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bai Report

두바이 지고 사우디 뜬다
막대한 오일머니 업고 중동 부동산 새 중심 부상

밝은 경제성장 전망, 지속적인 부동산 수요 증가세 덕에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 부동산시장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동안 국제 투자자들의 발길이 잦았던 두바이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사우디가 두바이 대신 중동의 부동산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막대한 석유 수입, 넘치는 실수요
영국 켄모어 프로퍼티스 그룹의 중동 담당자 앤드루 와이트는 “조만간 두바이에서 사우디로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며 “사우디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지난 수년 동안 중동의 부동산 붐을 이끈 두바이 경제는 금융·관광 같은 서비스 산업 성장과 외국인 유입에 의존해 왔다. 한편 사우디는 세계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어도 막대한 오일 수입으로 충분한 안전판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실 사우디의 부동산 가격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르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중개업체 존스 랭 라살에 따르면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 2003~2007년 연평균 16% 상승했다. 그러나 ㎡당 아파트 가격은 954달러로 두바이의 20%, 아부다비의 17% 수준이다.
사우디의 부동산시장을 이끄는 동력도 두바이와 다르다. 사우디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두바이와 달리 투기적 수요가 아니라 엄청난 실수요 때문이다. 하지만 그 동안 외국인에 대한 투자 규제로 공급은 턱없이 부족했다.
존스 랭 라살의 사우디 담당자 존 해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나라가 인구 2500만명 이상을 거느린 사우디”라며 “더욱이 사우디 인구의 50% 이상이 20세 이하인 데다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위주의 투기적 수요가 넘치던 두바이와 달리 사우디에는 주택·상가·사무실을 필요로 하는 엄청난 젊은 인구의 실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두바이의 외국계 부동산업체들은 두바이 부동산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자 지역 본부만 두바이에 남겨둔 채 사우디 등 다른 걸프국가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스 랭 라살도 지난달 리야드와 ‘사우디의 경제 수도’ 제다에 지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 전망
사우디의 부동산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여전히 닫혀있는 편이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가 심각한 주택 부족 현상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사우디 금융 당국은 인가받은 중개기관의 스와프거래만 이용한다면 외국인에게도 상장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HSBC의 사우디 현지법인인 SABB 뱅크는 “이제 런던·파리·뉴욕의 투자자도 인가받은 중개기관을 통해 사우디 증시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부동산 붐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부터 발 빠른 외국계 투자자들은 사우디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느라 여념이 없다. 일부 투자자는 사우디의 핵심 기업들 주식을 사모으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사우디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다르 알 아르칸의 벤노이트 벨러로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스와프 시스템 도입을 두고 “매우 잘한 일”이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사우디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진출하고 싶어할 시장”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김병철 두바이 특파원
(bckim@asiae.co.kr)

사진설명-사우디 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랜드마크인 Kingdom Tower 야경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