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선언·트럼프 대국민연설·ECB 금리동결 후폭풍

미국 10%대 유럽 12%대...WTI 4.5% 폭락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지난밤 미국과 유럽 증시는 충격의 ‘검은 목요일(Black thursday)’을 맞았다.

전날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에 이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발 입국금지 조치에 여파로 충격적 폭락세를 기록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52.6포인트(9.99%) 떨어진 2만1200.62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일에 이어 또다시 2000포인트대 대폭락장을 재현한 것이다. 지난 1987년 22.6%의 대폭락을 연출한 이른바 ‘검은 월요일’ 이후 최대 낙폭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260.74포인트(9.51%)와 750.25포인트(9.43%) 곤두박질친 2480.64와 7201.80에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전날(11일) 다우에 이어 S&P 500.나스닥 등 3대 주요 지수는 모두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약세장으로 돌아섰다.

시장은 문을 열자마자 충격에 휩싸였다. 개장 5분 만에 S&P 500지수가 7%대의 폭락세를 보이면서 지난 9일에 이어 주식거래가 15분간 중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재차 발동된 것이다.

전날(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뒤늦게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으로 선언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영국을 제외한 유럽 전역을 입국금지 대상으로 정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연설에서 유럽 국가의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영국·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 유럽 국가에 머문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30일간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40% 폭락한 2545.23에 거래를 마친 배경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넘어선 역사상 최대 낙폭으로, 이 지수가 두자릿수 하락폭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유럽발 입국금지 조치뿐 아니라 ECB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기준금리를 0%로 동결한 것도 증시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런던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87% 급락한 5237.48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87년 주가 대폭락 이후 기록된 최대 하락폭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도 12.24% 내린 9161.13로,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 또한 12.28% 떨어진 4044.26으로 마감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FTSE MIB 지수는 16.92% 급락한 1만4894.44로 거래를 마쳤다.

운송·여행·항공업 등을 중심으로 원유 수요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 탓에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5%(1.48달러) 미끄러진 31.5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30.02달러까지 밀리면서 30달러 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배럴당 7.2%(2.57달러) 급락한 33.22달러를 기록했다.

안전자산인 국제 금값도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3.2%(52달러) 내린 1,590.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CNN방송 등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연설이 코로나19 사태로 취약해진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하루 만에 확진자가 321명 증가하면서 수도 워싱턴과 24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아침 공화당 의원들과 컨퍼런스콜을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12일(현지시간) 오후 전국적 비상사태 선포에 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저널은 아울러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방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전일 지시한 납세 기한 연기와 중소기업청의 긴급 대출 확대 등의 방침도 더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백악관은 해당 내용에 대해 언급을 내놓지 않았으며, 커들로 위원장도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