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지난 1월 14일 신년 기자간담회 현장에 전시한 연구개발용 차량 ESF. 사진= 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율주행차 사업의 초점을 승용차 대신 트럭 같은 상용차에 맞춘다. 수익을 더 빨리 창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 AG 및 메르세데스-벤츠 AG 이사회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언론에 “다임러·벤츠 AG는 자율주행차 사업의 우선순위를 승용차(car) 대신 트럭에 둔다”며 “그것이 더욱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벤츠는 상용차 산업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것으로 판단해 이번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상용차는 주로 상품 운반 용도로 고속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비교적 복잡한 도심을 달리는 승용차보다 단순한 운행 기술을 필요로 한다.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차 시장에서 더욱 활발하게 쓰일 공산이 있는 셈이다.

벤츠는 향후 차선 자동변경 보조 등 반(半)자율주행 기술도 트럭에 최적화한 형태로 개발해나갈 방침이다. 사실상 승용차에 적용할 자율주행 기술을 현 수준보다 더욱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거둔 셈이다. 글로벌 유수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을 제품 차별화 요소로 보고 적극 개발하는 등 경쟁하는 시장 흐름에서 한 발 물러났다.

칼레니우스 의장은 “벤츠는 (미래에) 승용차를 위한 자율주행 기술에도 투자할 예정”이라며 “다만 (지금으로선) 우리는 매출을 가능한 가장 빨리 낼 수 있는 쪽(상용차)으로 역량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벤츠의 이번 전략 수정안을 두고,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업계에 방증한 사례로 보는 시선도 있다.

미국 소재 자동차 전문매체 테슬라라티(TESLARATI)는 “자율주행 연구 조직인 구글 웨이모도 수년을 매달렸지만 아직 고객을 위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내놓지 못했다”며 “벤츠가 (자율주행 사업에) 백기를 든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벤츠가 자율주행 사업 전략을 수정한 배경에 담긴 경영 철학은 지난 1월 한국에서 열린 벤츠 코리아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은 당시 현장에서 “(자동차 산업에)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분야를 둘러싼 변화가 더욱 큰 규모로 나타나고 있다”며 “기술에 대한 강력한 투자와 함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