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국면이다. 이에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었다. 즉, 사회, 경제, 교육, 문화 전반적인 삶에서 이전과는 달라질 일상을 맞이할 준비를 해달라는 것인데, ‘재택근무’라는 파격적인 경험을 이미 접하고 있는 직장인은 ‘새로운 일상’을 가장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이제 재택근무에 적응하면서도 동시에 불편함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가 예상컨대 앞으로 일하는 방식에서 가장 중요시 될 것 중 하나는 ‘공유’라고 본다. 물론 모든 직원이 같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휴대폰 OS 업데이트 되듯이 동시에 업데이트 된다면 공유는 따로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직장에서 일 하면서 하루에도 수많은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다. 그리고 직원 한명이 보통 6~8가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고 있다고 하니 수많은 업무의 진척상황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셈이다. 회사일이라는 것이 혼자서 집중해서 처리하는 업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다른 동료로부터 전달받아 가치를 더하고 다시 다른 동료에게 전달하는 일이 대다수이다 보니 업무스케줄, 업무진행상태와 그 결과물은 반드시 공유되어야 한다. 공유를 우습게 봤다간 헛물켜는 일이 많다는 것을 우리 직장인들은 뼈저리게 알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업무전투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유’가 실제로 잘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해보면, 답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을 듯 하다. 우리는 의외로 많은 시간을 공유되지 못한 무언가를 찾는데 보내고 있다. 왜 그럴까? 필자는 저서 ‘일.상.내편’을 통해 사람들이 공유를 하지 않는 이유와 바람직한 공유문화에 대해 제안했다.

첫째, 내 것을 잃을까 하는 손해심리가 작동해서이다.

즉, 공유를 했을 때 내가 주는 정보보다 얻게 되는 정보가 적을 것이라는 걱정이다. 특히 공유대상 정보가 매우 크리티컬한 경우 구성원들은 기본적인 거부감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헤드헌팅 기업인 ‘커리어 케어’ 신현만 회장의 케이스를 들어보자. 커리어케어가 헤드헌팅 기업인만큼 중요한 인재의 데이터는 본인만 보관하고 동료 헤드헌터에게 공유하지 않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도하다. 하지만 신현만 회장은 사장 시절 ‘공유의 힘’을 믿고 과감하게 전 직원에게 인재정보를 사내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도록 지시했다. 예상대로 직원들은 자신이 힘들게 얻어낸 정보를 왜 풀게하는지 반발했지만 신회장은 엄중 경고하며 인재정보를 공유 데이터베이스에 쌓아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쌓이기 시작한 인재데이터는 지역별, 직급별, 업종별로 기존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구성되었고, 보다 양질의 데이터를 고객사에게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고객사로부터 좋은 피드백이 이어지고 직원들의 실적으로 이어지다보니 인재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은 회사의 자랑거리가 될 만큼 직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즉, 공유를 통한 개선을 직원들이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내가 가진 정보가 대외비라고 생각해서이다.

정보보안이 중요한 시대이니만큼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대외비 규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필자 역시 지적재산권이 전부인 광고&마케팅 기업에 몸담고 있기에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의 기저에는 어떤 정보를 어느 범위까지 공유해도 되는지에 대한 판단이 깔려있지 않아서이다. 각 기업별로 일상 업무 중에 대표적인 몇가지를 대상으로 공유기준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필자의 의견을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 전사 공유 : 프로젝트 최종 결과물 (지식축적시스템에 등록하여 엄격한 관리하에 공유)

- 동료 직원간 : 업무 매뉴얼, 일별 스케줄, 업무진행과정 이메일 참조

- 소속 팀장 : 업무 매뉴얼, 매출발생내역, 일일 결과물이 포함된 이메일 참조

- 본부장 급 : 업무기한이 표시된 회의자료, 본부장급 이상에게 발송하는 모든 이메일 참조

셋째, 공유가 중요한지는 알지만 습관이 되지 않아서이다.

업무공유를 아무리 신경쓴다고 해도 인간의 두뇌에는 한계가 있다. 효율적 업무공유를 위해 다양한 툴이 나오고 있지만 필자의 경험상 공유툴이 공유를 장담하지는 못한다. 공유를 습관화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습관적 공유를 형성하는 프로세스는 크게 다음의 3단계를 거친다.

1단계(Why) – 직원들이 공유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 공유를 통해 얻어지는 이득을 직원들이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공유하는 것’이 옳고, ‘독점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도덕적 가치판단이 더해져야 직원들의 수행율이 높아진다.

2단계(What) – 명확한 공유원칙과 공유 툴이 있어야 한다.

: 구성원간 공유원칙과 동일한 공유프로그램을 이용하라. 완성물을 다시 공유하느라 일이 되는 상황이 없어야 한다.

3단계(How) – 공유상태에 대한 정기적인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 누군가 공유원칙에 어긋나거나, 자신 나름대로의 원칙을 따르게 해서는 안된다. 만약 공유원칙이나 툴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면 전체 합의를 통해 수정해야 한다. 6개월단위로 피드백을 정기화하라.

습관적 공유는 정보의 습득이라는 지식강화적 측면 말고도 조직문화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동료가 작성한 자료를 통해 동료가 어떤 성과를 내는지, 어떤 부분에서 전문가인지 알게되어 상호 존중하는 태도가 생겨난다. 동료의 세련된 이메일 작성방법은 팀원들이 따라하게 되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영업기술은 다른 직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인지되며, 벤치마킹 자료는 동료에게 또 다른 사업기회를 포착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조직 전체적으로 긍정적 자극을 주는 공유문화. 습관적 공유는 시일이 걸리더라도 기업에서 반드시 정착시켜야 할 숙제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