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스트 연구진이 20회 이상 세척해도 사용할 수 있는 나노마스크를 개발했다. 출처=카이스트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KAIST) 연구진이 20번 세척이 가능해 한달 내내 쓸 수 있는 ‘나노마스크’를 개발했다.

카이스트는 16일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팀이 직경 100~500나노미터(nm) 크기인 나노섬유를 직교와 단일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독자기술을 통해 세탁 후에도 우수한 필터 효율이 잘 유지되는 나노섬유 멤브레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함에 따라 바이러스성 질환의 감염원(비말ㆍ에어로졸 등)을 차단하고 세탁한 뒤에도 성능을 유지한 채 재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 대유행병(팬데믹, pandemic)을 선언했다. 국내외적으로 이러한 세계적 대유행병으로 인해 마스크 공급량을 뛰어넘는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마스크의 기존 방식 공기필터는 고분자 소재를 멜트블로운(Melt-blown) 공법으로 방사한 후 고전압에 노출시키는 공정을 거쳐 완성되고 또 정전식 섬유필터는 섬유 표면에 형성된 정전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소실되는 문제점이 있어 공기필터의 초기 성능을 완전하게 보전할 수 없다.

기존 마스크는 수분이나 물이 닿으면 정전기 기능이 사라져 필터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므로 재사용이 어렵다.

김일두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제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절연블럭 전기방사법을 개발했고 이를 이용한 공정을 통해 나노섬유의 배향성(Alignment)을 제어해 직교 형태의 나노섬유를 제조했다.

개발된 직교 형태의 나노섬유는 공기필터의 압력강하를 최소화하고 여과 효율을 최대화할 수 있는 구조로 기존 무배향성 나노섬유 소재와 차별성을 나타낸다.

직교 형태의 정렬된 나노섬유 제조기술은 나노섬유의 종류, 두께, 밀도 등의 변수 조절을 통해 원하는 특성(KF80~N95 성능까지 구현)의 나노섬유 멤브레인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과 배향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통기성이 뛰어나고 얇은 두께에서도 우수한 필터 효율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직교 나노섬유 기반 마스크는 에탄올 살균 세척 실험 결과 20회 반복 세척한 후에도 초기 여과 효율을 94% 이상 유지하고 여과 성능이 잘 유지됨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20회 손빨래 후에도 나노섬유 멤브레인의 구조 변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음을 관찰을 통해 확인했다.

개발과정에 의하면 에탄올에 3시간 이상 담가도 나노섬유가 녹거나 멤브레인의 뒤틀림 현상이 없어 에탄올을 이용한 살균ㆍ세척의 경우 한 달 이상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겉면마스크 안쪽에 필터의 삽입 교체도 가능해 10~20회 세척 사용 후 필터를 교체할 수 있고 손세탁을 통해서도 안전한 마스크 이용이 가능하다.

개발된 마스크는 4000회의 반복적인 굽힘 테스트 후에도 KF80 이상(600nm 입자, 80% 여과 효율)의 성능이 유지되는 점이 확인돼 기계적인 내구성 또한 우수하다.

지난해 2월 설립된 KAIST 교원 창업회사인 김일두연구소는 방향성이 제어된 나노섬유 멤브레인을 52구 바늘구멍을 통해 섬유를 토출하는 롤투롤(roll-to-roll) 방식의 양산 설비를 구축했다.

이 회사는 35cm의 폭을 갖는 멤브레인을 1시간에 7m 정도 생산이 가능해 하루 평균 1500장 수준의 나노섬유 마스크 필터를 제조할 수 있다.

김일두 교수는 “정열된 나노섬유 기반의 마스크 필터는 에탄올 소독 세척 또는 가벼운 손세탁을 통해 재사용이 가능하기에 마스크 품귀 문제와 마스크 폐기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식약처 승인 등의 관련 절차를 거쳐 제품화한 후 곧 양산 설비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는 한편 정렬된 멤브레인에 항균기능을 부여해 사용 안정성이 더욱 향상된 고품질 필터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