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청구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지난달 열린 첫 재판에 이어 이날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처리가 적합했다고 주장했고 증선위 측은 이를 반박한 바 있다. 당시 삼성바이오와 증선위는 콜옵션의 해석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콜옵션은 특정 지분을 미리 정해둔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와 합작해 에피스를 설립하면서 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다.

삼성바이오 대리인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의 85% 지분을 지배하고 있었고 이사회도 전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회계처분에 반영하지 않는 것이 적법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 대리인은 또 “2015년 이후에는 에피스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시장에서 객관적으로 확인됐으므로 콜옵션이 행사 가능한 실질적인 권리가 됐다”면서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에피스를 공동지배한 상황이 됐다고 판단했고, 연결 자회사가 아닌 지분법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선위 대리인은 “결국 콜옵션을 어떻게 볼 것이냐의 문제”라면서 “삼성바이오는 에피스의 가치가 높아져야만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가 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회계기준 어디에도 없는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증선위 대리인은 또 “콜옵션은 원칙적으로 반영해야하고 법률적 장애가 있는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반영하지 말라고 돼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 측은 이에 “기본적으로 회계기준으로서의 판단은 모든 사정과 상황을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단순히 콜옵션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도저히 콜옵션이 실질적으로 행사된다고 볼 수 없었다”고 재반박했다.

재판부는 오는 5월 13일 세 번째 변론기일 열고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2011년부터 적자를 기록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직전인 2015년 자회사 회계 처리 기준 변경으로 1조 9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과정에 고의적인 회계기준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중징계를 의결했다.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이 회사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 2900억원에서 시장가액 4조 8000억원으로 변경한 점이 뚜렷한 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판단이었다.

금감원에 사건을 넘겨받은 증선위도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판단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하고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했다. 회계처리 위반 혐의로 검찰에도 고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실질적으로는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적법했음을 법원에서 인정받겠다는 취지다.

삼성바이오는 이와 별개로 법원에 행정제재 집행정지 신청을 내기도 했다. 1심과 2심 모두 “증선위의 처분으로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청을 받아들였고 지난해 9월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