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뼘 시루직수 정수기. 사진=코웨이

[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중 정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기존 정수기 렌털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정수기 판매를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면 공식 대리점 판매망과 탄탄한 AS조직력을 기반으로 성장하면서 렌털 시장에 판도가 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1일 렌털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수기 렌털 시장은 기존 사업자인 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LG전자 등 후발 기업이 보급형 제품으로 시판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정수기 렌털 시장은 제품 차별화를 비롯해 품질 경쟁이 높은 산업이지만 필터교환 등 유지관리서비스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정수기 렌털 시장에 뛰어들면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AS 네트워크에 렌털 산업을 대입할 경우 파급력이 기존 상위 중견기업들을 위협할 수준으로 떠오른다. 특히 중견기업들의 점유율이 낮아지고 대기업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간 주도권 경쟁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정수기 렌털 시장에서 중견기업은 제품 판매 비중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점유율이 하락하면 매출에도 자연스레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말 정수기 렌털 계정수는 코웨이가 업계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LG전자, SK매직, 쿠쿠홈시스, 청호나이스 순으로 이어가며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코웨이는 지난해 해외 거래처 다변화와 신제품 출시 효과로 렌털 판매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웨이의 렌털판매 계정수는 총 779만대로 800만 계정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회사는 한뼘 시스루직수 정수기, 벽걸이 겸용 공기청정기, 사계절 의류청정기 더블케어 상품이 고객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지난해 매출액이 3조189억원으로, 전년(2018년) 2조2243억원 대비 11.5% 증가했다.

코웨이는 지난 2006년 말레이시아 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인도네이사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판매망을 확장하면서 매출을 늘리고 있다. 점유율 1위를 지키기 위해 사업망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LG전자와 SK매직 등 경쟁기업이 편의성을 강화한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면서 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 LG전자, 퓨리케어 상하좌우 정수기. 사진=LG전자

LG전자는 지난해 9월  ‘LG퓨리케어 상하좌우 정수기’를 출시해 최대 6개월간 렌털 무료혜택을 진행 중이다. 또 SK매직은 2015년 직수 정수기를 최초 출시한 이후 프리스텐딩 직수, 올인원 직수 얼음 정수기 등 제품을 확장하고 있다. 정수기 렌털 업계 1, 2, 3위 간 시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시장에 진입할 경우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 2009년 국내 정수기 렌털 시장에 첫 진입한 LG전자가 2011년부터 자체 정수기 생산을 시작하고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점유율을 확장해가면서 시장의 판도를 변경한 바 있다. 또한 LG전자는 정수기 렌털을 비롯해 공기청정기, 안마의자, 스타일러 등 7가지 생활가전을 렌털 제품으로 제공해 렌털 사업 매출 자체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미 B2B(법인간거래) 시장에서 간접적으로 정수기 렌털 시장에 경험을 쌓은 만큼, 연구개발을 통해 차별화 제품을 선보이면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전국에 산재한 삼성전자서비스 AS 네트워크를 통해 유지보수와 관련한 추가적인 시너지도 바라볼 수 있다.

KT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렌털 업계 시장 규모는 10조7000억원으로 2016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구독경제로 소비자 패턴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수기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기존 정수기 렌털 업체의 최대 변수는 삼성전자의 시장진입”이라며 “모든 경영진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