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작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창궐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이하 코로나19)는 3월 현재까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에 앞서 미·중 무역갈등 같은 거시적 요소가 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끼치던 중에 덮친 꼴이다. 이 같은 요소들은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불확실성을 더욱 악화하고 있고, 완성차 업체들은 전통적인 사업 기반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내 생산 차질 규모가 지난 2월 한 달 간 8만 대에 달한다고 이달 초 공시했다. 기아자동차도 같은 기간 생산에 차질을 빚은 차량 대수가 4만 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차 뿐 아니라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코로나19 사태로 현지로부터 부품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경영난을 겪고 있다. 닛산은 중국 우한 소재 공장의 가동을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4일 간 멈췄다.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 모터스(지엠)는 중국에서의 생산차질로 미국 미시간주·텍사스주 등에 위치한 생산시설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재규어랜드로버, 피아트·크라이슬러 오토모빌(FCA) 등 완성차 업체들도 영국 등 유럽에 위치한 생산 거점을 운영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의 완성차 업계는 코로나19 사태의 악영향을 온 몸으로 버텨내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완성차 및 부품 기업을 대상으로 전염병 영향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 300여곳의 응답을 종합한 결과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창궐한 2003년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평가했다.

협회는 “전염병 상황이 매우 심각한 후베이성은 연간 전국 자동차 생산량의 8~9%를 차지하고 있다”며 “후베이성과 광둥성, 저장성 등 중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공업성(省) 세 곳이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완성차 생산 속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갈등 같은 거시적 이슈 엎친데 코로나19 덮쳐

코로나19 사태 같이 급부상한 이슈가 아니어도 이미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엔 경제적 불확실성이 심화함에 따라 제조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주요 거시적 요인으로 미·중 무역 갈등이 꼽힌다.

미국과 중국은 국력과 시장 규모에 걸맞게 자동차 산업의 연구개발(R&D), 생산 등 기능이 밀집돼 있다. 거대한 규모의 공급·수요량을 매년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 간 관세 경쟁이 불붙기라도 하면 현지에 각각 거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업체 모두가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관영 매체 CGTN이 미국 고용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10월 미국 내 완성차·부품 제조업의 종사자가 전월 대비 4만1600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기간 미시간주(洲) 디트로이트에서는 중국 수출량이 2년 전인 2017년 10월 대비 3분의 1이나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액수로는 120만달러(약 14억2980만원)에 달하는 손실 규모다.

CGTN은 “미국은 2017년 기준 자동차 부품 수입량의 12%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왔다. 이는 적지 않은 비중”이라며 “미중 무역갈등의 여파로 중국 부품에 대한 관세를 부담하기 시작한 미국에선 차량 1대당 생산 단가가 평균 190달러씩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지난 2018년 각국에서 서로 수입하는 자동차 등 물품에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양국이 오랜 기간 산업별 경쟁 구도를 이어온 상황에서 견제책의 일환으로 무역전쟁이 발발했다. 독일 뒤스부르크-에센(Duisburg-Essen) 대학 산하 자동차리서치센터(CAR)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함에 따라 2018~2024년 6년간 줄어들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금액 가치가 7700억달러(약 92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의 베른하르트 마테스(Bernhard Mattes) 전 회장은 작년 12월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차 업체의 경우 생산 거점의 규모가 축소될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비정규직 직원들의 고용 계약은 경신되지 않고 단기 근로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글로벌 완성차 시장을 전반적으로 침체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9030만대) 대비 2.5% 감소한 8800만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내놓았던 감소폭 전망치였던 0.9% 보다 더 악화한 수준이다. 무디스는 작년 초 제시했던 ‘2020년 판매량 0.8% 증가’ 전망을 철회했다. 무디스는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한 동시에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지정학적 위험 요소들이 시장에 끼칠 악영향을 고려해 이번 판단을 내렸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수시로 작용하는 급성·만성적 변수들은 완성차 업체들의 경영 체질 개선을 부추기고 있다. 단기적으론 전통적인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공장을 닫고 인력을 줄이고 있다. 더 나아가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의 제조 기반을 구축하고 인재를 양성·영입하는데 박차를 가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석자료 ‘자동차산업의 지속가능 성장기반 강화를 위한 제언’을 통해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은 산업구조 개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적구조 조정을 단행하고 있다”며 “최근 자동차산업에서의 감원은 경영성과 부진에 대비한 선제 대응 측면과 미래차로의 원활한 구조 개편을 위한 인력조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