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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여담] 아직도, 그녀들은 약하다세계 여성의 날, 콜센터, 그리고 코로나19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세계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날이며,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조건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1908년 3월 8일을 기리기 위해 UN이 1977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그 자체로 상당히 의미있는 날이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미묘한 찝찝함이 남습니다. 왜 '세계 남성의 날'은 없고 '세계 여성의 날'만 있는 것일까요? 물론 아류격인 '국제 남성의 날'은 존재하지만 UN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과 비교하면 그 권위나 의미에 있어 한참 모자랍니다. 왜 세계 남성의 날은 없는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거론되겠지만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이 섬뜩하게 고개를 내밉니다. 맞습니다. 아직도 여성의 인권은 남성과 평등하지 못하고, 세상은 여전히 여성을 약자로 강제해 방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특히 저소득층 여성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 중 하나이자 가장 약한 연결고리 중 하나입니다.

대구 한마음 아파트, 구로 콜센터
코로나19 사태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대구의 한마음 아파트가 전국에서 최초로 코호트 격리됐습니다. 224명의 입주자 중 코로나19 감염사태의 원흉으로 지탄받는 신천지 신도가 204명 나왔고 확진자만 46명이 쏟아졌습니다. 사람들은 한마음 아파트라는 특정 단지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신천지 신도가 집단으로 거주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한마음 아파트 논란은 약간 다른 측면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한마음 아파트의 거주 조건입니다.

한마음 아파트는 대구시에 거주하는 35세 이하 여성 근로자만 입주할 수 있는 임대 아파트입니다. 일정정도 재산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 아닌,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미혼여성의 자립을 돕기위해 조성된 공공임대주택입니다. 즉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질병발생에 있어 가장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저임금 여성 노동자'라는 키워드입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대구 한마음 아파트의 신천지 신도 비율에만 매몰되어 그들을 은연중에 비판하고 바이러스 숙주로만 취급할 것이 아니라, 저임금 여성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감염증상을 보인 것을 두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남성보다 체력이 약한 여성들이, 특히 저임금 여성 노동자들이 왜 한꺼번에 감염됐는가. 막을 수는 없었는가. 이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합니다. 단순히 31번 확진자와 한마음 아파트의 저임금 여성 노동자들이 접촉해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다는 경마식 문제제기가 아니라, 그들이 왜 낡은 공공임대주택에서 집단으로 감염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는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그들이 신천지여서? 조심성이 없어서? 아닙니다. 그들은 신천지의 거점 중 하나인 대구에 거주하며 신앙생활을 했고, 저임금 여성 노동자이면서 집단으로 낡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취약했던 겁니다. 이는 방역활동을 대놓고 방해하는 신천지에 대한 단죄와는 별도로 논의되어야 합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불필요한 혐오와 불신은 거두고 더 발전적인 논의를 해야 합니다.

11일 기준 100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나온 구로 콜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 중 누가 신천지이고, 누가 바이러스인지 따져묻는 것은 현 상황에서 대중의 몫이 아닙니다. 방역당국의 몫입니다. 대신 시민들은 이 지점에서 콜센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저임금 여성 노동자의 근무조건은 어떠했는지, 또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었는지 물어야 합니다.

그들을 혐오하고 바이러스의 숙주로 비판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를 어떻게 튼튼하게 보완할 것일지 토론해야 합니다. 특히 전염병의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곳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취약계층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스스로거나, 혹은 이웃일 수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는 것도 필요합니다.

▲ 출처=뉴시스

SKT, 참 예쁘다
우리경제의 튼튼한 일꾼과 오만한 재벌의 사이에서, 국내 대기업에 대한 감정은 다소 복잡합니다. 다만 SK텔레콤이 11일 발표한 정책은 그 자체로 의미있고 시사할 점이 많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콜센터 구성원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및 지역사회 안전을 위해 업계 최초로 콜센터 구성원 대상 재택근무를 12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SK텔레콤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전체 SK텔레콤 콜센터 구성원 6000명 중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비중은 약 25%라고 합니다. SK텔레콤은 이들 전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단행하고 업무 공백이 없도록 사무실과 같은 수준의 근무 환경 구축 등 업무 시스템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불가피하게 출근하는 구성원 대상으로는 ▲마스크 등 방역물품 상시 제공 ▲위생물품 구매 지원 ▲사무실 내 근무 이격 거리 보장 등 감염 예방 지원도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굳이 최태원 회장이 말하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까지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또 SK그룹 차원에서 그들이 항상 옳은 길만 걸었다고 단정하지도 않겠습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최소한 우리 사회의 가장 연약한 연결고리를 외면하지 않았고, 또 선제적으로 나서 의미있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여성은 우리가 보살피고 우대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자 평등한 객체이며 함께 고민하고 시대를 발전시킬 책임있는 구성원입니다. 그러나 저임금 여성 노동자와 관련해 우리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고 모든 것이 미흡합니다. 아무쪼록 작금의 이 현실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발전적인 토론의 장으로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IT여담은 취재 도중 알게되는 소소한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장의 기사성보다 주변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점에서 독자와 함께 고민합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20.03.11  20: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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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최진홍, #미국, #KT, #SK텔레콤, #대구, #감정, #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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