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11일(현지시간) 큰 낙폭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의 실망감에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 선언까지 이어지며 시장이 요동쳤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64.94포인트(5.85%) 급락한 2만3553.2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도 140.84포인트(4.89%) 밀린 2741.38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392.20포인트(4.70%) 하락한 7952.05에 마감했다.

이에 따라 다우지수는 지난달 기록한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공식적으로 약세장에 들어섰다. 역사상 가장 긴 11년간 이어온 강세장은 이것으로 마무리됐다. S&P 500 지수와 나스닥도 종가 기준 약세장 진입이 코앞이라고 외신이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12월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의 발병이 처음 보고된 지 71일만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코로나19의 놀라운 수준의 확산과 심각성, 그리고 무대응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특징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WHO의 팬데믹 선언은 2009년 1만4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H1N1)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코로나19는 전 세계 110여 개국에서 12만명 이상의 감염자와 43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았다.

WHO는 코로나19가 통제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당분간 감염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충격에 맞서 부양책을 내놓는 중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날 기준 금리를 50베이시스포인트(bp) 긴급 인하하고 중소기업 등을 위한 대출 지원 제도도 도입했다.

영국 정부도 300억 파운드 규모의 재정 부양책을 발표했다. 다음날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도 부양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미국의 재정 부양책이 아직 구체화하지 못한 점이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달리 미국 정부는 전일 부양책 패키지를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남은 기간 급여세를 완전히 면제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 도입을 주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의회 동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언제 어느 규모로 부양책이 도입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불안한 흐름이 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골드만 삭스는 코로나19 충격으로 S&P 500 지수가 전일 종가에서 15% 더 추락할 것이란 경고를 내놨다.

이날 CNBC에 따르면 골드만의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기록적인 금리 하락에도 2분기와 3분기 기업 실적 붕괴를 방지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11년간 연평균 11%의 순익 증가와 연평균 16% 상승 이후 S&P500 지수의 강세장은 곧 종료될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은 최근 몇 주간 주식 비중을 줄였지만, 아직 조정의 끝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중반 S&P500 지수가 2,450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전일 종가에서 15% 더 하락한 수준이다.

이미 S&P 500 지수가 14%가량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총 30% 내외의 폭락을 예상하는 셈이다.

국제유가는 급반등 하루 만에 다시 떨어졌다. UAE(아랍에미리트연합)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에 가담한 가운데 사우디가 국영석유업체 아람코에 원유 추가 증산을 위한 생산능력 확대까지 지시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38달러(4.0%) 떨어진 배럴당 32.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5월물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이날 밤 8시32분 1.32달러(3.6%) 내린 35.90달러에 거래됐다.

금 가격은 내림세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금은 전장보다 23.10달러(1.39%) 하락한 1637.20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