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WHO(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대유행)을 공식 선언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척이 예상보다 더 악화되고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일상생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 공포 때문에 집 밖 나가기가 꺼려지면서 외출과 만남을 자제하는 이른바 ‘집콕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집콕주(stay at home stocks)'가 코로나19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증시에서도 관련 종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해외투자 직구 족들의 관심이 쏠린다.

◆영화관 대신 OTT, 게임은 모바일로, 인터넷이면 집콕 준비 끝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게임 산업은 비교적 코로나19로 인한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으로 꼽힌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유튜브·SNS 등 12개 채널을 대상으로 2월19일부터 3월9일까지 넷플릭스·왓챠플레이·티빙·웨이브 등 4개 OTT의 정보량을 분석한 결과를 밝혔다.

이에 따르면 넷플릭스 관련 키워드는 3984건에서 8027건으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왓챠플레이는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1월 넷째 주 총 시청 시간을 100으로 잡았을 때, 2월 첫째 주부터 매주 108.57, 109.85, 114.17, 136.87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웨이브의 경우 2월 마지막 주 영화구매 건수가 5만5000여 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1월20일~3월1일 시청량이 직전 한 달에 비해 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TV 평균 시청률이 높아진 걸 알 수 있다"며 "OTT이용량이 늘면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한 구매율이 낮았던 중장년층도 해당 서비스의 편리함에 대한 경험으로 추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의 소비행태 변화에 속도를 더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의 글로벌 게임·앱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2월에 발생한 전 세계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수는 40억 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29억건 대비 39% 급증한 수치다.

국내도 마찬가지로 지난달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수는 5500만건으로 같은 기준 10.9% 증가하며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국내외에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많은 기업이 실적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게임 산업은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게임 업종은 우한 코로나로 얼어붙은 중국 경제와 연관성이 비교적 낮은 산업이기 때문에 피해가 적다는 설명이다. 안 연구원은 “기업에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중국산 부품의 공급차질이 생기거나, 중국 내수 위축이 매출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면서 “게임 산업은 이러한 영향에서 자유로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집 안에 머무는 것을 선호함에 따라 실내에서 즐기는 게임, 미디어 같은 콘텐츠 소비가 늘게 돼 매출에 오히려 긍정적”이라면서 “당분간은 불확실성이 높아진 증시에서 게임주가 경기 방어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국내 매출 1위인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의 매출 증가를 점치고 있다. 증권가는 당초 1분기 '리니지2M'의 하루 평균 매출액을 30억원 안팎으로 예상했다.

▲ 출처=NH투자증권

안 연구원은 “작년 말 출시한 신작 게임 ‘리니지2M’의 성과가 양호하고, 하반기 중 대만·일본 등 해외로도 진출할 것으로 전망돼 올해 큰 폭의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증권업계는 인터넷 업종도 게임 업종과 비슷한 이유로 전망이 양호할 것으로 봤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도 지난주 증시 폭락 국면에서 소폭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 4% 상승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주가도 올해 나스닥이 2% 이상 하락하는 동안 상승세를 보였다.

◆스마트러닝·원격근무 서비스로, 학교도 회사도 집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연일 증가하자 교육부에서는 유·초·중·고등 휴교를 연장했다. 이에 스마트러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주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초등생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러닝 서비스 기업 아이스크림에듀는 코로나19사태가 불거진 1월21일부터 전날까지 주가가 43.03% 급등했다. 교육 전문 기업 메가스터디의 온라인교육 정보 제공업, 학원사업을 영위하는 메가엠디 역시 이 기간 주가가 26.53% 오르며 약진했다. 멀티캠퍼스도 같은 기간 주가가 7.74% 상승했다.

온라인 교육 관련주는 교육부가 개학을 이달 23일까지 연장함에 따라 한동안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택근무 활성화로 재택 원격근무 서비스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재택근무를 위해 필요한 보안 솔루션이나 원격근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원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서포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날까지 종가 기준 주가가 11.38% 상승했다. 비대면 업무 강화로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더존비즈온의 주가도 강세했다. 더존비즈온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52주 신고가(2/18)를 갈아치웠다. 더존비즈온은 올해 MCSI에 편입될 거란 소문이 퍼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얻고 있다.

▲ 출처=SK증권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익숙하지 않았던 원격의료·재택근무·온라인교육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경험(UX)을 통한 마케팅 효과가 기대된다"며 "온라인 플랫폼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경험함으로써 신규 고객 중 일부는 이번 사태 이후에도 서비스를 사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월가의 '방콕 인덱스'를 아시나요

월가의 일부 투자기관들은 조정장 속에서도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는 코로나19 수혜주만 따로 모은 '자가격리 인덱스(Stay at Home Index)’, 이른바 ‘방콕 인덱스’를 구성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지난 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투자회사 MKM파트너스가 만든 방콕 인덱스에는 아마존, 넷플릭스 외에도 페이스북, 게임개발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 운동기구 제조사 펠로턴, 음식배달 서비스 기업 그랩허브 등 33개 종목이 포함됐다.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줌도 인덱스에 포함됐다. 줌 주가 역시 이날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폭락장 속에서도 5% 넘게 상승했다.

JC 오하라 MKM파트너스 수석 시장 스트래티지스트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갇혀 있게 됐을 때 과연 무슨 일을 할 것인가”라면서 “외부와 격리됐을 때 잠재적 수혜가 기대되는 생산과 서비스, 기업들로 인덱스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버, 보잉 등 여행과 관련된 기업이나 애플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악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시장에서는 코로나19가 유발한 대학살 속에서도 명백히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했을 때 주가가 얼마나 더 낮아질 것인지 예측하기보다는 어떤 종목들이 잘 견뎌낼 것인지를 찾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