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판데믹(대유행)으로 접어들며 세계가 닫히고 있다. 발원지인 중국과, 초반 강력한 방역에 나선 국내의 경우 큰 불은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미국은 물론 유럽과 중동 등 각 국은 말 그대로 셧다운의 공포에 직면한 상태다. 한 때 유행했던 '모든 이가 연결되는 지구촌 시대'도 코로나19 앞에서는 헛된 구호가 되고 말았다.

애플에 이어 나이키도...
애플은 중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당시 현지 42개의 매장을 모두 폐쇄했으나, 지금은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며 더 이상 중국 시장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렸다.

다만 중국 외 세계의 매장은 모두 문을 닫았다. 16일 현재 중국 외 지역에서 운영되는 매장 460개는 모두 닫혔으며 아직 재개장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애플은 최근 WWDC 2020의 온라인 개최까지 선언하며 바짝 엎드린 모양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3일 "코로나 전파 위험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최대한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이라면서  "폐쇄된 매장에서 시급을 받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임금을 지급할 것"이라 밝혔다.

애플이 중국 외 매장 셧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인기 스포츠업체인 나이키도 매장 셧다운에 동참하고 있다. 나이키는 15일(현지시간) 중국과 한국, 일본을 제외한 모든 매장을 닫을 것이며 재개장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미국의 나이키 매장도 모두 셧다운되며 현재 나이키는 31일까지 미국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한 상태다.

그 외 이케아 및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글로벌 기업들의 매장도 셧다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직 전 세계 매장을 닫는 수준의 셧다운에 돌입하지는 않았으나 사태가 심상치않게 돌아갈 경우 전격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오스트리아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가 나서 공공장소 이동 제한령 및 매장에 대한 강제 휴무 등을 명령하는 가운데, 당국의 조치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한편 애플에 이어 나이키도 매장 셧다운에 돌입한 가운데, 이는 코로나19 감염증을 막아내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설명과 함께 커지는 불황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며 매장을 운영하는 기본적인 비용을 아끼려는 포석이다.

생산시설 셧다운 가능성도 제기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생산시설 셧다운 공포도 커지고 있다. 근로자의 코로나19 감염이 일어났을 경우와, 코로나19로 경기가 얼어붙어 울며 겨자먹기로 생산시설이 셧다운에 들어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던 1월과 2월 중순에는 감염 우려에 따라 현지 생산시설이 멈추는 일이 잦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집단감염 증세를 막아내기 위해 중국 정부는 춘제휴가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및 SK하이닉스 및 우한에 공장이 있는 SK화학 등은 현지 생산시설이 멈추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현지 부품 조달이 원만하지 않아 국내 공장이 멈추는 일까지 벌어졌다.

시간이 흘러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잦아드나 싶었으나,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2월 말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생산시설의 직접적인 감염에 따른 셧다운 공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구미기흥 사업장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도 구미사업장에 확진자가 나와 생산시설이 한 때 셧다운됐다.

코로나19가 세계적인 판데믹에 돌입하며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 생산시설 거점을 가진 기업들의 고민이 크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각각 파운드리 공장과 세탁기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헝가리 및 슬로바키아, 폴란드에도 가전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 코로나19 감염증상이 심해지며 생산시설 셧다운 공포가 커지는 중이다.

LG전자도 미국 테네시에 가정 공장을 건설했고 폴란드에서 세탁기와 냉장고를 생산하는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미국과 체코에, 기아자동차는 미국과 슬로바키아에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다.

국내 빅3 화합업체들의 고민도 크다. 이들은 중국 우한에 생산시설 거점을 둔 상태에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고, ESS 사태 등으로 실적까지 휘청이는 가운데 미국 및 유럽'발' 코로나19 사태라는 추가적인 악재와도 직면했기 때문이다.

당장 LG화학은 미국 및 폴란드에 생산시설 거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폴란드 거점의 경우 지난 3일 공장 증설을 위해 인근 가전 공장을 인수한다고 밝힐 정도로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LG화학은 지난달 3일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주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20GWh를 추가해 120GWh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연장선에서 공격적인 전략에 나서고 있으나 코로나19라는 돌발악재를 만났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도 헝가리에 배터리 생산시설이 있다. 올해 헝가리 코마롬 공장에 대규모 증설을 진행하며 2022년까지 약 8400억원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모든 생산라인이 완공되면 연간 7.5GWh(기가와트)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현지 생산시설 거점에도 일정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SDI도 역시 헝가리에 자동차전지 라인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로 노심초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 배터리 3사의 고민도 커진다. 출처=각 사

한편 직접적인 감염에 따른 생산시설 셧다운과 더불어, 글로벌 교역망이 무너지며 생산시설이 셧다운에 가까운 피해를 입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2월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달 보다 13.5% 급감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인프라 시설을 비롯한 고정자산 투자도 같은 기간 전년 대비 24.5% 감소하며 세계의 공장 중국이 콜록이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교역망이 흔들리며 제조업 전반의 불경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평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5일(현지시간)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연방기금금리(FFR)를 1.00~1.25%에서 0.00~0.25%로 1.00%포인트 인하하는 파격적인 조치에 들어갔다. 지난 3일 기준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1.00%~1.25%로 내린 후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나아가 7000억달러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도 사들인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경제가 위축된 가운데 대규모 자금을 풀어 양적완화를 시도하는 셈이다. 그러나 시장은 공격적인 양적완화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글로벌 생산시설 셧다운에 따른 교역망 붕괴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최악의 단절, 최악의 위기다.

문 걸어잠군 세계
중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숫자가 16일 기준 16명으로 확인된 가운데,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내 신규 확진자 수 12명이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제 코로나19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각 국은 코로나19 사태를 막아내기 위해 발작적인 문 걸어잠구기에 돌입하고 있다. 미국 CDC가 5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를 열지 말라고 권고하는 한편 공공시설 이용이 금지되는 상황에서, 각 국의 인적 교류도 막히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일본이 한국 비자면제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에 인적 교류가 끊어졌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교류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한항공의 경우 여객 노선 124개 중 무려 89개 노선에 대한 운휴조치에 들어갔고 아시아나항공도 75개 노선에서 24개 노선으로 항공편 규모를 대폭 줄였다.

이런 분위기는 교역망에 부담을 주며 글로벌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전망이다. 특히 수출지향적인 경제모델을 가진 한국은 괴멸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S&P는 12일(현지시간)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코로나19 전부터 이미 하방압력이 컸다"면서 "한국은 교역 및 수출 의존도가 높아 광범위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