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Half(이분의 일)

이현권 작가는 바다 앞에 카메라를 세운다. 경계가 잘 보이는 장소와 지점을 찾아 카메라를 고정시킨다. 그리고 어스름해지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사위가 어둑해지면 잘 보이던 경계가 어둠에 묻혀 보이지가 않게 된다.

멀쩡하게 잘 보이던 경계가 마침내 보이지가 않는다? 작가가 찍고 싶었던 게 경계가 아닌가. 그렇담 처음에 잘 보이던 경계가 아닌, 또 다른 경계를 찍고 싶었다는 얘긴데, 그 또 다른 경계란 뭔가. 처음의 경계와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그렇게 다른 것이지만, 여전히 경계인가. 아님, 경계와는 다른 무엇? 사위가 어둑해질 즈음 경계가 어둠에 묻혀 보이지가 않을 때, 정작 작가의 눈(그러므로 어쩜 카메라의 눈)에는 비로소 경계가 보이기 시작한다고 했다. 바로 작가가 그토록 보고 싶고 찾고 싶었던 경계일 것이다.

다시, 그게 진정 경계인가. 사실 그건 눈이 보아낸 경계는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마저, 차라리 어둠 속에서야 비로소 자기를 열어 보이는 경계란, 사실은 경계가 아닌, 경계의 잔상이고 잔영이다. 경계의 기억이고 고집이고 그리움이다.

▲ A Half(이분의 일)

경계를 지각하는 것은 눈의 일이고 감각에 속한 일이지만, 경계의 잔상이 감각을 넘어 인식의 끝자락에 편입되고 등록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게 작가(사진작가 이현권,이현권 작가,LEE HYUN KWON,Photographer LEE HYUN KWON,Psychiatrist and Photographer LEE HYUN KWON)는 감각적인 경계와 관념적인 경계, 감각되는 경계와 경계의 관념이 서로에게 열리면서 몸을 섞는 경계, 지경, 차원의 극적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다.

실제로 작가의 사진을 보면 선명한 경계, 손에 잡히는 경계 대신, 애매한 경계, 지워진 경계, 사실은 막 지워지려고 하는, 막 사라지려고 하는, 어쩜 더 깊어지려고 하는 경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렇게 경계를 풀고, 하늘과 바다가 막 한 몸이 되기 직전의 극적 순간을 보여준다.

△글=고충환 미술평론가(ChungHwan Kho Art Cri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