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무 시간을 줄이면 직원들의 동료애를 고취시키고, 독립적 사고를 키워주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출처= WAU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당신이 사장이라면 당신 회사의 가장 헌신적이고 창의적인 직원들, 도전을 수용하고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직원들을 어떻게 식별하겠는가?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월급을 줄이지 않을 테니 근무시간을 줄여보라고 요청해 보라.

최근 들어 몇몇 회사들이 주 4일 근무 또는 근무 시간을 단축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스웨덴에 있는 도요타 고텐버그(Gothenburg) 서비스 센터의 정비사들은 지난 2003년부터 6시간 교대 근무로 주 30시간을 일하고 있다. 영국 버밍엄의 금속제조업체 AE 해리스(AE Harris)는 2006년부터 주 4일 36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호주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아이스랩(Icelab)도 2008년부터 주 4일 동안 32시간 근무한다. 오랜 근무시간으로 악명 높은 한국의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한국의 우아한 형제들은 근무 시간을 점차적으로 35시간으로 줄여나갔다.

확실히 기업들이 근무시간을 단축하면 직원들이 혜택을 입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직원들뿐 아니라 기업들도 그 못지 않은 이익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직원들은 더욱 효과적으로 협업하고, 보다 과감하게 우선 순위를 매기고, 서로의 시간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된다. 회사 경영진은 세부적인 사항을 면밀히 살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육성하고, 매주의 압박으로부터 회복할 시간을 얻는다.

물론, 이것은 어디에서나 통하지는 않는다. 일부 회사들은 그것이 너무 파괴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재정적 차질이 생기면 기업들은 실험을 포기하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생산성과 수익성을 희생하지 않고, 아니 오히려 두 가지를 모두 개선시키며 근무시간을 단축시킨 여러 나라의 여러 업종에 걸친 기업 100개 이상의 기업을 연구한 결과, 제대로만 한다면, 근무 시간 단축이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회사들을 그런 인도한 것은 무엇일까? 밤을 새서 일하는 것은 물론 주말까지 일에 바친 창업자들은 위기에 직면해 변화를 추구한다. 영국의 유명 햄버거 레스토랑 고든 램지(Gordon Ramsay)에서 일하다가 독립해 에딘버러에 자신의 식당을 차린 스튜어트 랄스턴은 3년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다가 문득 "나 자신과 가족의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고 있다"는 생각에 2018년 주 4일 근무 체제를 도입했다.

근무 시간 단축을 시도하기 위해 기업들은 우선 한 주일의 매출을 조사해 가장 매출이 적은 날을 휴무로 할 것인지 아니면 매일 근무 시간을 줄일 것인지 판단한다(많은 기업들은 금요일이 고객이나 출고량이 비교적 적었다). 기업들은 또 내부 운영 방식을 변경해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회의 시간을 줄이거나 회의를 하루 중 특정 시간으로 제한할 수 있다.

또 직원들의 집중을 방해하는 것들을 없애기 위한 새로운 규칙을 정할 수 있다. 코펜하겐의 컨설팅 회사 IIH 노르딕(IIH Nordic)에서는 직원들에게 소음 차단 헤드폰과 특별 음악을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직원들이 집중이 필요해 방해 받지 않기를 원하는 시간을 표시할 수 있도록 책상 위에 빨간 불과 타이머를 설치했다.

회사들은 또 새로운 문화적 규범을 개발할 수 있다. 차량 정비소와 요양원 같은 곳은 교대 근무를 단축하는 대신 출근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휴식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캘리포니아 헌팅턴 비치에 있는 블루 스트리트 캐피탈(Blue Street Capital)의 데이비드 로데스 CEO는 하루 근무 시간을 5시간으로 줄이고 즉석 회의를 금지했다. 또 초과 근무를 ‘미덕’이 아닌 ‘문제’로 간주하는 회사도 있다. 한국의 우아한 형제의 경영자들은 초과 근무를 ‘헌신’의 증거가 아니라 ‘계획을 잘못한 것’으로 여긴다.

조직 문화의 변화는 생산성과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개선시킨다. 마이크로소프트 재팬은 지난해11월, 지난 여름 4주간 동안 시도했던 근무 단축 시험에서 생산성이 거의 40% 증가했고 전기요금을 23%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우아한 형제는 3년 동안 근무 시간을 단축했지만 이 기간 동안 매출이 10배 증가했다. 영국 글래스고의 콜센터 퍼슈트 마케팅(Pursuit Marketing)은 주 4일 근무하면서 생산성이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 여러 나라의 여러 업종에 걸친 기업 100개 이상의 기업을 연구한 결과, 제대로만 한다면, 근무 시간 단축이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출처= Corporate Rebels

이외에 근무 시간을 줄임으로써 회사에 돌아오는 이익은 다음과 같다.

동료애를 고취시킨다: 우리는 근무 시간이 길어야 동지애가 더 돈독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5일 동안 할 일을 4일 동안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을 강구하고, 업무를 분석해 재구축하고, 새로운 문화를 건설하고,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일에 대해 도전하도록 하는 것은 직원들을 하나로 모을 뿐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높일 수 있다.

독립적 사고를 키워준다: 근무 시간을 단축하면 직원들이 회사의 주식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만들고 혁신을 장려할 수 있다. 샌디에이고의 부동산 회사 더 구달 그룹(The Goodall Group)은 주 4일 근무로 전환한 후, 직원들이 일을 더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새로운 계획과 실험을 꾸준히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설립자이자 CEO인 스티브 구달은 "내가 한 일이라곤 그들에게 하루 더 쉬게 해 준 것뿐인데, 그들은 자신들이 주인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규 직원 채용 및 직원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근무시간이 짧은 기업은 최고의 인재를 끌어 모은다. 일본의 그룹웨어 회사인 사이보즈(Cybozu)는 근무 시간을 단축하니 마이크로소프트나 삼성 같은 대기업과 경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의 요양원 글레베(Glebe)는 주 30시간으로 근무 시간을 단축하자 연간 이직률이 128%에서 44%로 떨어졌다.

성 차별을 줄일 수 있다: 근무 시간을 단축한 회사들은 업무 우선 순위를 정하는데 능숙하고 일과 삶의 경계를 유지하며 약속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직원을 필요로 하는데 여기에는 워킹맘이 제격이다. 런던의 디자인 회사 노멀리(Normally)의 공동 설립자 크리스 다운스는 "회사가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이후, 능력 있고 경험 많고 초집중적이며 생산적인 여성들의 직장 복귀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며 만족해 했다.

이제 회사들은 업종이 다르니 주4일제나 6시간 근무가 맞지 않는 다는 등의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 문제는 회사가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영하느냐 하는 것이다. 호주의 화장품 회사 케스터 블랙(Kester Black)의 안나 로스 CEO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직원들이 3일간의 주말을 쉬고 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출근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이유지요. 더 많은 회사들이 이 같은 발견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