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처음 '문재앙 코로나로 인해 당분간 재택근무 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이미지를 커뮤니티에서 봤을 때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며 시민은 본인의 소신에 따라 여러가지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지만, 다소 선을 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문재앙'이라는 표현은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를 비토하는 일부 커뮤니티에서 흔히 사용하는 모욕적 표현인데다 대놓고 '하나투어 역삼이마트점 올림'이라 적은 대목에는 묘한 패기마저 느껴집니다.

이와 관련해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하나투어는 고개를 숙이며 자초지종을 해명했습니다. 

하나투어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죄송하다"면서 "해당 판매점은 하나투어 소속이 아닌 별도의 사업자이며, 해당 부착물 또한 대리점의 대표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하나투어는 지체없이 해당 대리점에 경고와 동시에 이를 철거했으며 해당 게시물은 하나투어와의 계약 위반"이라면서 "대리점 계약해지 및 법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를 취재한 결과 하나투어의 해명은 사실로 보입니다. 실제로 하나투어와 같은 여행사는 자사의 상품을 판매할 때 직접 판매하기도 하지만, 별도의 계약을 통해 판매 대리점에 상품 판매를 대행하기도 합니다. 

이 때 판매 대리점은 하나투어라는 회사와는 관련이 없고, 하나투어로부터 별도의 업무지시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문재앙' 운운한 사업장은 정확히 말해 '하나투어 판매 대리점 00점'이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해당 판매 대리점의 직원들은 하나투어 직원들도 아니고, 하나투어와 관련이 없이 그저 하나투어 상품만 판매하는 곳이니까요.

▲ 출처=갈무리

그렇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하나투어의 대응은 적절해 보이고, 또 현실적입니다. 일단 하나투어와 관련이 없는 판매 대리점이 본인들을 마치 하나투어의 지역 지점인 것처럼 표기하면서 '문재앙' 운운한 것은 엄연한 계약 위반이기에 하나투어는 그 책임을 물어 계약해지에 나서며 법적인 책임까지 묻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즉, 하나투어 입장에서는 자사와 상품 계약을 맺은 판매 대리점을 겨냥해 현실에 맞도록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한 셈입니다.

사실 이러한 논란은 국내 IT 플랫폼,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플랫폼에서 자주 발생하는 편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간혹 오프라인 사업자의 일탈과 위법행위로 온라인 플랫폼이 비판을 받기 때문입니다. 모 숙박 플랫폼은 이와 관련해 성매매 논란이 불거져 홍역을 치르기도 했고, 모 배달 플랫폼은 오프라인 사업자의 비위생적인 음식 서비스에 도매급으로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다만 O2O 업계에서의 대행에 이은 계약, 서비스 판매 방식에 대한 책임을 상정함에 있어 일정정도 플랫폼의 비중도 높습니다. 즉 오프라인이 사고를 쳤을 때 온라인 플랫폼의 관리감독 책임도 어느정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하나투어의 경우는 이러한 기준보다는 더 헐거운 잣대가 적용되는 '단순 상품 판매 대행'일 뿐입니다. 불필요한 논란이 불거진 점은 유감스럽지만, 하나투어 자체에 대한 과도한 비판을 자제할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여행업계가 최악의 고통을 겪는 가운데, 자사와 관련도 없는 판매 대리점의 일탈로 하나투어가 필요이상의 고통을 당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물론 하나투어도 기본적인 상품에 대한 관리감독에 소홀한 점은 있지만, 굳이 불매운동까지 벌일 정도로 비판할 사안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든 문제가 벌어지는 법입니다.

*IT여담은 취재 도중 알게되는 소소한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장의 기사성보다 주변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점에서 독자와 함께 고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