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 고객들이 들어찬 신라면세점 서울점.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코로나19의 확산은 광범위한 경제 영역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입출국의 규제로 직접적 영향을 받는 여행업계와 면세업계에게는 엄청난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면세업계에서는 지난 2017년에서 2018년까지 이어진 중국 발(發) 사드 보복에 비견될 위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면세업계 호황으로 한동안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해온 호텔신라는 한동안 ‘인내의 숨고르기’에 들어가고 있다.  

코로나19의 역습

국내 면세업계는 점점 늘어나는 중국인 고객들로 그만큼 각 업체들에게 부담이 되는 송객수수료, 그로 인해 점점 떨어지는 수익성 등 산업 자체의 근본적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수수료의 부담감을 견딜 수 있는 상위 업체들에게는 어쨌든 고객이 늘어나는 추이는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면세업계는 전에 없던 호황을 누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면세점업계의 총매출액은 24조8586억원을 기록하면서 직전 연도인 2018년의 18조9602억원보다 31% 이상 급증했다. 이는 연간실적 기준으로 최대규모의 신기록이다. 

▲ 출처= 호텔신라 2019년 4분기 IR자료

면세사업자 중 유일한 상장기업인 호텔신라 역시 업계 전반에 확산된 성장 분위기의 영향을 받았다. 호텔신라의 4분기 면세사업(TR) 부문 매출은 1조4109억원, 영업이익은 70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 178% 성장한 수치다. 여기에 지난해 국내 최초의 한옥호텔 건축허가를 받은 호텔 사업부문에 대한 기대감도 더해져 중국 발 리스크에서 거의 벗어난 호텔신라에 대한 전망은 1월까지 매우 긍정적으로 이어져왔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내 면세점 업계의 가장 큰 고객인 중국인 고객들의 유입이 대폭 줄었다. 지난달 28일 개최된 영수회담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2월 1일에서 20일까지 일 평균 중국인 입국자 수는 1만6489명을 기록했는데, 2월 27일 하루 중국인 입국자 수가 1093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인 소비에 대한 의존도가 70% 이상인 면세업계는 즉각 타격을 받았고, 호텔신라 역시 일련의 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 지난 3개월 호텔신라 주가추이. 출처= 네이버 증권

단기간의 실적으로 현재 위기의 크기가 도출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국면의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 호텔신라의 주가에는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한껏 반영됐다. 지난 1월 20일 11만1000원으로 연중 최대치를 기록한 호텔신라의 주가는 잠시 조정을 받는 약간의 하락세가 나타났다가 코로나19 확산국면 이후 급락하면서 현재는 7만원대(3월 16일 종가 기준, 7만600원)까지 내려갔다. 

버티면 이긴다

그럼에도 면세업계 최대의 ‘리스크’였던 중국과의 외교 문제가 거의 해결된 시점에서 장기 관점에서 국내 면세점 업계 그리고 호텔신라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우선 중국과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진이 소강상태로 접어들기 시작했고 적어도 두 나라의 코로나 국면은 결국 어떻게든 해결이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업계 상위 업체들의 경쟁 구도도 달라졌다. 지난해 한화와 두산의 면세점 사업 철수 결정으로 상위 업체들 간 경쟁은 2019년보다 덜 치열해졌다. 물론 현대백화점이 새롭게 면세업계에 진입했으나 구매력이나 브랜드 파워 측면에 있어 아직까지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상위 업체들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코로나 국면 동안 침체된 경기를 감안한 정부의 규제 완화가 면세업계에도 적용된다면 중국인들의 면세구매 제한도 이전보다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증권 박은경 연구원은 16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호텔신라를 포함한 국내 면세업 상위 업체들은 코로나19 확진의 국면이 끝나면 아마도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면서 “주요 시내면세점 점포와 공항면세점 영업의 정상화, 지난해 상위 업체 중심으로 이뤄진 산업의 재편, 중국인 고객 폭증의 가능성 그리고 코로나 국면 동안의 침체를 고려한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책 등은 분명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건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불안함의 정국이 언제 끝나는가다. 호텔신라는 이부진 대표이사가 애착을 가지고 오랫동안 준비해 키워 온 사업이다. 일단은 버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