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가짜뉴스를 넘어 인포데믹(infodemic, 정보 감염병)도 창궐하고 있다. 인포데믹은 실제적인 전염병 방역을 무력화시키는 마음의 전염병이자 대중의 공포심리를 자극해 필요이상의 타격을 허용하는 대표적인 패악질이라는 점에서 특히 우려된다.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출처=갈무리

사회가 공포에 물드는 순간
# 1933년 2월 27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 어둠속에 잠겨있던 국회의사당에 거대한 불길이 일었다. 모두가 패닉에 빠진 가운데 한 남자가 현장에 도착해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이건 독일을 전복하기 위한 공산주의자들의 소행이다!" 프로이센 경찰이 범인을 체포한 결과 단순 미치광이였다고 보고했으나 그 남자는 막무가내였다. 그는 "공산당 의원들을 모조리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면서 긴급령을 선포해야 한다고 날뛴다. 특유의 연푸른 눈동자에 증오와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린다. 이후 경찰은 4000명에 이르는 좌익사범들을 모조리 체포하고, 이에 맞춰 비상시국에 선포한 정부는 총리에게 모든 권력을 위임하는 수권법을 전격 통과시킨다. 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신음하며 베르사유 조약의 무게에 신음하던 독일에 새로운 바람이, 아니 온 세계의 불길한 지옥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 남자는 아돌프 히틀러다.

# 1923년 9월 1일 일본 칸토 시즈오카 야마나시 지방. 관동대지진이 덮친다. 12만 가구의 집이 무너지고 무려 40만명의 사망 및 행방불명자가 발생한 가운데 일본 정부는 계엄령을 선언하고 사태수습에 나서지만 초유의 재난을 겪은 사람들은 약탈과 방화를 일삼으며 통제불능의 사태로 접어들었다. 그 때. 어느 순간부터 묘한 소문이 들렸다. "조선인이 일본인을 죽이기 위해 우물에 독을 탔다" 분노한 일본인들은 눈에 보이는 조선인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고, 심지어 체계적인 자경단까지 조직해 조선인 살해에 나서기도 했다.    

1933년 독일의 사례와 1923년 관동대지진의 사례는 그 자체로 비극의 시작이자 과정이며 결론이다. 나아가 선동과 거짓루머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봤으며, 한 번 시작된 증오의 바람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독일 국회의사당 방화사건의 배후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당연한 말이지만 관동대지진 당시 희생당한 조선인들은 우물에 독을 풀지 않았으나 이미 선동과 거짓루머에 휘둘린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단지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외부의 책임, 즉 희생물을 원했을 뿐이며 화풀이할 대상을 찾고싶을 뿐이었다. 나아가 그 사태를 통해 이득을 챙기려고 했다.

불행한 일이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21세기 대한민국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증이 창궐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불필요한 혐오와 분노의 감정이 살아나는 한편, 이를 기점으로 모종의 이득을 챙기려는 자들의 선동과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현 정부에 대한 논란을 목적으로 벌어지는 가짜뉴스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태의 본질을 뒤틀어 현재의 상황을 필요이상 부정적으로 묘사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무분별한 증오를 부추겨 중국과 공조하려는 현 정부의 행보를 퇴색시키려는 '작업'도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일부 언론까지 뛰어드는 한편 소위 유명인들도 SNS를 통해 이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SNS에서 논란이 된 '기획재정부 주관 제약회사 사장들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회의 요약 내용'이라는 루머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곧바로 폐를 손상시키고 정부가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내용인 가운데 이는 가짜뉴스로 판명났다. 정부의 행보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 기재부와 제약회사 사장단 간 회의 자체가 없었으며, 가짜뉴스 유포자를 잡아달라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환자가 퇴원을 요구하는 한편 이를 말리는 간호사 등의 마스크를 벗기고 몸싸움을 시도했다는 내용이나,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많다는 내용 등의 가짜뉴스도 창궐하고 있다. 이 역시 필요이상의 공포를 자극하는 가짜뉴스로 판명났다.

코로나19라는 공포상황을 맞아 그 어두운 그림자에 기생하는 가짜뉴스가 판치는 셈이다. 대부분 사회불안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욱 어둠속으로 밀어 넣으려는 의도'가 선명하다. 일부 유투버들 사이에서 코로나19를 소재로 몰래 카메라를 제작하는 것도 큰 틀에서는 이와 비슷하다. 그들은 한 줌도 되지않을 광고비와 유명세를 얻으려 가짜뉴스를 퍼트리거나 만들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부담이 되고 있다.

인포데믹, 더 치명적이다
최근 두 번째 시즌이 공개되어 호평을 받고있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은 좀비로 변하는 역병의 창궐과 이에 맞서는 세자 창의 치열한 격전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장면 하나가 눈길을 끈다. 한양에도 역병이 창궐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많은 사람들이 효력도 없는 부적을 사기위해 사기꾼 상인에게 대거 몰리는 장면이다. 그 상인들은 공포를 팔아 이득을 챙기는 조선판 가짜뉴스 유포자들이다.

조선판 가짜뉴스 유포자들은 코로나19를 맞이한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창궐하고 있다. 심지어 본인이 뚜렷한 이득을 볼 수 없음에도 마치 게임하듯 가짜뉴스, 가짜정보를 만들어 퍼트리는 암적인 존재들이 득실거린다.

16일 대규모 확진자를 낸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에서 벌어진 사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교회는 코로나19 소독을 위해 이달 초 예배 참석자들의 입에 소금물을 분무기로 뿌렸으나, 이는 오히려 집단감염의 단초가 되고 말았다. 잘못된 정보, 즉 인포데믹의 전형적인 현상이다.

인포데믹은 사회가 공포에 물들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며, 그 전염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최근에는 SNS를 통한 콘텐츠 확산이 주요 루트였으나 지금은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츠를 통해서도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경찰은 최근 정부와 언론을 사칭해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뉴스와 인포데믹을 일으키는 유포자 121명을 검거했으며, 혐의가 악의적이고 조직적이면 구속수사까지 검토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가 가짜뉴스, 인포데믹의 공포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테크ICT빅데이터 여론 연구소의 곽민주 부소장은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이 크지만, 여기에는 감염에 대한 공포와 함께 잘못된 정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도 큰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서 "가짜뉴스와 인포데믹에 따라 필요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지불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자정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갈무리

"언론이 역할을 수행해야"
애플은 14일(현지시간) 출처가 불문명한 코로나19 관련 앱 운영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확인된 루머가 광범위하게 번지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 플랫폼 기업들도 속속 이에 동참하고 있다. 한 때 가짜뉴스의 온상지로 취급받던 과거를 반추하며, 이번에는 명확한 정보 전달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 가짜뉴스, 인포데믹을 잡아내려면 역시 공신력있는 언론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다. 다만 언론 자체가 가짜뉴스, 인포데믹의 온상지로 비판받는 마당에 과연 언론의 공신력이 명확한 존재감을 발휘하기에는 어렵다는 회의론도 만만치않다. 클릭수에 매달리며 자극적인 소재만 찾는 언론의 악취미가 만연할수록, 우리 사회의 가짜뉴스와 인포데믹은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