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전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와 관련해 각 전선에서는 치열한 신경전도 불을 뿜는 중이다.

미국과 중국, 여전한 난타전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을 벌이며 대립했던 미국과 중국은 1차 합의를 통해 극적인 휴전에 돌입했으나, 아직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다. 2차 협상을 앞두고 중국 화웨이 이슈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상당부분 남아있기 때문이다. 5G 패권을 중심으로 글로벌 통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 미국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투입해 이를 억제하려고 한다.

미국과 중국의 ICT 패권 전쟁은 이미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두 진영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고 있는 유럽 시장 분위기가 미묘하다. 당장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은 속속 화웨이와 협력하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를 앞 둔 영국은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적극 차용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BBC 및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1월 28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국가안보회의(NSC)를 열어 5G 통신 네트워크 공급망에 관한 검토 결과를 확정했으며, 여기에 화웨이 장비가 들어간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유럽과 화웨이의 협력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밀월관계라는 점을 들어 유럽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했으나, 유럽 동맹국은 물론 '파이브 아이즈'의 영국마저 화웨이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화웨이=리스크'라는 공식을 성립시키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 지점에서 미국은 화웨이에 16개의 새로운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하는 맹공을 펼치고 있다. 미 법무부가 2월 13일 공소장 변경을 통해 화웨이를 대상으로 16개의 새로운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기 때문이다.추가 기소는 리코법 위반이 골자다. 실제로 뉴욕 연방검찰이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을 보면 화웨이를 비롯해 화웨이 자회사들은 기업의 부정거래 및 조직적인 부패 범죄를 다루는 리코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화웨이는 즉각 반발했다. 화웨이는 2월 16일 "상당히 오랫동안 미국 정부는 민영기업을 공격하기 위해 국가 전체의 힘을 사용해 왔다. 입법, 행정, 사법 또는 외교에 관계없이 모든 수단을 사용해왔고, 화웨이의 정상적인 비즈니스 운영을 방해하기 위해 여론을 뒤흔드는 시도를 해오고 있다"면서 "민영기업을 상대로 초강대국이 국가 기관을 동원하여 하고있는 이러한 공격은 역사상 거의 없었다. 화웨이에 대한 미 법무부의 새로운 기소는 이러한 캠페인의 연속이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분명한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했다.

"전염병 발원지 논쟁"
최근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가운데, 두 나라는 전염병의 책임 소재를 두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사스 영웅으로 잘 알려진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2월 27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 가운데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트위터를 통해 "미군이 우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가져온 것일 수 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놨다.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 우한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이러한 주장은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며 중국 책임론이 거세지자 이를 회피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는 단순한 창궐을 넘어 이제 판데믹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확진자가 급증하며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있으며 유럽'발' 입국이 막힌 상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부인 소피 그레고어 여사가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중국의 일대일로에 적극 협조하던 이탈리아는 현재 전국민 이동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확진자만 1만7000명을 돌파하며 사실상 패닉룸에 갇혔다.

스페인도 비상이다.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334명, 사망자는 122명으로 폭증했으며 프랑스도 사망자가 80명에 육박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며 코로나19 조치 공조를 요청하기도 했다.또 영국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만에 200명 이상 증가하는 등 확진자만 800명에 이르고 있으며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제 유럽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진원이 됐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아시아도 비상이다.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으며 싱가포르에서도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 정상 개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가 됐으며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지속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가 판데믹에 접어든 가운데 글로벌 경제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는 파탄났으며 교역망도 붕괴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이탈리아가 시발점이 될 것"이라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코로나19 사태를 피하기를 바란 단 한 국가가 있다면 바로 이탈리아"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자, 미국은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3일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를 초치해 엄중항의했으며 앨리사 파라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의 주장을 '음모론'이라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두고 '외국에서 온 바이러스’(foreign virus)라 부르며 그 책임이 중국에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 미 당국자들은 코로나19라는 단어 대신 '우한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두 나라의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