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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진의 실전기업법무] 기업이 주총 ‘전자투표제’를 도입해야 할 3가지 이유

# KT는 오는 3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지난 2006년 주주가 주소지로 발송된 서면으로 안건에 대한 의사를 밝힐 수 있도록 하는 ‘서면 투표제’를 도입했던 KT로서는 진일보한 결정이다. 앞으로 전자투표를 원하는 KT주주는 한국예탁결제원 전자투표 사이트에 접속해 공인인증서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친 후 안건별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주총시즌을 맞아 ‘전자투표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동안 주주가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직접 투표, 대리 투표, 위임 투표였지만, 최근 상장회사들의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고 소액주주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대리·위임이 아닌 투표 방식으로 주주가 총회장에 가지 않고도 투표권을 직접 행사하려는 주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2009년 상법은 주주가 주총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도 전자적인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개정을 하였다. 그러나 그 동안 전자투표제는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이사회인데(상법 제368조의 4 제1항), 이사회로서는 굳이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는 다양한 소수주주들이 전자투표제를 이용해 주총에 적극 참여하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았으므로 전자투표제 도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전자투표제’ 도입은 기업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섀도 보팅(Shadow voting) 제도 폐지

우선 섀도 보팅 제도의 폐지를 들 수 있다. 섀도 보팅 제도란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여 다른 주주들의 투표 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로 가령 동일한 지분을 소유한 주주 100명 중 주총에 참석한 주주가 10명일 경우, 이 10명 중 6명이 이에 찬성, 4명이 이에 반대 했다고 하면 출석하지 않은 나머지 90명의 주주에 대해서도 똑같은 비율로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이러한 제도의 장점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의결권이 부족해 기업이 의사결정을 못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주총 출석에 가장 적극적일 경영진과 대주주들의 의사에 의해 주총 의결이 좌지우지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1991년 도입되었던 섀도 보팅 제도는 2017년 12월 폐지되었다. 결국 기업들은 의결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소수주주들의 적극적인 주총참여를 유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 지난해 3월 29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KT 주주들이 주주확인을 받고 있다. 뉴시스

2. ‘장수’감사 단속 강화 가능성

이른바 ‘3% 룰’에 걸린 감사 선임제도도 문제다. 상법은 감사선임과 관련하여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그 초과하는 주식에 관하여 감사의 선임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제409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으며, 정관으로 이 비율보다 낮은 비율을 정할 수는 있지만, 그 비율을 올리지는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제409조 제3항). 즉, 제 아무리 대주주라도 감사 선임에 있어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 전체 지분의 3% 이상은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상장사들 중에는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를 교체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현재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위해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비용이 훨씬 크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감사를 그대로 두고 ‘등기업무를 게을리 함’으로 인한 과태료(제635조 제1항)를 맞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최근 한국거래소가 주주총회를 불과 몇 개월 앞두지 않는 시점에서 임기 제한(6년) 규정에 걸려 결격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외이사를 교체하지 않는 등의 위반사항이 적발될 시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사유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처럼 ‘감사’의 경우도 언제든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의 법률리스크 관리 입장에서는 정부가 올해 ‘장수’사외이사를 단속하듯 내년에는 ‘장수’감사를 단속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미리부터 전자투표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3. 높아진 소액주주의 ‘몸값’ 과 ‘눈높이’

올해도 한진칼은 KCGI가 주도하는 소위 ‘3자 연합’에 대응하여 소액주주 표심 잡기에 한창이다. ‘주주행동주의’로 소액주주가 캐스팅보터의 역할을 함에 따라 몸값이 높아진 결과인데, 이 경우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 주주의 의사결정 참여율을 높일 수 있으며,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위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전국적인 전염병이 창궐하는 경우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대행인을 통해 대면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는 전자투표를 도입하고 이를 적극 홍보하여 주주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물론 전자투표제도 도입을 통해 특정 대주주가 아닌 일반 주주 모두가 함께 의사 결정하고 경영에 참여하는 민주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도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다.

전자투표제도는 서면투표 등과 달리 정관개정을 통하지 않고도 상법상 주총 소집통지 시 ‘주주가 전자투표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통지하는 것을 전제로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도입이 가능한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해 봄직 하다(제368조의 4 제1항, 제2항).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20.03.15  09: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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