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강남4구 아파트 매매가가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약 1년 만이다. 지난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강남(-0.01%)과 서초(-0.02%) 송파(-0.01%) 강동(-0.06%) 모두 하락 전환됐다. 시장에서는 지난 2·20대책과 코로나19 여파라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영향은 있겠지만, 아직 강남권이 조정장에 들어섰다고 말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한다. 


12.16대책 이후 가격 빠지고, 거래량도 줄어


강남권 아파트 실거래가는 정부 규제 대책 여파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떨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943㎡가 1월 31일 26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2월 12일 해당 전용 면적이 25억1000만원에 실거래가를 다시 썼다. 2주 만에 1억원 가량이 빠진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12·16대책 이후로 규제 여파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단지. 출처 = 네이버 거리뷰

실거래가가 떨어짐과 동시에 거래량도 줄었다.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93㎡은 지난해 12월 12일 30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그리고 21일 27억원으로 3억원이 떨어졌다. 호가는 계속 떨어져 현재 해당 전용 면적은 26억원 선에 나와 있다. 서울 서초구 아파트 매매거래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 610건이 거래됐는데 올해 1월 331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맞은편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올해 거래 내역은 없다"며 이를 반증했다.

송파구 잠실동에서는 실거래가가 눈에 띄게 떨어진 아파트 단지도 나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실거래를 살펴보면 '잠실 리센츠' 전용 84.99㎡는 지난해 12월 28일 19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12·16대책 직전 해당 전용면적은 20억6000만~21억원 선에 거래됐다. 그리고 지난 6일 16억원에 실거래됐다. 한 공인중개업자는 "현 시장에 거래되는 시세가 아니다"면서 "20평대가 17억5000만원이다"고 말했다. 이어 "증여나 가족 간의 거래 등 이유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리적 요인이 가격 떨어 뜨렸을 것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시장 위축 분위기는 이어지나, 강남권이 조정장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로 위축되는 분위기는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출처조사도 더 강해졌다"며 "이와 함께 코로나19 여파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강남4구가 조정장으로 접어들었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남 3구는 최근 2~3년 동안 굉장히 많이 올랐다"며 "심리적 요인으로 급매물 위주 거래가 되면서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거래량이 줄지 않으면서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이 경우는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급매물 위주로 몇 건이 거래돼 가격을 낮춘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건 이번 상반기에 있을 원베일리나 둔촌주공 분양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분양이 경쟁률이 높다면 강남권이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거래 위축 요인일 수도


특히, 지난 13일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 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됐다. 증여 등의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조치다. 서울·과천 등의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주택 거래 시 예금잔액증명서, 소득금액증명원 등 15가지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불필요하고 과도한 사회적 비용 소모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남4구에 위치한 부동산에서는 수요자들에게 세무사를 연결해주는 방법으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반포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수자가 소득이 있는 경우 차용증을 쓸 수 있다"며 "차용증을 쓰고 이자를 매달 계좌를 넣어야 하고, 받은 이는 이자 신고를 매달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몇 고객은 이러한 방법으로 신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과 함께 부동산 특별사법경찰(특사경) 파견 등이 강남권 거래가 위축된 요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 수석연구원은 "강남에 현금자산으로 부동산 투자하시는 분들만 있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