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 CNM은 4월로 예정된 2020 KCON JAPAN의 일정을 연기했다. 사진은 2019 KCON JAPAN. 출처= CJ ENM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CJ ENM에게 2019년은 ‘최악의 해’였다. 인기 경연 예능프로그램의 국민투표 조작으로 그간 콘텐츠로 쌓아올린 긍정적 이미지들이 실추됐다. 관련자들의 사법처리와 대표이사의 대국민 사과로 사건은 일단락 됐고 이후 CJ ENM의 콘텐츠 사업은 글로벌 기업 넷플릭스와 공조가 확정되면서 상승세를 타는 듯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확산은 CJ ENM의 분위기 반전에 먹구름을 씌웠다.  

호재의 연속 

<프로듀스 101> 관련 악재를 간신히 해결한 CJ ENM에게 지난해 11월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넷플릭스가 CJ ENM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과 콘텐츠 제작-글로벌 콘텐츠 유통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스튜디오드래곤은 자사가 제작한 드라마 콘텐츠 중 일부 작품을 넷플릭스가 진출해 있는 전 세계 190여개 국가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아울러 양사는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공개되는 오리지널 작품도 공동 제작하기로 협의했다. 

장기 관점에서 CJ ENM에게 호재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 2월 CJ ENM은 글로벌 콘텐츠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터미네이터>,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로 잘 알려진 헐리우드 제작사 스카이댄스(Skydance Media)와 드라마, 영화 등 영상 콘텐츠 공동 제작과 투자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스카이댄스 지분의 일부를 인수했다.

▲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아울러 CJ ENM은 자사 플랫폼의 역량 강화를 위해 경쟁사와 연대에 나선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 애플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앞을 다퉈 각자의 플랫폼을 선보이면서 콘텐츠 업계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OTT(Over The Top·온라인 영상 송출 서비스)로 일어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JTBC와 손을 잡았다.  

지난해 9월 CJ ENM과 JTBC는 각자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합친 OTT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협의했다. 합작법인이 내세일 새로운 OTT 플랫폼은 CJ ENM이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자사의  OTT ‘티빙(TVING)’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12일 CJ ENM은 티빙을 운영하고 있는 OTT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 방식으로 분사했다. 

일련의 시장 확장은 CJ ENM 영화사업부문이 투자·배급한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 4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우리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줌으로 더욱 힘을 받았다. 

▲ CJ ENM 미디어 사업부, 방송제작비 예산 추이 및 전망. 출처= CJ ENM,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아, 코로나...!

그러나 갑작스러운 코로나19의 확산은 최근 CJ ENM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에 발목을 잡았다. 
CJ ENM의 실적에 있어 매번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는 방송광고 부문의 불황이 코로나19로 확대된 것이다. 소비재 제조업계와 유통업계에서 불어온 경기의 경직은 코로나19 정국 이전부터 불안했던 상업광고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콘텐츠 중국 수출에 대한 논의가 보류된 것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긴장이 풀어지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는 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CJ ENM 콘텐츠의 중국 수출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관련된 논의는 일단 보류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CJ ENM이 주도하고 있는 K-POP 한류의 확산도 코로나19로 당장 발목이 잡혔다. 17일 CJ ENM은 자사가 매년 해외 주요 지역에서 개최하고 있는 한류 문화 페스티벌 KCON의 올해 첫 행사인 2020 KCON JAPAN의 일정(4월 3일 ~ 4월 5일)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17일 밝혔다. 일본 정부가 최근 결정한 사실상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와 더불어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일본 내 코로나19의 확산을 고려한 조치였다. 

장기 관점의 여러 가지 호재가 가득해 이후의 상승세가 기대됐던 CJ ENM의 분위기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잠시 그 기세가 꺾였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종식될 코로나19이기에,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한 사람들의 외부 활동 제한으로 영상 콘텐츠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기에 장기 관점에서 CJ ENM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