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 25주년 브랜드 캠페인 영상의 한 장면. 출처= BMW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BMW그룹코리아(이하 BMW)가 지난 2018년 엔진부품 결함으로 실추된 브랜드 위상을 복구하고 있다. 작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량을 기준으로 최상위권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에 대한 불신감은 시장 일각에 여전히 존재한다. BMW는 판매실적과는 별도로 브랜드에 등 돌린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지난 1월 발표한 한국 수입차 신규등록현황 자료에 따르면 BMW는 작년 4만4419대를 판매했다.

선두 수입차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7만8133대)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BMW의 지난해 호실적은 같은 기간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렉서스(1만2241대), 토요타(1만611대) 등 3~4위 브랜드의 실적이 저조함에 따라 두드러졌다. 이에 앞서 2018년 대규모 리콜 사태로 홍역을 치른 뒤에도 2016년부터 이어온 2위를 고수한 점으로 주목받는다.

BMW는 2018년 7월부터 결함있는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를 장착한 차량 10만6317대를 리콜했다. EGR을 거치는 고온 배기가스와 누수된 냉각기의 침전물이 만나 화재를 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어 같은 해 10월 동일한 현상을 일으키는 차량 6만5763대를 추가 리콜하기 시작했다.

BMW는 국내외 언론의 취재와 국토교통부 등 당국의 조사 등을 통해 해당 결함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BMW 와 BMW 본사를 비롯해 일부 임직원들을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검찰이 올해 상반기 안에 결과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용창출·상품성으로 브랜드 충성도 높여

자동차 업계에서는 BMW가 이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작년 실적에서 선방한 이유로 한국 사업 기간 25년 간 고객 충성도를 높이 쌓아온 점을 꼽는다.

1995년 한국에 진출한 BMW는 벤츠, 아우디·폭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 뿐 아니라 일본, 미국 등 국가별 유수 완성차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해왔다. 수입차 업체들이 통상 할인, 무상 보증 같은 고객 혜택을 앞세우는 점에선 BMW의 전략에 일면 차별성이 없다. 다만 BMW는 완성차 제품의 높은 품질로 한국 고객들로부터 꾸준히 인정받아왔기 때문에 프로모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BMW는 고객 구매혜택 뿐 아니라 BMW드라이빙센터, 부품물류센터(RDC), 차량물류센터(VDC), 위성 연구개발(R&D)센터 등을 구축했다. BMW는 한국 사업장에 여러 시설을 구축했다는 표면적인 사실에서 더 나아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 경제에 기여한 점으로 호평받았다. BMW는 한국 진출 이후 구축해온 인프라를 통해 직접·간접적으로 창출한 일자리의 수가 작년 5월 기준 5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BMW가 이 같은 성과와 함께 완성차 제품의 우수한 품질을 앞세워 국내 입지를 쌓아올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리콜 사태 이후, BMW에 대한 충성심 높은 한국 소비자들이 잠재 수요층에 머물러 있다가 리콜 조치를 지켜본 뒤 실질 구매층으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아직 검찰이 결함 은폐 여부 등을 두고 수사하고 있고, 경영 실적이 완전한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한 점은 BMW의 과제다.

작년 판매량의 경우 벤츠에 버금가는 수치를 보였지만 BMW의 전년 실적(5만524대)에 비하면 12.5%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벤츠 실적이 전년(7만798대) 대비 10.4% 증가한 점과 대조된다.

차량의 안전성에 대한 고객 의구심도 지속 나타나고 있고 이를 반영한 당국 대처까지 이뤄지고 있다. 국토부는 작년 12월 화재가 발생한 BMW 차종 6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고 원인 규명 정밀 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해 10월 27일~11월 3일 기간 일부 BMW 고객 차량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차량화재 사고는 다른 브랜드에서도 종종 발생하지만 국토부가 원인 규명에 앞장서고 조사 결과까지 별도로 공식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해당 6종은 기존 대규모 리콜 대상 차량과는 다른 이유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BMW는 20여년 동안 한국 사업장에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해 공들여온 점은 타사에서 추종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BMW가 향후 신차를 적극 출시하고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는 등 미래의 소비자들을 위한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만 더 큰 믿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뢰도 완전회복 관건 ‘인프라 지속 투자, 신차 라인업 강화’

BMW는 작년 11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사업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는 계획을 밝혔다. 계획의 주요 내용으로 한국 협력사 부품 구매 규모 2조5919억원(전년대비 33.3% 증가) 달성, R&D센터 연구 인력 29명 확보(전년 16명 대비 81.3% 증원) 등이 담겼다.

신차로는 지난 1월 출시한 신형 1시리즈와 오는 5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전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5시리즈 7세대 부분변경모델 ‘더 5 시리즈’를 비롯해 총 9종을 판매할 예정이다. 완성차 라인업을 보강하고 영업·서비스망을 늘리는 것 외 인프라 투자 행보는, BMW가 한국에 수출국 이상의 기능을 맡기려는 의지를 시장에 공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BMW 관계자는 “BMW는 리콜 사태에 조속히 대처하고 경영 안정화에 적극 임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와 고용 등을 확대함으로써, BMW가 한국을 주요 파트너로 여긴다는 사실이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