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페이스북 재(在)한국 인도인 커뮤니티에서 한국음식의 안전성을 두고 치열한 댓글 공방이 벌어졌다. 한 인도 여성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마당에 만약 기내식이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어린 자녀들에게 먹여도 되겠느냐고 물어본 것이다. 다행하게도 한국 체류 인도인 대부분이 이에 동의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면서 잘 마무리될 수 있었다. 만약 한국 음식 안전성을 두고 벌인 공방이 해당 커뮤니티를 벗어나 인도 본토로 까지 번졌다면 한국식품 기피라는 심각한 분위기가 빚어졌을 지도 모른다.

2G 시대에서는 소문이 시작되어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논리적 판단과 반대의견이 생성되면서 소문이 차단되거나 순화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보가 실시간으로 세계로 퍼지는 5G 글로벌 시대에서는 미처 대응하지 못한 사이에 루머가 현실이 된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현대 인도는 외부소식을 여과 없이 빠르게 접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국가이미지 형성과정이 짧은 시간에 형성되고 급변할 수도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국가 이미지는 그 자체가 브랜드 가치가 있는데 부정적 이미지는 기업의 해외마케팅에서도 장애이기에 기업으로서도 이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제까지 국가 이미지 제고의 노력은 해당 국가 현지 거주민을 위주로 하였다. 그런데 영향력이 크기도 하거니와 시행에서도 효과적인 대상은 한국에 있는 재(在)외국인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대학 교수, 글로벌 영업 등 특정 전문직을 위시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인도인들이 최근 기준 약 11만 명인데 이들은 필리핀, 베트남, 태국, 중국, 그리고 라오스 등 16개국 정부가 한국정부와 고용허가제 하에 체결한 협약에 근거하여 입국한 이주노동자와 비교해서는 단연 직업과 소득에서 높은 수준에 있다. 이들 인도인은 영어 사용자로 SNS를 통해 본국이나 글로벌 커뮤니티와도 연결된다.

2005년이후 한국 R&D분야에 많은 인도 엔지니어들이 일하게 되었는데 이들은 한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문화적 충돌이 적지 않았고 이로 인한 오해가 SNS를 통해서 인도에 전해졌고 또 곡해되어 인도 언론에도 보도되었다. 대표적인 것인 당시 한국에서 다반사였던 야근문화였다. 이는 노동착취 사례가 되어 한국은 노동인권이 없는 미개국가로 알려졌다. 한국 노동환경을 이해시키고 대응방법을 알리지 못하여 빚어진 것으로 이를 회복시키는 데에 엄청 수고가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당시 인도엔 한국기피 현상이 있었다. 그만큼 재(在)외국인관계가 중요해졌다.

한국을 출발해 인도 뉴델리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이 별도 창구에서 검역받고 있다. 출처=김응기

코로나 사태로 본 한국의 대외관계 민낯은 참담하다. 친한(親韓)국가들로부터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당한 입국거절과 격리 그리고 비행기 회항 등은 한국인을 멘붕에 빠지게 하였다. 이는 한국의 투명한 방역행정 그리고 치료 시스템은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단순 오염국가로 전락된 탓이다. 외교현안을 정식 채널로 사전 예방하거나 사후 회복시키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다. 그러나 비외교적 루트에서 노력은 가능하다.

코로사19 대응조치에서 한국인을 멘붕에 빠트린 최초 국가가 베트남인데 한국에는 23만 여 베트남인이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코로나 사태에 즈음하여 제대로 된 사회의 대응을 전달한 기관이 없었다. 사태 초기에 대외정책 차원에서 국내에 있는 10여 만 인도인과 베트남인 등 재(在)외국인을 상대로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이후 일방적으로 오염국가로 낙인이 되지 않을 수 있었고 최소한 사전 협의를 통하여 주권국가의 입장을 존중하는 방식이 가능하지 않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