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각국이 여행과 공공 생활에 엄격한 제한을 가하는 정책들을 시행함에 따라 피아트크라이슬러, PSA 그룹, 르노 등 유럽의 대표 자동차 3사가 16일, 유럽 전역에 걸쳐 총 35개의 생산 공장을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출처= Automotive New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이미 3년 연속 판매 감소세를 보이며 침체에 빠져있는 자동차 산업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엎친 데 덮친 타격을 입고 있다. CNN은 16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 3곳이 유럽 전역의 생산공장을 폐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아트·푸조·르노 페쇄 줄이어

피아트크라이슬러(Fiat Chrysler), 프랑스의 PSA 그룹, 르노(Renault) 등 유럽의 대표 자동차 회사 3사는 16일, 유럽 각국이 여행과 공공 생활에 엄격한 제한을 가하는 정책들을 시행함에 따라 유럽 전역에 걸쳐 총 35개의 생산 공장을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이 세 회사는 지난해 약 1200만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EAMA)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산업은 1400만 명의 사람들을 직간접 고용하는, 전통적으로 유럽 제조업의 중심을 이루는 산업이다.

이탈리아와 미국의 합작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 16일 성명을 발표하고 ‘시장 수요의 붕괴’로 3월 27일까지 유럽 내 대부분의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내의 6개 공장은 물론 세르비아와 폴란드의 공장도 폐쇄된다.

피아트크라이슬러의 발표가 있은 지 불과 몇 시간 후,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푸조와 시트로엥 제조사 PSA 그룹도 프랑스, 스페인, 독일, 영국 등 7개국에 걸친 15개 공장을 3월 말까지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PSA그룹은 생산 공장 인근 지역에서 코로나가 급속 확산하고 공급망 붕괴와 자동차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르노자동차는 16일 밤 "코로나 19가 대유행하는 상황에서 프랑스 정부가 취한 조치에 따라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프랑스에 있는 12개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회사는 언제 다시 공장 문을 열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자동차 회사들의 잇단 폐쇄 발표 이후,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주가는 밀라노에서 19%나 하락했고 PSA그룹 주식은 파리에서 15% 폭락했다가 일부 회복했다. 두 회사의 주가 모두 올 들어서만 지금까지 약 절반가까이 하락했다. 르노의 주가는 이날 12% 이상 하락하며 올 하락폭이 64%에 이른다.

럭셔리브랜드 마세라티와 페라리까지

럭셔리브랜드도 코로나의 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가 소유하고 있는 마세라티 (Maserati)도 피아트의 셧다운으로 영향을 받고 있으며, 페라리(Ferrari)도 16일, 생산에 필요한 부품 조달이 원활치 못해 이탈리아 2개 공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한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가장 피해가 큰 나라는 이탈리아다. 17일 현재 2만 8000명의 확진자와 2158명의 사망자가 나옴으로써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보임에 따라 이탈리아 정부는 현재 극단적인 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경제학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제한하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가 취한 조치들이 호텔, 여행사, 식당 등 여러 부문에 극심한 압박을 줄 수 밖에 없어 그렇지 않아도 이미 취약한 이 나라 경제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프랑스도 이와 유사한 조치를 채택하고 있어 유럽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유럽까지 전세계가 곤경에 빠지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한 공장 폐쇄와 공급망 붕괴, 소비심리 위축은 올해 자동차 산업을 더욱 깊은 불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자동차산업 시장조사기관 LMC 오토모티브(LMC Automotive)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세계 주요 시장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2019년에 9030만대로 전년 대비 약 4% 감소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2017년에 최고치인 9520만대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자동차 판매 감소는 내연기관에서 벗어나 지구 기후위기를 타개한다는 업계의 거대한 도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유럽의 자동차 공장 폐쇄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 자동차 산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코로나가 처음 중국에서 발병했을 때, 이미 중국의 공장이 폐쇄되고 기간이 길어지면서 중국 내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다. 지난 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80% 가까이 감소했다.

중국의 공장들이 겨우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유럽 공장들이 폐쇄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 회사들은 아직 가동 중

유럽의 자동차 산업은 여러 나라를 가로지르는 공급 사슬과 함께 매우 긴밀하게 통합되어 있다. 독일은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폭스바겐(Volkswagen)과 BMW, 다임러(Daimler)의 본거지다.

폭스바겐 대변인은 16일, 부품 부족으로 볼프스부르크(Wolfsburg)에 있는 주공장이 폐쇄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에 대해  "당분간 생산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우리는 각국 정부의 이동에 관한 결정, 유럽 전역의 국경을 넘나드는 공급 체인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시장 수요가 회복되면 지금의 생산 중단에도 불구하고 공급 기지와 파트너들과 협력해 기존에 계획했던 총 생산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이번에 폐쇄한 유럽 지역의 공장들 외에, 미국, 중남미, 중국 등 다른 지역에 상당한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