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출처= AvioNew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여행객의 미국 입국을 중단시킨 충격적 발표에서도, 그가 성급하게 발표하는 여러 계획들에서 흔히 나타나는 고질적인 말 바꾸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처음에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 시장의 손실을 저지하기 위해 무역과 여행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보좌관들이 곧바로 나서, 무역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입국자들의 강제 격리 대상에 미국인들과 미국 영주권자들은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정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그 동안 유럽의 무역정책을 맹비난해 왔지만, 현재의 상황을 무역 경쟁에 이용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이 외국인(foreigners)들이 가져온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고립주의적인 미국우선정책으로서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그의 그런 성급한 결정은 유럽 자본 시장에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빠른 속도로 악화될 것이라는 불편한 느낌을 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고 CNN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회를 노리는 시진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주에 바이러스 발생 도시인 우한을 방문해 수만 명의 시민들을 치료한 의료진의 노고를 치하했다.

비록 그가 그런 행사를 비디오 링크를 통해 했다는 것은 전염병이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는 그의 자신감이 아직 확고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지만, 중국이 코로나에서 벗어났다고 대외적으로 크게 떠벌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가 중국이 지금 만들어내고 있는 기회를 주시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시주석이 중국에서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어려운 임무를 마침내 해냈다고 칭찬했다.

중국의 상황이 완화되는 반면 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재앙에 빠지면서 시 주석은 기회를 살피고 있다. 중국에서는 모든 것이 그와 관련이 있다. 국내 정치적 리더십, 중국 경제, 세계 강대국으로서의 입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세계 무대에서 시주석 자신의 위상까지 모든 것이 그에게 달려 있다.

따라서 그가 중국의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중국의 바이러스 대처 성공을 다른 나라들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말 여러 언어로 발간한 책자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한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중앙집권적이고 통일된 지도체제 아래 중국이 ‘인민전쟁’을 어떻게 승리로 이끌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코로나 발병에 대한 중국 정부의 초기 실책은 감추고 중국의 ‘강력하고 효율적이며 신속한’ 대응만 호들갑스럽게 강조하고 있다.

시 주석은 분명 미국을 최대한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것이고 그는 지금 분명히 칼자루를 잡고 있다. 중국 경제가 아무리 심하게 타격을 입었고, 중국의 국제 시장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억압될지라도, 적어도 바로 지금 이 상황에서 시주석은 미국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교묘하게 메시지 조작하는 푸틴

시 주석이 자신의 공적을 자랑하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용하고 있다면, 모스크바에서 푸틴은 대내외 야망을 모두 실행하는 코로나를 이용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어떻게 하면 이 바이러스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게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같은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번 주 유가가 폭락하자 재빨리 자신의 권력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는 기회로 삼았는데, 사실 유가 하락 시나리오는 그가 수년 동안 뒷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것이다.

푸틴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전세계 석유 수요 감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OPEC과 합의하지 못해 국제 유가가 폭락한 ‘검은 월요일’에 자신의 또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는 러시아의 대통령 임기 제한 규정을 고쳐 2036년까지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그가 3분의 1세기 이상 동안 한 나라의 권력을 잡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푸틴이 2024년에 끝나는 현재의 임기를 연장하려 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그가 몇 개월 전에 대통령 권한을 국회로 이양한다는 신호를 보냈을 때, 푸틴의 영향력이 미친 세계의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불안해지면 다른 나라들에게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은밀하게 일하는 데에 천부적 재능이 있다. 그가 하는 일이 국제적으로 알려지면 그가 세심하게 조작해 놓은 국내 언론의 메시지가 손상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블랙 먼데이는 그에게 자신의 계획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최소화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 주 그의 파워플레이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그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었다. 러시아가 공개한 수치가 정확하다면 러시아는 트럼프의 미국보다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을 제한하는 데 있어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푸틴이 트럼프보다 더 기민함을 증명하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지만, 이번에는 단지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것보다 그것으로부터 지정학적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무방비의 트럼프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벼랑 끝에 서 있다. 미국은 경제의 회복력을 강조하면서 위협을 경시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는 언제나 급격한 하락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게다가 유럽 여행객을 제한한 트럼프의 최근 싸움이 미국을 코로나바이러스 문제에서 벗어나게 할 것 같지 않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푸틴과 시주석과 비교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 무방비 상태다. 시 주석은 코로나 대처에 초반에 이후 대대적 이동 제한으로 대응하면서 진압에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코로나에 대처하는 기술과 전략이 모두 부족한 상태다.

그리고 미국이나 다른 나라가 바이러스의 영향을 더 오래 받을수록 경제적으로 회복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은 자명하다. 온 나라가 격리되어 있는 이탈리아를 예로 들어 보자. 이탈리아 정부는 인구 이동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데 있어 중국 정부 같은 극단적이고 강력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 세계 주요 경제국들의 모임인 G7 중 가장 마지막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자칫 G7에 남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축출됐던 G7(과거의 G8)에 복귀하기를 원하고 있고, 이탈리아는 러시아의 재입국을 강력히 옹호하는 나라 중 하나이다.

많은 생명들이 전염병 앞에서 쓰러지고 있지만 지정학적 이해관계는 여전히 치열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가들은 올바른 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