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박홍근 의원실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쏘카 VCNC 타다의 모험은 끝났다. 타다 베이직은 조만간 서비스 종료될 방침이며 4월로 예정된 독립분할 계획도 백지가 됐다. 모빌리티 업계는 택시와의 협력을 전제로 가닥을 잡았으며, 이에 기반한 플랫폼 택시 전략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거대한 태풍이 한 차례 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누군가의 비명과, 누군가의 희망이 남았다. 그리고 17일 벌어진 세 가지 미장셴은 그 태풍의 후미를 쫒는 모험가들의 현 상황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 출처=갈무리

# 국토부의 타다앓이?
박홍근 의원실의 개정안은 두 가지 측면의 시선이 존재한다. 타다 서비스의 법적 근거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타다 금지법이라는 말도 나오고, 택시와 협력하기로 결정된 모빌리티 업계의 불확실성을 덜어주는 플랫폼 택시 로드맵의 법제화라는 측면도 존재한다. 두 가지 시선 모두 맞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른 논란은 상당했다. 어치피 여론전은 프레임 싸움이기에, 각자 서로의 구미에 맞는 프레임을 택했을 뿐이며 그렇게 '견싸움'이 벌어진 셈이다.

차라리 타다 서비스 금지를 담은 내용과 플랫폼 택시 로드맵 법제화를 따로 구분해 추진했다면 이런 소모적인 견싸움은 없었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국토부는 처음부터 택시만세를 외쳤기 때문에 택시업계가 불편해하는 타다를 제거하고, 또 택시와 모빌리티 업계의 만남만 강제했다. 여기까지가 최근 벌어진 개정안에 대한 시선, 나아가 다툼의 원인이다.

이러한 앙금이 여전한 상태에서 국토부는 최근 홈페이지에 기묘한 배너를 걸었다. '타다가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집니다'는 배너다. 얼핏 보기에 택시업계에서 난리가 날 것 같은 배너지만 내용은 의외로 단순하다. 개정안이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 타다를 포함한 모빌리티 업계의 제도권 편입이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개정안이 타다 금지법이라는 주장을 반격하는 논리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했듯이 개정안은 두 가지 시선이 모두 존재하며 그 시선은 모두 옳으며, 또 어떤 프레임으로 사안을 보느냐에 따라 보여지는 내용도 달라진다. 개정안은 타다 금지법도 맞고 플랫폼 택시 로드맵 법제화도 맞으며, 또 타다 금지법이자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잡한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는 말했듯이 국토부가 택시만세를 외쳤기 때문이다. 오묘한 시선의 해석 차이와 소모전의 책임은, 국토부에 있다.

▲ 사진=박재성 기자

그런데 이 과정에서 논란이 나오고 프레임 싸움이 벌어져 견싸움까지 갔는데, 굳이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국토부가 갑자기 타다를 운운하며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설명하는 배너를 건 이유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이재웅 쏘카 대표도 울컥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 특정 서비스를 콕집어 못하게 법을 개정해놓고서는 그 서비스명을 사용해 부처 홈페이지에 이렇게 올려놓다니"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국민을 조롱한다"면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런저런 현안들을 종합하고 정리해보면, 일단 국토부가 이 배너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하나다. "개정안은 타다 금지법이 아니고, 타다를 법적인 테두리에 들어오게 하는 법안이다. 그리고 국토부는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충실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메시지다. 그런데 거듭 말하지만 개정안은 플랫폼 택시 로드맵 법제화이면서 분명 타다 금지법이기도 하다. 두 가지 내용이 모두 들어가 있다.

타다를 금지시키면서, 타다에게 새로운 법적 테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금지법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농락에 가깝다. 심지어 타다는 시동을 끄지 않았나. 여기까지 보면 국토부가 타다에 필요이상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논란이 싫었다면 타다 금지 내용과 플랫폼 택시 로드맵 법제화 정책을 분리해서 처리했어야 옳다. 그런데 국토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 출처=국토부

#간담회
국토부는 17일 타다가 불참한 가운데 KST모빌리티(마카롱), 큐브카(파파), 벅시, 카카오 모빌리티, 코나투스, 차차, 위모빌리티, 티원모빌리티, 우버코리아, SKT, 풀러스, 스타릭스, 코액터스 등 모빌리티 기업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었다.

좋은 내용이 많이 나왔다. 현장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개정법 시행 전이라도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초기 스타트업에는 플랫폼 운송사업 기여금을 감면하고 플랫폼 가맹사업은 면허 기준 대수를 서울 기준으로 종전 4000대에 8분의 1 수준인 500대로 대폭 완화한다고 밝혔다. 기사 수급을 원만하게 하기 위한 보완책도 나왔다. 아울러 택시업계에 대한 지원도 눈길을 끈다.

국토부의 이번 간담회는 타다 금지와 플랫폼 택시 로드맵 법제화를 담은 개정안이 통과된 후, 이른바 한국형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의 청사진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무수한 실패를 보인 '한국형'이라는 표현이 거슬리지만,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그 어떤 플랫폼도 한국처럼 택시와 밀착해 이를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삼은 경우는 없으니 한국형 모빌리티가 맞다.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강렬한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정부의 방침을 충실하게 따르며 차근차근 사업을 추진한 이들에게는 국토부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하며, 이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출처=KST모빌리티

#KST모빌리티 투자 유치
타다 금지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국회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을 당시, KST모빌리티는 타다를 금지하자는 취지가 아닌 플랫폼 택시 로드맵 법제화를 위해 개정안의 통과를 강력히 요청하는 입장을 보여준 바 있다. 사실 선봉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에서 모빌리티 간담회가 열리던 17일, KST모빌리티는 30억원의 추가 투자유치 소식을 알렸다. 아주IB투자와 원익투자파트너스 2개 투자사가 함께 투자했으며 누적 260억원의 투자를 쓸어담았다. 실제로 KST모빌리티는 현대기아자동차로부터 50억원을 시작으로 다담인베스트먼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열림파트너스 등 다수의 투자사들로부터 재무투자(80억원), 지난 1월 NHN으로부터 50억원의 전략투자를 유치하며 총 180억원 규모로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마무리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브릿지투자와 네오플라이로부터의 시드 투자금(50억원), 시리즈 A를 더한 액수다.

KST모빌리티는 앞으로 유심히 지켜볼 가치가 있는 모빌리티 기업이다. 택시에서 시작해 그 누구보다 빠르게 모빌리티 체질개선에 나서는 곳이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비록 지분을 낮췄지만 한진그룹 지분 투자를 통해 통합 이동서비스(MaaS) 로드맵에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KST모빌리티도 제주항공과 함께 비슷한 그림을 그리는 것도 눈길을 끈다. 대중교통과 자동차, 택시, 스쿠터 등 이동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완성해야 모빌리티 생태계가 완성된다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이행열 KST모빌리티 대표는 “최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 통과로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정책 방향이 명확해지면서 추가적인 투자를 유치하게 되었다”며 “모빌리티 업계의 미래와 한국형 MaaS 플랫폼 구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KST모빌리티의 이번 투자 유치는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측면도 있다. 타다는 최근 개정안에 반대하며 국내외 투자자들이 모빌리티 업계를 외면할 것이라 주장했으나, KST모빌리티의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