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항공기 운항 중단’라는 문자를 사전 예고 없이, 그것도 타국에서 받은 출장자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쟁터에 온 것도 아닌데 출장 중에 항공편이 공지문자 하나로 사라져 버리고 후속 조치는 일언반구 언급조차 없는 상황에 모두가 망연자실이다. 3월 초 각국으로 나간 출장자들에게 벌어진 실화이자 필자의 경험이다. 소동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7일 한국으로 ‘쫓겨나듯’ 돌아왔다.

필자는 지난 2월 27일 에어인디아를 타고 인도 출장길에 나섰다. 한 종교집단으로 인하여 매일 수 백 명씩 확진자가 늘어나는 위험지경에 처하면서 한국인 혹은 한국출발 입국자에 대한 제한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2월 중순부터 있었다. 이에 3월 예정이었던 출장을 앞당겨 인도로 떠났다. 한국인 출장자 2명이 인도 뉴델리 공항에서 높은 체온으로 측정되어 14일간 격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떠나는 것이어서 29년 반복한 인도출장 중 가장 긴장되는 출발이었다.

무사히 인도에 입국했지만 한국 내 상황이 악화되면서 인도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새 한국이 오염원인양 기피대상이 된 것이다. 인도기업으로부터만 위험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현지진출 한국기업들도 출장자 출입금지를 내걸었고 심지어 식당 등 서비스 업체조차 한국에서 온 이들을 기피하는 분위기였다. 십수 년 이상을 인도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까지도 어느 날 인도 이웃으로부터 눈총과 심지어 차별을 받는 일이 발생하였다. ‘코리아 베리 굿’을 외치던 인도에서 ‘혐(嫌)한국’ ‘반(反)한국’ 분위기가 순식간에 퍼졌다. 그 심각성은 한국인에 대한 차별에 있다.

한국, 일본, 이탈리아, 이란 그리고 발원지 중국을 상대로 입국제한 내지는 금지조치가 인도로부터 가해졌는데 국가별 차이가 뚜렷했다. 일본인에 대비하여 인도에서의 한국인 대우는 국가위상까지도 생각하게 하는 차별수준이다.

일본인 비자제한 조치에 대해 경제 파장을 감안하여 재고해야 한다는 인도 언론들도 있었다. 반면 한국은 비자제한 뿐 아니라 건강진단증명서 첨부 등 비인격적 조치까지 연장되었다. 그런데도 한국 입장에서 보도하는 인도 언론은 보이지 않는다. 주요 투자국가이면서 20여 년간 자동차·전자산업 등 인도의 제조업 기반 구축에 기여한 한국인데 말이다. 이른바 팽(烹)인가?

▲ 인천발 인도행 에어인디아에 탑승한 한 인도인이 코로나 19 감염을 우려하여 마스크에 장갑까지 낀 채 힌두경전을 읽고 있다. 출처=김응기

신속하게 광범위로 진단하고 탁월한 치료로 세계 방역전문가로부터 높게 평가받는 한국이 투명한 현황발표로 인해 오히려 외국으로부터 오염국가로 치부되어 왕따를 당하고 있다. 미흡한 진단능력과 행정부족이란 일본의 무능과 비교한다면 한국을 대하는 이러한 반응은 분통터질 일이지만 현실은 인과응보이다. 외교부 장관의 전화항의로 해결될 일이 아니고 평소 소통의 부재를 반성할 일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종식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때문에 얼마나 체계적 진단하고 치료하며 확산을 차단하는 국가 행정과 사회 자율능력에 따라 국가에 대한 평가가 세워질 것이고 이러한 개별국가 방역체제가 국가 신인도 평가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를 근거로 외교 경제통상이 재편성될 수도 있다. 따라서 대외경제 측면에서 인도 등 주요 국가와는 선제적으로 한국의 시스템을 납득시켜 비상 상황에서 우리에게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양국 경제에 피해가 가해지지 않게 할 공동노력을 꾀하여야 한다.

다분히 정치적인 일본의 한국인 입국금지는 별개로 두고라도 베트남과 인도 등지에서 받는 비우호적 대우는 한국이 상시 소통을 게을리 한 증거이다. 상호관계증진은 일시적 소비성 행사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상호소통에 의한 이해증진이 지속되었어야 위기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소통능력 없는 일방적 구호는 사상누각으로 위기엔 무용지물이라 것을 깨닫게 하는 코로나19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