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지난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증시 뿐만 아니라, 금값이나 원유, 부동산 시장까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와 같이, 전문가들은 '집값 하방 압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한 한국은행은 임시금융통화위원회 개최 필요성에 대해 논의 중이라 밝힌 터라, 기준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서울 강남 아파트 '조정장' 


지난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 시장 타격은 강남 아파트 실거래가에 즉각 반영됐다. 한국감정원 지역별 아파트 매매변동률을 보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매매가 변동률은 지난 2008년 9월부터 하락에 접어 들었다. 9월 –1.02%를 기록하고, 10월 –4.28%, 11월 –6.14%, 12월 –6.34%로 점점 하락폭이 커졌다. 

2008년 2월15일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3㎡은 12억4500만원(10층)에 거래됐다. 이어 9월16일 10억6500만원, 11월18일 9억원, 12월18일 8억6000만원까지 실거래가를 갈아치웠다. 조정장에 접어든 것이다.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2016년 1월까지 최고 12억원 선으로 실거래가가 맞춰졌다. 2017년이 되고 은마아파트는 눈에 띈 상승장을 탔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5㎡은 2008년 7월부터 9월 사이 10억원 내외에 실거래 됐다. 9월20일 10억5000만원(6층)에 거래되고 10월21일 8억6000만원(10층)에 거래됐다. 한 달 만에 2억원이 떨어졌다. 이후 12월까지 실거래가는 10억원을 넘지 않았다.

이듬해 전용 76.5㎡는 1월3일 9억1000만원(6층)에 거래됐다. 12월29일 12억원(15층)으로 실거래됐다. 그러다 2016년부터 본격적이 상승장을 타더니 2017년 12월28일 17억1000만원에 거래 된다. 지난 2019년 12·16대책 전까지 해당 면적은 21억원 선에 거래됐다. 

▲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집값 하방 압력은 피할 수 없을 것" 


코로나19가 초래한 경제 위기에 부동산 시장 타격도 예견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제 전반적으로 안 좋아지면 부동산 시장이 독단적으로 좋아질 수는 없다"며 "모든 자산시장이 동조화(同調化)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안명숙 우리은행WM자문센터 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이 "시장이 꺾이는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안 부장은 "저금리, 유동성으로 수요자들의 '오를 것 같다'는 심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고 전체 경제 상황에 심각한 위기가 왔다는 신호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도 "(팬데믹 선언이) 집값 하락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 심리에 부정적인 면이 있다"고 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하방 압력이 커지겠지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더 크다"며 "상대적으로 부동산 시장 안전자산 심리는 살아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서울 내 투자자산이 유용되는 신축 중소형 아파트는 가격이 쉽게 빠질 것 같진 않다"면서 "강남은 '갭메우기'형 상승이 좀 더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 이유로 "대출 가능한 가격 대의 신축 아파트는 여전히 유효한 (시장) 상승 변수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거품(Bubble)'이라는 말도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팬데믹 선언이 '방아쇠'가 됐다"고 했다. 그는 "한국 집값은 오를 만큼 올랐다"며 버블경제 당시 일본과 비교했다. "일본은 1985년부터 1990년까지 5년 동안 3배가 올랐고 집값이 80%가 빠졌다"며 팬데믹 선언이 한국도 거품이 터질 가능성을 촉발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대출 규제로 연착륙을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정부는 (부동산) 거품이 터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9억원과 15억원의 고가주택 기준을 더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하거나 양적 완화를 단행하면 부동산으로 자금이 더 쏠릴 것"이라며 "거품이 빠른 시일 내에 터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