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대응 긴급 연설에도 시장은 이틀 연속 폭락하며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WP)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방향성, 확신, 자신감을 기대한다. 그러나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연설은 대통령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정반대로 작용했다.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을 제외한 유럽으로부터의 입국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국민들을 안심시키기는 커녕,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유럽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어지럽히고, 많은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모든 대통령의 가장 귀중한 자산이어야 할 신뢰를 손상시키는 메시지를 보냈을 뿐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주식시장은 약세로 빠져들고, 국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안해 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의 최대 위기를 불안정하게 대처하고 있다. 코로나 19의 팬더믹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의 복지에 대한 신체적, 경제적 위협일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 희망에도 정치적 위협이 되었다.

역사가들은 훗날, 대통령이 전례 없는 유행병을 다루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평가할 것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연설하는 도중은 물론 이후의 여파까지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 임기에 가장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 연설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식 선물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위기에 대해 동맹국들과 자주 접촉해 왔다"고 말했지만, 유럽 정상들은 새로운 여행 제한조치에 허를 찔린 듯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유럽연합(EU)의 두 정상이 서명한 성명은 "유럽연합은 미국의 여행금지 조치 결정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코로나 바이러스만큼이나 강력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바이러스가 미국을 강타하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일상적인 삶이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해가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낙관론에서 심각한 경고를 거쳐 치료적 대응으로 옮겨갔다.

이 과정에서 비록 대통령이 위기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위기 대응에 있어서 가장 신빙성이 떨어지는 지도자가 됐다. 그는 천성적으로 치어리더 기질이 다분한, 사실보다는 과장해서 다루는 것이 편한 대통령이다. 정부의 숙련된 과학자들과 의사들이 국민들에게 현실적인 평가를 제공하라고 조언해 왔지만 트럼프는 전문가들과 모순되는 거짓 예측과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주 질병관리본부(CDC)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에 대한 검사를 받기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테스트 회수를 가능한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셈이다.

코로나 확산에 대한 연방 정부 차원의 대응을 총괄하는 펜스 부통령은 차분함과 현실 인식을 반영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는 가급적 정부 내 전문가의 의견을 따른다. 그러나 그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모든 것을 이끌며 안정적인 지도자 역할을 한 것처럼 대통령을 찬양해야 할 필요성도 느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 백악관과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연설 도중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잘못된 발언을 해명했다. 펜스 부통령과 대응 조율을 담당한 팀원들은 “현재 각 주와 지역의 지도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확산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타난 워싱턴주의 제이 인슬리(민주) 주지사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뱀’ 같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은 책임을 물을 다른 사람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 정부가 초기에 바이러스의 발병을 은폐하려고 하다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것은 정확하다. 유럽 각국의 초기 대응 실패도 아쉬운 점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이것을 일종의 ‘외국의 침략’(foreign invasion)으로 간주하는 것은 대유행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식 시장의 폭락 사태에 대해서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을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국민 연설 이후 주식 시장이 폭락하자 성난 대통령이 연준에게 경기부양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넣으라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 연준의 0.5%p 긴급 금리인하가 시장이 더 이상 하락하는 것을 막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연준의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담당하는 뉴욕연방은행은 12일(현지시간), 이틀간 3개월짜리 레포(환매조건부채권) 거래를 각각 5000억달러 한도로 운영할 것이며, 1개월짜리 레포도 13일 당일 5000억달러 규모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총 1조5000억달러의 단기유동성이 시장에 추가로 공급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12일 미국 주식 시장은 ‘피의 목요일’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은 11일 밤에도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와 싸우고 있는 기업과 개인들을 돕기 위한 방안을 토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는 납세기한 연기처럼 행정 조치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급여세 경감 방안처럼 의회, 특히 민주당과의 조율을 필요로 할 것이다. 같은 날 민주당 하원에서도 자체적인 경제 지원책을 발표했다.

지금 대통령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다루는 것만큼 중요한 우선순위는 없다. 그러나 그의 트위터를 보면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처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 경선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는 마치 민주당 경선의 해설자, 훈수꾼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민주당 기득권층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후보 당선을 강탈했다고 주장했다. 엘리자베스 워렌 위원이 샌더스의 지지세를 약화시켜 조 바이든에게만 좋은 일을 시켰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벌여달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제 바이든이 대선에서 그의 적수가 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대결을 하기 전에, 치명적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이 나라에 가한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지금은 한 국가, 그리고 전세계가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일시적 순간일 뿐"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은 그 순간이 요구하는 리더십을 보여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