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세계보건기구 WHO가 코로나19를 두고 판데믹(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세계가 잔뜩 공포에 질리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최악의 경제 위기 가능성도 증폭되고 있다.

공포, 또 공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연방재난관리처(FEMA)는 400억 달러가 넘는 재난기금을 활용해 즉각 액션에 나서는 한편 주 정부 차원의 긴급 방역활동도 단행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조기에 잡을 수 있다'고 호언하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본인의 확진 여부를 두고도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재선 가도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각 주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있으며 NBA도 연기됐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부인 소피 그레고어 여사가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검사 결과를 게재하면서 "가짜뉴스를 믿지 말라!"고 일갈하며 이는 헤프닝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유럽은 상황이 심각하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적극 협조하던 이탈리아는 현재 전국민 이동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확진자만 1만7000명을 돌파하며 사실상 패닉룸에 갇혔다. 누적 사망자만 1266명을 기록하며 사실상 전국이 셧다운됐다. 스페인도 비상이다.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334명, 사망자는 122명으로 폭증했으며 프랑스도 사망자가 80명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대표 명소인 루브르박물관 등은 무기한 폐쇄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며 코로나19 조치 공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영국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만에 200명 이상 증가하는 등 확진자만 800명에 이르고 있다. 프리미어리그(EPL)와 챔피언십리그 등 영국을 대표하는 스포츠도 멈췄다. 사망자 8명이 나온 독일도 휴교령이 내려지며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가능한 한 사회적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스는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를 취소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제 유럽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진원이 됐다"고 우려했다.

이란은 사망자가 폭증해 교외에 추가로 집단무덤을 만들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그 외 중동 지역도 코로나19 사태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상대적으로 청정지역으로 분류되던 인도에서도 카르나타카주와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첫 사망자가 나오자 주요 도시의 공공 빌딩과 극장, 술집의 폐쇄를 명령하며 긴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으며 싱가포르에서도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지속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 위기?
국제 유가 하락과 미국의 유럽발 여행객 제한 조치로 글로벌 증시가 크게 휘청였으나, 각 국이 코로나19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13일(현지시간) 글로벌 증시는 다소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위기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코로나19로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이탈리아가 시발점이 될 것"이라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코로나19 사태를 피하기를 바란 단 한 국가가 있다면 바로 이탈리아"라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 3위의 경제대국이지만 북부와 남부의 경제적 차이가 크고 정부의 부채비율이 GDP 대비 135%를 넘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긴급부양책을 가동하며 유로존 전체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코로나19 사태가 상대적으로 윤택한 북부를 중심으로 번지는 것도 부담이다. 그 연장선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이탈리아'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WP의 지적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도 사정이 나쁘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최근 우한을 방문하며 사실상 코로나19 사태 종식 선언을 했으나, 글로벌 경제 위축이 시작되며 중국 제조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공장을 가동하려고 해도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각 국의 발주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이 코로나19로 마비되고 항공 및 물류망도 멈출 경우 중국의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 이상의 경제적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