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장기 국채까지 매입 대상 넓혀…'4700조원 돈풀기' 금융위기 데자뷔

18일 FOMC서 파격 금리인하 전망…시장 “최소 0.75%, 최대 1.00%p”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오는 17~18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카드로 사용했던 ‘양적완화(QE)’와 ‘제로금리’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있어서다.

연준의 공개시장 운영을 맡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13일(현지시간) 최대 30년 만기의 장기국채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전날 채권매입 프로그램의 대상 증권을 1년 이하 단기채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뒤 하루 만에 장기채까지 그 범위를 넓힌 셈이다.

연준이 이날 순매입한 국채 만기 구간은 5개다. 뉴욕 연은 공개시장운영 데스크에 따르면 △0~2.25년물(80억달러) △2.25~4.5년물(80억달러) △4.5~7년물(80억달러) △7~20년물(50억달러) △20~30년물(40억달러) 등 총 330억달러 규모다.

뉴욕 연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장기국채 매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채권시장이 매우 이례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연준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장기채 매수를 통해 시장에 장기 유동성을 투입하는 일반적 의미의 양적완화(QE)가 사실상 시작된 셈이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양적완화를 시행하다 2015년 중단했다.

연준은 금융위기 때 무려 3조9550억달러(약 4765조원)어치 자산을 매입해 돈을 풀었다. △1차 양적완화(2008년 11월~2010년 3월, 장기국채 3000억달러·주택저당증권(MBS) 1조2500억달러·에이전시채권(국영 모기지업체 발행 채권) 1750억달러 △2차 양적완화(2010년 11월~2011년 6월, 장기국채 6000억달러) △3차 양적완화(2012년 9월~2014년 10월, 장기국채 7900억달러·MBS 8400억달러) 등에 걸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에서 "아마도 8월 중순까지만 진행되는 정책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연준은 '양적완화'라고 부르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된다면, 연준은 자산매입을 계속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기 때 꺼냈던 제로금리(0.00~0.25%) 역시 가시권에 들어왔다.

연준은 이번달 초 긴급 FOMC를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0.50%포인트 파격 인하했다. 현재 연준의 기준금리는 1.00~1.25%로 낮아진 상태다.

시장에서는 오는 18일 FOMC 정례회의에서 최소 0.75%, 최대 1.00%포인트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서 제로금리를 찍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월가의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유수의 기관이 이런 전망을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18일 정례 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판하며 또 다시 금리인하를 압박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겨냥해 "내가 볼 땐 나쁜 결정을 많이 했다"면서 "다른 국가들은 우리의 연준보다 훨씬 더 과감한 조처를 하고 있다"며 더욱 과감한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또한 "나에게는 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있지만 사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준 의장을 비판하면서 금리 인하를 압박한 가운데 해임 권한까지 거론하면서 재차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어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