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두산중공업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세계 발전 시장 침체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은 두산중공업이 일부 사업 부문의 휴업을 검토하면서, 두산그룹으로 여파가 번질지 우려된다. 

두산중공업, 일부 휴업 검토… 발전 경기 침체·탈원전 정책 직격타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두산중공업은 일부 휴업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공시를 통해 두산중공업은 “회사는 지난 달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방안으로 명예퇴직 실시를 시행한 바 있으며, 이와 별개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 노력으로 일부 휴업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창원공장 전체 또는 부문의 조업중단은 없다”며 “일부 휴업은 특정한 사업 부문에 대해 실시하는 것이 아니며, 모든 조업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제한된 유휴인력에 대해서만 시행하는 것이다. 즉, ‘일부 직원 대상 휴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는 고정비 절감을 위한 추가 방안의 조치로 대상자들을 선별해 평균임금 70%를 지급하며 일정기간 쉬게 하는 방침이다. 

두산중공업이 5년만에 명예퇴직 카드를 꺼낸데 이어 일부 휴업까지 제안하면서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의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정영인 두산중공업 사장도 전날 노동조합에 보낸 경영상 휴업을 위한 노사 협의 요청서에 “원자력과 석탄 화력 프로젝트 취소 등으로 인한 수주 감소로 약 10조원 가량이 날아가 경영위기가 현실화됐다”며 “설상가상으로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돼 부채 상환 압박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두산중공업은 세계 발전 경기 침체와 탈원전 정책으로 6년째 당기순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 자회사의 실적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개별기준 영업익은 2016년 2834억원에서 2017년 2263억원으로 20.1% 줄었고, 지난해에는 1846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18.4%가 또 줄었다. 

매출 또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2016년 4조7053억원이었던 매출은 2017년 4조3367억원으로 7.8% 줄었고, 2018년에는 4조1017억원으로 전년 대비 5.4% 줄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상장폐지에 이어 명예퇴직 추진, 루마니아의 두산IMGB 사업장을 정리하기로 하는 등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신용등급은 되려 ‘BBB+/하향검토’에서 ‘BBB/부정적’으로 떨어지기까지 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회사의 정상 가동이 어려워 질 경우 차입금 상환 문제로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 2018년 두산그룹 포트폴리오. 출처=한국신용평가

누적된 재무부담에 사업 부진… 그룹사 영향 받나?

상황이 이쯤 되면서 두산그룹의 핵심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지속될 경우 두산그룹으로까지 그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두산중공업의 발빠른 해명에도 불구하고 두산그룹과 계열사 전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우려에 가깝다. 

11일 두산중공업 주가(종가기준)는 3590원으로 전일대비 21.44% 하락해 코스피 주가하락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어 12일 종가도 3275원으로 전일대비 8.77%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 결과 지주회사 두산의 주가도 11일과 12일 각각 16.79%, 9.28%씩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두산인프라코어(4.38%·7.4%)와 두산밥캣(5.59%·4.14%)도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간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두산밥캣 등의 재무 부담이 커질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해 그룹사 차원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왔다. 일례로 2013년 이후 유상증자와 현물출자, 상환전환우선주(RCPS) 정산을 통해 두산건설에 지원한 금액만 1조70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재무 부담이 지속돼 온데다가 수주 부진이 겹치면서 그룹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신용평가도 “그룹 수익구조를 지지해 온 두산중공업은 2017년 이후 외형 감소 및 수익성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부의 에너지정책 변경에 따른 부정적 사업환경으로 인해 향후에도 두산중공업의 수익구조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확실한 영업환경, 과다한 금융비용 및 운전자금부담, 단기화된 차입구조 등 감안시 두산중공업의 실적추이와 유동성 대응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원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의 이익이 두산중공업에 귀속되지만 두산중공업 자체의 재무 부담 때문에 자금이 두산으로 흘러가지 못한다는 점이 두산 지배구조의 약점”이라며 “그룹의 허리역할을 해야하는 두산중공업의 경영 부진은 그룹 전체의 원활한 자원배분에 큰 제약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