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여파가 덥친 실물경제. 명동 나이키 매장이 방문객이 없이 한산하다. 사진=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에티켓으로 자리잡으면서 기업의 근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그간 일과 가정의 분리를 강조한 사회적 인식도 재택근무에 옹호적인 입장으로 선회함에 따라 새로운 근로 환경이 도입되고 있다. 특히 기업은 실물경제 침체로 불확실성이 커져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변화를 이어가며 근본적인 혁신을 꾀하고 있다.

코로나19에 위태한 거시・실물경제…위기의 기업들

코로나19 확산은 거시경제에서 침체를 예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지난 2009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면서 성장률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OECD는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11월 2.9%에서 지난 2월 2.4%, 그리고 최근 코로나19가 장기 확산 시 1.5%까지 내려올 것으로 내다봤다.

실물경제는 더욱 위기감이 고조됐다. 실제 강도 높은 봉쇄조치를 취한 중국에서는 2월 1~2주까지 소비가 급감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자들의 외출 기피현상으로 외식업, 자동차, 유통 등 수요 감소가 일어났다. 중국 내 2월 1~2주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2% 줄어 파탄 직전까지 이르렀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IT 기기도 글로벌 판매량도 줄고 있다.

▲ 인천공항 제2 터미널에서 탑승수속장이 한산하게 비어있다. 사진=박재성 기자

국내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시산업과 항공운수업 등 서비스업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이용객이 90% 이상 줄어들면서 관련 기업들은 1분기 실적 쇼크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내수・관광업종을 중심으로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또 외부활동 자제와 개학 연기에 따라 소매 유통업, 학원 등 업종도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는 1차 산업부터 3차 산업까지 연쇄적인 ‘도미노’를 부르고 있다. 소비 불황이 가장 작은 규모의 자영업자의 위기를 부르고, 자영업자의 위기는 다시 규모를 갖춘 기업들의 위기를 부른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 시 내수시장의 파탄으로 대기업까지도 생존을 가늠할 수 없어 결국 인력 감축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를 띠게 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보다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방역과 경제, 투 트랙으로 접근하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 기업들은 자사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것을 대비해 각각의 TF(테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며, 직접적인 생산인력이 아닌 경우 재택근무와 같은 방법으로 근로 환경 변화를 시도 중이다. 또 비즈니스 측면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비중을 더욱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기업들

코로나19로 인해 실물경제가 얼어붙자 기업들의 혁신 시계는 더욱 빨라졌다. 혁신을 줄곧 강조한 기업들도 이제 실제 적용이 가능한 방법부터 모색 중이다. 많은 기업들이 올해의 목표로 선언한 ‘디지털 전환’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아 제품의 판매 채널을 온라인에 비중을 높이고 있다.

유통 업종에서는 비대면 판매가 가능한 이커머스 분야가 주목 받고 있다. 모바일과 결합한 이커머스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소매 창구로 부상 중이다. 이에 따라 이마트, 롯데마트 등 기존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기업들도 ‘영업시간 이내 허용’이라는 규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판매에 발을 깊이 들이고 있다. 급격한 소비자의 구매 트렌드 변화는 관련 기업들의 생존과도 직결돼 변화를 가져왔다.

▲ 갤럭시Z플립 톰브라운 에디션. 출처=삼성전자

IT, 가전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오프라인 마케팅 및 판매가 동반된 IT 기기는 온라인으로 변모를 거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의 한정판인 ‘갤럭시Z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을 온라인으로만 판매를 진행했다. 과거 오프라인 매장 앞에서 늘어선 긴 행렬이 사라졌다. 코로나19가 대기업의 비즈니스에서도 영향을 준 것이다.

또 LG전자도 비대면・비접촉 마케팅의 일환인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유튜브 인플루언서 ‘깨봉채널’, ‘이십세들’과 협력해 LG 그램 노트북과 LG 스마트폰 등 프리미엄 IT 기기 수요를 적극 공략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야외 활동 시간이 줄어들고, IT 기기에 익숙한 세대가 새로운 소비자 층으로 떠오른 데 따른 조치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정부의 지원책이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당장 실효성이 있는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오프라인 소비 채널이 사실상 셧다운 상태인 만큼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온라인화가 더욱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가 역설적이게도 기업들의 구조적 변화를 더욱 빠르게 앞당겼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