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가 1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에 권고문을 송부하고 30일 이내 회신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간 삼성그룹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대체로 승계와 관련있다고 판단한 가운데 준법위가 이재용 부회장이 반성과 사과, 향후 경영권 행사 및 승계에 관련해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들에게 공표해 줄 것을 요구한 점이 눈길을 끈다. 나아가 삼성그룹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을 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삼성이 준법위의 권고를 "충실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재계에서는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는 준법위의 행보에 다소 놀라는 눈치다.

일반적으로 국내 대기업은 제왕적 시스템에 특화되어 있으며, 이와 관련해 논란이 터질 경우 '제왕'들은 고개를 한 번 숙이는 선에서 모든 논란을 종식시키려 노력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 준법위의 행보는 결 자체가 다르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하라는 권고를 함과 동시에 노조 설립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를 삼성이 충실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대목도 지금까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이 지난달 28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과거 미래전략실이 임직원들의 시민단체 기부금 후원내역을 무단으로 열람한 것과 관련해 임직원들과 해당 시민단체, 그리고 관계자들에게 사과한 것도 준법위의 권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러가지 차원에서 삼성이 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삼성 준법위의 거침없는 권고와, 이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삼성의 행보가 이어지자 지금까지 준법위 발족을 두고 '재판을 앞 둔 이 부회장이 법적 책임을 덜기 위한 꼼수'라 비판하던 이들은 머쓱하게 됐다. 다만 아직 준법위 행보가 초창기인데다 삼성이 추가적인 준법위의 행보에 마냥 동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나오기 때문에,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