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인사부서에서 일하실 때 기억에 남는 지원자의 면접 답변 같은 것 소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면접장에서 써 먹을 수 있는 비장의 무기 같은 것 하나만 알려 주십시요”

한 학기동안 취업전략이라는 제목의 교과목 상의를 16주간 하고난 이후에 나온 질문들이다. 허탈하다. 취업현장의 실제 모습을 바탕으로 준비의 방법을 알려주어도 기껏 이런 질문이다. 가끔은 수강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강의를 위해 개인별로 2-3가지의 질문을 써내라고 하면 반드시 써내는 질문들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 한 달여 전에 필자가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동남아 해외취업교육연수과정인 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 3개국가(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를 돌며 취업커뮤니케이션을 지도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모습을 봤다. 취업을 준비하는 여러가지 사항들을 이 컬럼을 통해 무려 120여차까지 팁을 주어도 여전히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같은 종류의 질문으로 날새고 있는 것이 한없이 안타깝다. 교육의 한계인가?어릴 때 새겨진 정답, 암기 중심 교육의 위력인가?

팬데믹 수준의 코로나19 전염이 가져올 일자리의 변화도 지금 청년들에게는 큰 짐이 될 듯하나 뭐하나 해줄 말이 없다. 말을 하고자 하면 몇 페이지의 억지 이야기도 만들겠지만 오로지 열심히 하라는 말 외에는 딱히 어렵다.

그러나, 어려운상황이기에 조금이라도 남다른 도전은 인사담당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며 몸가치를 극대화하기 좋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 시기를 넘긴 경험이 면접질문에 단골로 등장할 가능성도 많다. 적어도 필자도 면접관이라면 당분간 이런 질문을 하겠다.

“취업이 절벽인 시대입니다. 본인은 무엇을 하며 다음 준비를 하였나요?”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가 끝나고 난 이후에 유망하게 보이는 사업영역은? 우리 회사와 연계하여 대답을 한 번 해보세요”

 

자동차정비(A/S)센터 6개월 알바에 도전

면접에서는 없었지만 ‘강의를 통해 기억에 남는 학생’은 있었다. 8년전 쯤으로 생각된다. 30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2시간의 특강을 마치고 질문하라고 했더니 한 학생이 건넨 질문이다.

“교수님! 정말 고맙고 답답함이 확 풀리는 강의였습니다. 오늘 강의를 듣고 한학기 휴학을하고 자동차정비(A/S)센터에서 6개월 알바나 단기취업의 경험을 해보고자 합니다. 괜찮겠습니까?”라는 질문이었다.

모든 강의에서 강조하는 부분이고 이 학교도 예외없이 웅변으로 해주는 말이 있다. “기업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재는 현장형이다. 외우지 않고도 가장 잘 외워지는 방법은 현장에 가는 것이다. 1%의 경우가 99%를 이기는 방법 또한 현장에서 경험한 것이다. 평생 가져야 할 습관이 있다면 ‘현장’에 가는 것이다. 가장 차별화된 취업전략 또한 ‘현장’에 있다”

그 강의를 귀담아 들은 이후에 나온 질문으로 정말 지혜롭게 들렸다. 필자의 가슴을 띄게 하였다. 이유는 본인은 상경계학생인데 추후 자동차산업에서 한 번 크게 놀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계나 금속, 엔진 같은 것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그 분야에 실습생으로 들어가기도 쉽지않을 것이어서 생각해 낸 것이 집 주위에 있는 센터를 찾아가서 한 번 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두마디를 더 거들었다. “그런 마음을 먹었다면 꼭 성사되길 바란다.추가로 세 가지만 강조하자. 하나는 고객들의 말에 귀 기울여라. 조립된 차만 아니라 부품에도 관심을가져라.차종끼리 특히 외제차들과 비교관점에서 눈여겨 보아라. 정말 큰 마음 먹었구나. 자네가 최고이다”

안타까운 것은 특강으로 만났던 학생이라 그 이후 실천여부와 성장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러나, 이 컬럼을 통해 그 발상과 노력만이라도 알려주고 싶어 소개한다.

