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휴대폰 대리점 사업을 시작한 A씨는 최근 건물주로부터 월세를 올려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언론에서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얼어붙어 장사가 되지 않는 임차인들을 위해 월세를 내려 고통을 분담하는 ‘착한 임대인’이 소개되고 있고, 정부 역시 월세를 깎아주는 임대인에게는 인하분의 절반을 세액공제로 돌려주겠다는 입장인데, A씨는 오히려 반대의 경우를 맞은 것이다. 실제로 A씨는 코로나 19 이전에는 큰 문제없이 현상을 유지할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었지만, 길거리에서 유동인구를 찾아볼 수 없는 요즘은 휴대폰 대리점 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매출이 전혀 없는 한 달을 보내는 등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경우 A씨는 건물주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할까? 반대로 A씨가 건물주에게 월세를 깎아 달라 할 수는 없을까?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대부분은 임대인으로부터 상가를 임차하여 영업을 하고 있어 저조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고정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일부 임대인들은 자발적으로 월세, 즉 차임을 내려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차임을 감액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법적 근거는 우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에서 찾을 수 있다. 상가임대차법은 상가임대차법의 적용을 받는 상가(현행 법령 기준 보증금 및 100개월분의 월차임 합계 서울 9억원 이하,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 및 부산광역시 6억9천만 원 이하 등)의 경우 ‘임차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 증감, 경제사정의 변동’을 이유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장래의 차임 또는 보증금을 감액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제11조 제1항). 물론 같은 조항을 근거로 임대인 역시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증액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지만, 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차임감액청구권’과 달리 차임 또는 보증금은 1년 이내에 재차 증액해 줄 것을 요구하지 못하고, 증액 금액 역시 현행법령 상 차임이나 보증금의 5%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이 다르다(제11조 제2항). 즉, 반대해석상 임차인은 차임을 감액해야 할 사유가 발생하면 1년에도 여러 번 차임감액을 청구할 수 있고, 감액의 폭 역시 기존 차임이나 보증금의 5% 범위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증금 및 100개월분의 월차임액 합계액이 앞서 살펴본 상가임대차법 적용 범위를 넘어 상가임대차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어떨까? 이 경우에도 임차인은 ‘차임감액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제628조). 물론 그 근거는 상가임대차법이 아닌 민법이고, 사유는 ‘공과부담의 증감 기타 경제사정의 변동’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그 밖의 내용은 상가임대차법 상의 ‘차임감액청구권’과 다르지 않다.

다만, 문제는 임차인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임대인에게 차임감액청구를 할 경우 이것이 실제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04년 대법원은 민법 제628조 소정의 차임감액청구권을 근거로 차임감액을 청구한 사안에서 ‘경제위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1997년 10월경 사용계약이 체결된 이후 본격적으로 경제위기가 시작된 1998년 이후에 종전보다 이용 여객이 30%정도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임차물에 대한 공과부담 기타 경제사정 등의 변경으로 인하여 현저히 부당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하여 차임감액을 부정’한 사례가 있는데(대법원 2004. 1.15. 선고 2001다12638 판결 참조), 실무적으로도 임대인이 매년 5% 범위 내에서 차임을 증액하는 경우는 있어도 반대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차임감액을 청구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시 앞선 사례로 돌아가 A씨의 경우는 어떨까? 비록 법원이 임차인의 ‘차임감액청구’를 인정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더라도, 정부까지 나서 임대료 인하를 권유하고 있는 마당에 임대인이 차임증액을 청구하는 것은 인정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를 ‘트리거’로 한 전 세계적인 불황이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인 건물주가 차임증액청구를 요구한다면,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감소한 것을 소명할만한 자료를 가지고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심의, 조정을 의뢰하거나 내용증명 등을 통해 이의의 뜻을 전하며 현재의 차임만 지급하다가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임대인이 보증금에서 차임증가분만큼 공제한 후 반환하려 한다면 보증금 전액에 대한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 차임증가분이 인정될 수 없는 것이었음을 다투어 봄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