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기업어음 매입기구 재가동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가계와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목적으로 기업어음(CP)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17일(현지시간) 연준은 성명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기업과 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어음 시장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가계와 기업에 신용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CP매입기구(Commercial Paper Funding Facility·CPFF)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적인 기업 경영 자금 지원 일환으로 평가된다.

CP 매입은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해 무담보 CP·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재무부가 연준에 100억달러(약 12조4200억원) 규모 신용보장을 제공한다.

CPFF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업체의 CP를 사들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된 장치다. 당시 금융권 신용경색으로 금융시장에서 정상적인 CP 유동화가 어려워지자, 연준이 대신 유동성을 공급해줬다.

이번 조치는 연준이 코로나19 대응 카드를 모두 소진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발표됐다.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기준금리를 파격 인하하고 양적완화(QE)를 재개했지만, 시장의 불안이 잦아들지 않자, 당장 현금 확보가 다급한 기업체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연준으로서는 제로금리 및 양적완화, 각종 금융권 신용지원에 이어 CP 매입까지 비상카드를 추가로 꺼낸 셈이다.

초단기 유동성 공급도 이어갔다.

연준의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담당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오버나이트(하루짜리)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를 5000억 달러 한도에서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밖에 연준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통화감독국(OCC)과의 공동성명을 통해 기업과 가계에 적극적인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잠정적으로 유동성 규제를 완화한다고 설명했다.

은행 자본·유동성 규제 완화를 완화하겠다는 지난 15일 연준 발표의 후속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