 

하나의 경험으로 다양한 산업, 직무에 유용

지금이라도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당장이라도 뽑고 싶다. 어디를 내놓아도 가능성이 보이는 이유는 산업측면, 일의 태도 측면, 역량확장성측면 등 세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다양한 산업에 접목이 가능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자동차산업 자체의 규모와 글로벌 수준의 시장성으로 분야가 너무나 다양하다. 경쟁의 치열함, 전후방 파생차원의 연관산업도 많으며 자체 직무도 다양하고 그 직무의 독립가능성도 큰 산업이다.

* 자동차산업 자체에 취업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어디에서도만나기 어려운 사람으로 판단이 된다. 기계나 금속 등의 전공을 하고 자동차에 도전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나와서 이런 분야에 찾는 것이 가장 적합한 분야이겠지만 상경계 대학교를 나와 딱 그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큰 흡인력을 가지게 된다.

* 자동차 부품산업에도 경쟁력을 갖추는 또다른 활동 폭을 갖게 된다. 자동차A/S는 정확하게 ‘부품A/S’이다. 약 3만개의 부품이 모여 자동차가 완성된다. 생산라인에 일하는 사람보다 더 다양한 부품을 짧은 기간에 접하는 효과가 있다. 부품회사입장에서도 한두개의 부품만 아는 사람보다 전체를 경험하고 해당부품의 전후좌우를 아는 사람을 선호할 것은 명확하다.

* 서비스산업에서도 큰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소비자, 고객의 가장 민감한 접점이 바로 고장, 수리가 진행되는 공간이다. 제품에 대한 가장 민감한 요구와 대화를 접할 수 있다.

둘째, 자기 일을 대하는 모습과 태도에 감동을 준다. 남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자리이다. 몸으로 부닥치는 것이 기본인 데다, 거칠게 다가오는 고객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온 몸에 기름을 묻히며 일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 큰 도전에 대한 집중력이다. 이 하나의 경험만으로 현재와 미래 전체를 디자인해 나갈 수 있는 통찰을 단기간에 가지게 되는 효과가 있다. 머리와 몸과 정성이 모두 필요하다.

* 자기가 판단하는 일에 대해 상의하는 태도이다. 필자에게 먼저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자. 그 순간 결심인지, 그동안 해 온 고민인지는 모르겠다. 친구나 부모님,교수님과 먼저 상의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그 시간은 취업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자리가 아닌가?

마지막으로, 배우는 것에 대한 확장성이다. 현재를 넘어 미래에 대한 경쟁력도 보여준다.

* 몇 마디의 강의 내용 속에서 본인이 할 것을 정확하게 찾아내었다. 상사의 한마디에서 열가지를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여느 대학생들과 다르게 머리로 접근한 것에 더하여 몸으로 경험하는 도전이다. 시대에 모두가 싫어하는 ‘나를 낮추는 도전’에 흔쾌히 도전한 것이다.

새로운 산업이나 더 큰 시장인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여도 모자랄 것이 없는 모습이다. 이 판단은 필자가 활동했고 살아왔던 인생의 경험을 통틀어서 해주고 싶은 말이다.

 

취업 빙하기를 넘기는 최고의 지혜

필자가 대우를 떠나 중소기업에 취업하였을 때, 만들어 파는 제품들은 디즈니 만화영화의 주인공들을 내의나 잠옷에 프린팅한 제품이었다. 하나의 만화영화(ONE SOURCE)로 영화자체의다양한 활용, 음원과 변주곡, 크고 작은 아동용품, 학용품 등 생활용품, 심지어는 놀이동산까지 만들어 최대한의 ‘돈’을 만들어 내는(MULTI USE) 비즈니스를 보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 사업을 ‘One Source, Multi Use’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었다. 취업준비에도 그런 영역이 있다. 살아 오면서 수만장의 입사지원서,이력서를 검토하며 합격여부를 결정지었다. 이런 학생을 단 한명이라도 보는 것이 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