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가장 숙련된 일자리 중 하나이지만 앞으로 AI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 Fossbyted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인공지능(AI)의 다음 물결은 어디를 향할까?

인공지능, 그러니까 더욱 인간처럼 생각하는 프로그래밍 기계가 로봇과 컴퓨터만큼이나 비슷한 규모로 미국인이 일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고된 일이다. 그러나 이제 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공장에서 나사를 돌리는 현장 노동자나 서류를 정리하는 사무직원을 넘어 관리직이나 전문직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런 인공지능에 가장 취약한 직업으로는 고임금을 받으며 주로 백인 및 아시아계 남성이 많은 마케팅 전문가, 금융 상담원,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이라고 밝혔다.

이들 직업군 다음으로AI에 가장 취약한 전문직으로 일부 종류의 엔지니어, 검안사, 그래픽 디자이너, 소프트웨어 개발자, 영업 매니저 등이 포함되었다.

이 연구 저자들 중 한 명인 마크 무로는 “직장에서의 새로운 기술은 일반적으로 저숙련 근로자들보다는 고숙련 근로자들에게 유리하지만, 인공지능에게는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이미 오래 전에 기계들이 반복적인 물리적 작업이나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수행해 왔지만, AI는 컴퓨터로 하여금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를 예측하고, 패턴을 인식함으로써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심지어 의사 결정까지 할 수 있게 한다. 그런 일들은 현재 다양한 학위를 취득한 전문직 근로자들이 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금융 상담원은 고객의 경제 상황, 소득 전망, 개인 목표 등을 분석해 고객에게 은퇴 계획에 대한 지침을 제공한다. 그런데 AI의 알고리즘도 동일한 정보를 사용해 은퇴 계획안을 작성할 수 있다.

또 새로운 영화나 자동차에 대한 광고 전략을 진행하기 위해 소비자 지출 동향과 패턴을 분석하는 시장 조사 분석가가 있다고 하자. AI가 탑재된 컴퓨터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의료 시설들은 이미, X레이 사진을 판독해 폐렴 같은 질환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AI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방사선사가 수행했던 일이다.

▲ 로봇도 관리자가 필요하다. 샌프란시코만 지역을 순찰하는 여러 대의 로봇은 한 명의 인간 전문가가 관리한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스탠포드대학교 경제학과 마이클 웹 교수는 "AI가 앞으로 일련의 일을 대신하겠지만, 모든 것을 완전한 대체한다는 근거는 없다. 그러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일이 바뀔 것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웹 교수는 AI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AI 관련 특허 1만6000여건을 분석해 ‘질병 진단’이나 ‘항공기 인식’ 같은 AI의 능력을 판단하였다. 웹 교수는 다른 한편으로, 직업에 필요한 특정 업무를 분류하기 위해 수백 개의 직업이 포함된 노동부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웹 교수는 AI의 능력이 기존 직업에서 요구되는 것과 얼마나 자주 중복되는지를 측정 비교했다. 웹 교수의 분석은 이번에 발표된 브루킹스 연구 보고서의 기초를 제공했다.

브루킹스 보고서에서 학사 학위 소지자들의 업무가 고등학교 졸업자의 업무보다 인공지능의 영향에 노출될 가능성이 5배나 더 높았다. 가장 많이 노출되는 직군은 임금 소득 기준 상위 10내지 30%에 속하는 직업들이었다.

확실히, 과거의 전문가들은 농업의 기계화, 공장의 자동화, 그리고 값싼 해외 노동력의 아웃소싱 같은 변화들이 대량 실업을 야기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예측임이 드러났다. 물론 그런 움직임이 많은 미국 일자리를 없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많은 직업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미국의 실업률은 올해 1월 3.6%로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오늘날 미국은 1970년대 후반에 비해 공장 일자리가 600만 개 줄었지만, 서비스 부문의 성장으로 인해 총 6200만 개의 일자리가 더 생겨났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자동화에 비교적 크게 노출된 제조업과 운송업 등의 일자리를 찾는 실업자보다 구인자 수가 더 많다. 많은 기업들은 미국이 현재 가용 노동자를 너무 적게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인공지능의 이용을 확대하는 것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인력난을 감안할 때 필요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브루킹스의 연구가 인공지능 노출이 상위 10%의 소득자에게 집중된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기업의 고위 간부들은 하위직 전문직 종사자들에 비해 AI의 잠재적 영향에 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무로 연구원은 "최고경영자들은 대부분 AI의 일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숫자를 처리하거나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드는 건 그들의 일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