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완성차 업체가 앞서 관련 규제에 등 떠밀려 전개해왔던 친환경차 전략은, 기존 자동차 사업의 성장성이 잠식되고 있는 현재 미래 먹거리로 재조명되고 있다.

전력으로만 움직이는 전기차는 화석 연료를 쓰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배기가스를 덜 배출함에 따라 친환경차로 분류된다. 내연기관이 장착됐지만 전기모터로부터 동력을 동시에 얻음으로써 연료 효율을 높이는 하이브리드 차도 저공해차에 속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친환경차 개발 추세를 심화시킨 계기는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체결된 협정인 파리 기후변화 협약이다. 각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도록 약속한 것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골자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1대 당 1㎞ 주행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사업 진출국마다 상이한 기준에 맞춰 준수하고 있다. 배출가스 규제 기준은 환경오염 문제가 갈수록 악화함에 따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다만 완성차 업체는 현재 전기 배터리의 높은 단가 때문에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향상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아직까진 전기차 사업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 맥킨지앤컴퍼니가 작년 소형(small)·중형(mid-size) 차급을 기준으로, 순수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각각의 생산비용을 분석한 결과 1만2000달러(약 1440만원)의 격차가 나타났다.

맥캔지앤컴퍼니는 보고서를 통해 “완성차업체들은 높은 생산단가를 주로 소비자 가격으로만 메꾸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들은 일부 프리미엄 모델을 제외하면 전기차를 판매할수록 손실을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사업의 ‘고위험 저수익’ 특성을 방증하는 사례로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의 전기차 사업 철수 건을 들 수 있다. 다이슨은 지난 2016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어 20억파운드(약 3조원)나 투자했지만 결국 3년 만인 지난해 포기했다.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 매체 BBC는 다이슨의 전기차 사업 철수를 두고 “다이슨은 유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전개하고 있는 규모의 경제 전략에 어깨를 맞댈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와 맥킨지앤컴퍼니에 따르면 올해 가솔린, 디젤 등 내연 엔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절반(1㎞ 당 70g) 수준으로 낮출 때 엔진 1대당 평균 제조 비용은 2000유로(약 274만원)를 훌쩍 넘어선다. 완성차 업체들은 일단 가격을 낮출 기술력을 확보하기 전까지 당분간은 손실을 감수해가며 규제를 충족해야 하는 처지다.

맥킨지앤컴퍼니는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탄소 배출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전동화에 더욱 나서야 한다”며 “이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등 전동형 차량 분야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환경차, 고객경험 차별화·플랫폼 사업화 등 이점 갖춰

완성차 업체는 수익성 낮은 친환경차 사업을 전면 타율적으로 전개하는 것처럼 비치지만 내부적인 추동 요인도 존재한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 글로벌 경기가 침체됨에 따라 완성차를 소유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업황에 처한 완성차 업체에게 친환경차는 차별적인 고객경험을 앞세워 자동차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품으로 꼽힌다.

완성차 업체들은 소비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을 갖춘 친환경차를 생산하기 위해 비용 절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비용을 낮추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전기차 전용 단일 차체(플랫폼)를 개발해 여러 신차에 공유하고 있다. 차마다 다르게 생긴 차체를 찍어내는 동안 발생하는 공정 비효율성을 제거함으로써 완성차의 소비자가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발생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해 내년부터 신차에 적용하고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이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을 양산차에 활용하고 있는 점이 주요 사례다. 아우디·폭스바겐은 한편 MEB 플랫폼을 타사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친환경차 사업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한 셈이다.

일부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가격의 대부분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비교적 저렴하게 양산하기 위해 자본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직접 구현하고 나서기도 했다. 한국지엠의 모기업 제너럴 모터스(지엠)가 LG화학과 함께 23억달러(약 2조7485억원)를 들여 미국 오하이오주(洲)에 배터리 셀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한 점이 대표 사례다.

다만 장기간 전통적인 내연기관차로 사업 외연을 확장해온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 요구에 맞춰 친환경차 생산 체제를 급격히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차를 육성하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는 전기차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친환경 규제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각 업체가 기존 생산 기반의 일부를 들어내야 하는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하이브리드 차는 내연 엔진, 변속기 등 기존 내연기관의 파워트레인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는 동시에 전기모터가 추가 장착되기 때문이다. 친환경성을 지닌 동시에 가격이 순수전기차에 비해 저렴한 점도 제품의 사업성을 높이는 요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Markets and Markets)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등을 포함한 하이브리드차 시장 규모가 2017년 368만7000대에서 오는 2025년 759만3000대로 2배 넘게 확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켓츠앤마켓츠는 높은 연비와 최대주행거리 연장, 배기가스 저감 등 이점을 비롯해 국가별 하이브리드차 관련 지원책에 힘입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친환경차 사업, 내연기관차 산업엔 충격

다만 전 세계 각국에서 친환경차 정책의 일환으로 내연기관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는 움직임은 기존 생산직 일자리를 위협하는 요소다. 내연기관차가 통상 2만~3만 개 정도의 부품으로 구성된 반면 전기차는 7000개 정도의 부품으로 제작할 수 있다. 내연기관차 생산 라인 만큼의 인력이 필요 없는 데다 단순해진 생산공정을 자동화하기도 쉽다. 전기차가 더 많이 생산될수록 유휴 인력도 늘어날 공산이 커지는 셈이다.

지난 1월 13일(현지시간) 독일 정부가 설립한 자문기구 ‘국가미래 모빌리티 플랫폼(NPM)’은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사업의 보편화로 오는 2030년까지 40만 명 넘는 현지 자동차 업계 종사자들이 실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친환경차 사업을 급속도로 전개하는 과정에서 해외 사업장과 협력하고 있는 점도 일자리를 없애는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각국에선 짧게는 올해부터 10년 이후 자동차의 내연기관 동력원을 더 이상 현지에서 생산하지 않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으로 친환경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온 영국과 유럽연합(EU)을 들 수 있다.

폭스바겐, 상하이자동차, 볼보 등 글로벌 유수 완성차 업체들도 2020년대 이후 내연기관 개발을 중단하기로 전격 선언했다. 해당 업체들의 행보는 본격적인 친환경차 사업의 초기 조치일 뿐 아니라,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성장 가능성을 어필하려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9월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40년 이후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전명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국산차 5사를 회원사로 둔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반발하며 대응책을 내부 논의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업체가 친환경차 사업을 전개할수록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반면 전통 산업과 대치되는 부분에선 역기능을 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한다. 정책이나 제도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보조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로선, 친환경차 사업에 따른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게 최선이라는 관측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친환경차 산업이 성장할수록 전통 자동차 산업 일부분에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들은 지금과 같이 해외에서 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생산 인프라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등 연착륙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