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이제는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인플루언서(Influencer)’라고 말해도 이해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인플루언서는 SNS(Social Network Service) 상에서 많은 팔로워나 구독자를 가진 사용자, 포털사이트에서 영향력이 큰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등을 통칭하는 말로 정의할 수 있다.

그 중 패션과 뷰티에 관한 인플루언서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들 중 일부는 연예인에 버금가는 파급력을 지녔다. 기업들도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해 홍보하는 것보다 인플루언서들이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린 영상이 소위 ‘대박’을 친 경우가 더 효과적이다. 이처럼 인플루언서들은 데뷔만 안 했을 뿐, 스타나 다름없는 존재다. 아예 자신의 영향력을 터전 삼아 직접 사업가로 나선 경우도 있다.

기업들도 그 파급력을 인정하고 적극 활용에 나서고 있다. 실제 롯제백화점은 지난 15일 인플루언서가 직접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는 뷰티플랫폼 ‘유어브랜드’와 독점 유통 계약을 맺었다. 업계 대부분이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컬래버 제품을 출시하고는 있지만 아예 유통분야까지 계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이러한 성장의 발판이 된 팬심으로부터 한순간에 외면당한 인플루언서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어제까지는 흔히 특정 인플루언서를 믿고 응원하는 팬이었다가 해당 제품이나 인성으로 논란이 되자 바로 냉정하게 돌아서는 것이다. 

그 시작은 ‘임블리’였다. 60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두고 있던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호박즙 포함 화장품 일부 제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디자인 카피 논란 등 연이어 사건들이 터지면서 큰 논란이 됐다. 이후 대다수 소비자들은 등을 돌리면서 피해고발 계정도 생겨나는 등 크게 이미지를 실추했다.

또한 유튜브에 1억원에 이르는 명품 하울(구매한 물건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잇따라 올리며 눈길을 끌었던 ‘치유의 옷장’ 손루미 대표도 디자인 카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80만 명 유튜브 구독자와 100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쇼핑몰 ‘하늘하늘’의 대표 하늘이 학폭 가해자와 직장 내 갑질 CEO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크게 외면한 사건도 있었다.

인플루언서 사업가에게 ‘팬’은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본인을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옆집 언니’같은 친근함과 진정성을 내세우면서 인기를 얻었지만 그 안에는 인성 논란 뿐 아니라 폭리, 디자인 도용, 과대광고 등이 감춰져 있었다.

인플루언서들은 본인들의 파급력 만큼이나 무거운 책임의식을 함께 지녀야 한다. ‘대중들이 나를 좋아해주니까 언제든지 내편을 들어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한다. 이제는 브랜드 제품력 뿐 아니라 인플루언서의 인성도 하나의 평가 잣대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언서를 따르는 주 소비층이 밀레니얼 세대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산업 전반을 주도하는 키는 ‘인플루언서’가 아닌 소비자들의 ‘팬심’이라는 것이다.  

기업들도 유명 인플루언서의 인기를 활용해 소비자를 끌어들일 예정이라면 신중해야한다. 더이상 소비자들은 자비롭지 않다. 오죽하면 유명 인플루언서가 본인이 만든 화장품인데도, 본인은 안 쓰고 돈 벌어서 명품 쓴다는 말이 나올까. 유명 인플루언서에게 의존하지 않고, 진솔하게 소통하는 숨은 인플루언서를 찾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