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부 KCGI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27일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각종 변수가 발생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의 지분율 쟁탈전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진그룹의 경우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속속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직 연임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승기를 잡는 듯 했지만, 백기사로 분류되던 카카오측이 돌연 일부 지분을 매도하면서 지분율 격차가 줄어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나아가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안도 일부 조 회장에게 불리한 점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맞서는 반(反) 조원태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은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하며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섰지만 KCGI의 먹튀 논란, 반도건설의 허위공시 논란이 재점화되며 지분율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측 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결국 소액 주주가 한진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주주총회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DB

끝날 때까지 끝난 것 아냐… 막판까지 각종 변수 속속 

대한항공의 경우 리베이트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한항공의 항공기 리베이트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 과거 대한항공이 프랑스 에어버스와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3자 연합은 프랑스 고등법원 판결문을 입수해 공개하면서 수사를 촉구하는 등 연일 압박에 나서고 있다. 

한진그룹은 3자 연합의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정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실제 수사가 시작될 경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던 카카오가 최근 한진칼 지분 일부를 매각해 지분율을 1% 이하로 낮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3자 연합과의 지분율 격차가 줄어들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말 카카오는 한진칼 지분 약 1%를 매입했고, 올해 들어서도 1% 가량 추가 매입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카카오가 조원태 회장 의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란 추측을 내놨다. 그러나 카카오는 한진칼 지분 일부를 매각하며 경영권 다툼에 개입하지 않기로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의 지분 매각에 따라 의결권을 가진 주주명부 폐쇄 직전 지분율은 조 회장 진영이 약 32.45%, 주주연합 측은 31.98%로 각각 추산된다. 지분율 격차가 0.5%p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 셈이다.

3자 연합의 경우 반도건설의 허위공시 논란이 재점화되며 어렵게 확보한 지분율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앞서 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1일 대호개발이 한진칼 지분 5% 이상을 취득·공시할 때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발표했다. 이후 지난 1월 6일까지 한진칼 지분을 추기 매입해 총 8.28%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같은달 10일 돌연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이후 일각에서는 반도건설이 처음부터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을 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허위공시로 비쳐질 수 있다. 허위 공시로 판단되는 경우 반도건설은 보유 중인 한진칼 주식 중 5%를 초과하는 주식, 즉 3.28%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 된다. 

특히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은 경영을 참여하면서 본인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선임하고, 반도건설 측이 요구하는 한진칼 등기임원과 공동감사 선임, 한진그룹이 서울과 제주 등지에 소유한 토지(부동산) 개발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덕성 논란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최근 KCGI의 '먹튀 논란'도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그간 강성부 KCGI 대표는 투기자본·먹튀 논란을 벗어나기 위해 꾸준히 해명을 이어왔다. 특히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는 “주요 펀드의 만기가 10년이 넘는 등 활동 기간이 광장히 갈고 과도한 배당을 요구한 적도 없다”며 먹튀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강 대표의 주장과 달리 법인등기에 설정된 펀드 존속기간은 3년에서 10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3자 연합 구성원들을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반감도 지속되고 있다. 

물론 조 회장도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여론전이 지속되며 조 회장이 과거 저질렀던 부정적인 이슈들이 회자되는 한편, 리베이트 및 기타 의혹에 있어 명확한 '정리'는 아직 요원하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지분이나 여론전 추이로 볼 때 조 회장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은 맞지만, 조 회장에게도 약점은 있다. '한진칼 주총의 결투'가 어떻게 전개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아직 표의 향방을 정하지 못한 국민연금도 변수로 남아있다. 한진칼 지분 2.9%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지난 6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고 “한진칼 주총에서 의결권을 위탁운용사에 맡기지 않고 직접 행사하겠다”고 의결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위 내부에선 현재 양 진영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최종 의사는 주총 직전에나 결정 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 미래 어디로?… “장기전 갈 듯”

결국 한진그룹의 미래는 아직 어느 쪽에도 서지 않은 주주들의 표심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각 안건의 승인 여부가 아주 적은 표차로 결정될 수 있는 만큼 양측은 남은 10일간 전력을 다해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 이후 추가로 매입한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양측 모두 한진칼 지분을 계속 사 모으고 있어 주총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조 회장 측은 43.15%, 3자연합은 37.47%까지 보유 지분을 늘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 회장 측과 3자 연합의 지분 확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아마 금번 주총의 표 대결에서 패배한 쪽이 그대로 물러나지 않고 임시 주총의 소집을 요구하거나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재대결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주총 결과가 향후 한진가 경영권 분쟁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