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국내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선진국인 미국도 지난 16일 나스닥종합 지수가 무려 12.32% 떨어지는 등 전 세계적으로 주식 시장이 어두운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 매도를 해야할지 혹은 매수를 해야할지 고민이 많아진다. 최근 '한강의 수온이 올라가고 있다'는 농담이 돌 정도로 현재 투자자들은 혼란 속에서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 중이다.

17일 국내 증시 상황을 살펴보면 여전히 코스피는 전일 대비 2.47%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많이 빠져나갔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들어오고 있는 추세다.

코스닥의 경우는 IT와 5G 위주의 선별적인 매수가 들어왔다. 이에 극단적인 투매 상황은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시 바닥 찍은 듯"

현재 국내 증시 상황은 바닥을 찍은 것인지, 혹은 아직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지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로 가느냐, 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금융위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즉 경기 침체 선에서 국내 증시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며, 이 부분이 이미 선반영돼 있기 때문에 바닥에 거의 도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경기 침체라면 주식 시장이 20~30% 빠지고, 금융위기일 땐 50~60% 빠졌다"며 "현재 경기 침체로 갈 수는 있어도 금융위기로는 가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 침체로 간다고 봤을 때 20~30%정도 빠질 것으로 내다보면 이미 거의 다 바닥에 왔다"고 진단했다.

서 센터장은 현재의 주식 시장이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선반영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금융위기로 가느냐, 아니냐가 포인트라는 설명이다.

서 센터장은 "과거에 비해 은행권의 재무건전성이 좋아졌다"며 "경기 침체가 다 금융위기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경우 일부 하이일드 채권이 문제가 있긴 하지만 중앙은행 등이 충분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로 갈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즉 금융위기로 가지 않을 경우 국내 증시는 바닥에 다 왔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서장도 "코스피 지수가 1600 이하로는 안 내려갈 것으로 본다"며 바닥에 다 왔음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한국과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탈리아나 이란 등 유럽 쪽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는 다음 주 쯤 둔화될 것"이라며 "유럽 쪽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되면 1차 매수 시기에 대한 조율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파트 층수로 비유했을 경우 지하 3~4층쯤에 도달했다"며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확산이 없다면 추가적인 빠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팀장도 마찬가지로 국내 증시가 바닥 언저리라는 분석이다.

그는 "과거 카드대란, 사스 공포 때와 지금의 밸류가 비슷하다"며 "공포 심리가 불거질 때 빼곤 현재 주식 시장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현재의 시장 수준은 글로벌 경기의 전체 상황들이 반영돼 있다"며 바닥에 도달했음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코스피 지수가 1700 이하까지 내려온 것은 경기 침체를 가정한 하락까지 시장이 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 바닥 가깝지만 더 떨어질 수도"

국내 투자자들의 저점 매수 시기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불안한 증시 상황이 국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또 다른 기회인 것이다.

서철수 센터장은 "미국도 글로벌 시장에 연동된다"며 "현재 한국보다 코로나19 사태를 뒤에 겪고 있으니 미국의 경우 더 힘든 국면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며 "국내주식보다 미국이 약세일 것으로 보이니 좋은 글로벌 핵심 종목을 저가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또 미국도 경기 침체는 가능할 수 있으나 금융위기는 겪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형렬 센터장은 "미국에서 일자리가 사라져간다는 내용의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며 "그 이전 단계로 돌아가는 데는 많은 사회적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으로 미국이나 선진국 시장의 경우 기대치에 대한 조정도 필요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일단락된다해도 수습되기보단 경제 활동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상영 팀장은 "오는 4월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율이 정체되면 미국 투자 상황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미국은 이미 고점에서 30% 빠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 시장이 많은 부분을 반영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난 16일 수준의 폭락은 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 팀장에 따르면 현재 구글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검색이 줄어들었다. 이는 코로나19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도 약간 줄어든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은 지나갈 것이니 잘 버텨야"

현재 저점 매수를 노리는 투자자들 중 이미 바닥이란 판단에 먼저 투자에 뛰어든 투자자들도 있다. 이들은 현재 계속된 지수 하락과 불확실성에 불안한 상황이다.

이에 서철수 센터장은 "최근 일찍 들어간 사람들이 맘고생을 하고 있지만 길게 보면 지나가는 일"이라며 "모든 종목이 다 빠졌기 때문에 좋은 종목도 도매급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종목에서 우량 종목으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기 때문에 잘 버티면 된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 등의 종목에 투자하는 것도 기회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렬 센터장도 "바닥에 대한 탈출 시기는 경기 침체에 대한 충격을 제거하기 위한 정책적 효과가 얼마나 빠르게 해결되는지 여부에 따라 추정 가능하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지금의 혼란 시기가 빨리 원상태로 복구되길 바라겠지만 시간 측면에선 여유를 많이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정책이 나왔을 때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김 센터장의 분석이다.

"아직 바닥 언급은 이르다"

그러나 아직 바닥을 언급하긴 어렵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바닥을 얘기할 상황은 아니다"며 "미국의 경우 전 세계를 봉쇄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충격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얼마나 더 떨어질 지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 시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유럽 등도 같이 봐야 한다"며 "미국에서 지금보다 진정된 정책이 나와야 저점 매수 투자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체적으로 글로벌 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리스크가 많이 커졌고, 그 연장선에서 시장이 움직인다는 게 오 센터장의 분석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라 한국도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을 예로 들며 글로벌 시장이 같은 변수로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오 센터장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