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처=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이제 유럽은 제2의 중국이 됐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최근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이같이 평가했다. 현재 유럽은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 7000명을 넘어서며 초비상에 걸렸다.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낮은 북유럽까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유럽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는 12일(현지시간)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전날보다 2651명 증가한 1만 5113명으로, 사망자는 전날 대비 189명 늘어난 1016명으로 집계됐다. 일일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이틀 연속 2000명을 넘겼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모든 상점에 휴업령을 내렸다. 8일 북부에 내린 이동제한령을 10일 전국으로 확대한 데 이어 하루 만에 더 강력한 조처를 한 것이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이날 밤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소 2주간 식품판매점과 약국 등 생필품 판매업소를 제외한 모든 상점에 휴업령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식당의 가정배달은 허용되며 대중교통 이용 중단은 언급되지 않았다.

스페인은 12일 정오 기준 2968명의 확진자(사망자 84명)가 발생해 하루 사이에 828명이 늘어 이탈리아 다음으로 환자가 많게 됐다. 특히 이레노 몬테로 양성평등 장관이 확진판정을 받아 각료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로 했다. 또한 하원 의사당은 1주일간의 의사당 폐쇄 기간을 보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산체스 총리는 당분간 코로나19 대책회의 등 각료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키로 했다.

프랑스와 독일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날 각각 2876명(사망자 61명)과 2745명(사망자 6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16일부터 초·중·고교와 대학 등 각급 학교에 추가 조처가 있을 때까지 무기한 휴교하기로 했다. 다만, 이달 15, 22일 예정된 지방선거는 예정대로 치르기로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코로나19 관련 첫 대국민 메시지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근거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인구의 60~7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위스는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한 남부 티치노 칸톤에 12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탈리아인들이 많이 사는 이 지역은 스위스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과 산하 기구, 국제기구의 일정도 속속 취소하고 있다. 현재 스위스의 확진자는 현재 815명(사망자 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서유럽뿐만 아니라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683명으로 늘어난 스웨덴은 11일 첫 사망자가 나왔고, 노르웨이는 736명, 덴마크는 674명으로 확진자가 증가했다.

유럽에서는 지금까지 스웨덴 외에도 아일랜드와 벨기에, 불가리아, 알바니아, 그리스 등에서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왔다.

유럽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까지 코로나19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영국 총리실은 다음 주 예정된 EU와 영국 간 미래 관계 2차 협상의 연기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보건부 12일 오전 9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59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대비 134명 증가한 것이다. 사망자는 10명이다.

한편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은 12일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 내 30개 주 이상의 코로나19 환자들이 유럽 환자들과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당장 지금 일반적으로 진정한 위험은 전 세계의 70% 이상의 신규 (코로나19) 환자가 유럽과 연결돼 있다”며 “유럽이 새로운 중국이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지난 11일 선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