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초유의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었다. 간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1.00%포인트 전격 인하하면서 한은에게 선택지는 없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실효금리가 사실상 제로상태인 상태까지 떨어진 지금, 앞으로 남은 정책 여력과 실물 경제에 대한 금리인하 효과가 작동될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은 16일 오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0.50%포인트 내린 0.75%로 결정했다.

한은은 "지난 통화정책방향 결정 이후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됐다"며 "그 영향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주가, 환율 등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증대되고 국제유가가 큰 폭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확대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성장과 물가에 대한 파급영향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금리 결정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한은은 내부에서도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주는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회사채를 중심으로 자금 조달 경색 조짐을 보이면서 생각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2월 금통위 당시에 언급된 금융안정은 가계부채 등에 방점이 찍혔고, 이후 2차례 확대 간부회의를 통해 거론된금융안정은 금융시장에서 순조롭게 자금이 융통되도록 한다는 것"이라며 "문제는 심각하지만 굳이 통화당국이 보유하고 있는 금리라는 큰 칼을 꺼내 들지는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공 연구원은 "안정을 유지했던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통화당국의 금융안정 구상에도 변화가 발생했을 것"이라면서 "통화당국이 임시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을 공감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추경과의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진 것"이라면서도 "1.0% 이하를 예단하기는 어려웠지만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과 대통령의 특단 대책 주문 등에 임시 금통위를 통한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제 한은의 기준금리는 0.75%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연준이 제로금리로 바로 간 것과 비교해 0.50%포인트 내린 것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효금리를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실효금리는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되거나 자본유출 등 부정적 파급효과가 커지는 금리인하 마지노선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한국은 제로금리까지 갈 필요는 없다"며 "0.50%만 내려도 실효금리로는 사실상 제로금리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 실장은 "양적완화는 명목금리가 제로가 돼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양적완화는 유럽이나 일본처럼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려 통화정책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을 때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국가들과의 정책 공조에 동참하게 됐지만 한은의 정책 여력이 얼마나 남았는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더욱이 금리 인하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내리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보다는 내리는게 나을 것이란 판단"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한은의 정책 여력이 없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 교수는 "금리 인하는 시차를 가지고 경제에 영향을 주는건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당장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정말 효과적인가하는 의문이 남는다"라고 지적했다. 또 하 교수는 "현재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고 있는데 자금이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환율이 더 오르면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날 금리인하와 함께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연 0.50~0.75%에서 0.25%로 인하하기로 했다. 한은 환매조건부매매(RP) 대상증권에 은행채도 포함했다.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 인하로 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유인을 제고하고, 차입기업의 이자부담 경감, 자금사정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아울러 RP매매 대상기관들의 담보여력을 확충해 유동성 공급의 원활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