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2월 임시국회 정국에서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시선은 온통 박홍근 의원실이 발의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본회의 통과 여부에 집중된 바 있다. 플랫폼 택시 로드맵 법제화와 타다 서비스의 금지를 담고있는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해당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타다는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모빌리티 업계에서 2월 임시국회 정국을 맞아 박홍근 의원실 개정안 통과 여부만 지켜본 것이 아니다. 또 하나의 개정안 통과 여부에도 집중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바로 윤재옥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 출처=갈무리

사면초가 퍼스널 모빌리티
현재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매스아시아(고고씽), 다트쉐어링(다트), 디어코퍼레이션(디어), 더스윙(스윙), 피유엠피(씽씽), 윈드모빌리티코리아(윈드), 나인트원(일레클), 지바이크(지빌리티), 올룰로(킥고잉), 플라잉(플라워로드)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기구인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 협의회(Shared Personal Mobility Alliance)를 조성해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들 퍼스널 모빌리티 기업들의 '성장판'이 막혀있는 대목이다. 특히 법적인 리스크가 크다.

▲ 킥고잉. 출처=갈무리

현행법으로 퍼스널 모빌리티 기업들이 활용하는 킥보드, 즉 전동 킥보드는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를 주행해야 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킥보드는 원동기장치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킥보드를 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 사이로 킥보드가 다니면 사고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킥보드 이용자들은 주로 불법을 감수하고 인도에서 주행을 많이한다.

그런 이유로 퍼스널 모빌리티 기업들은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을 합법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일부 규제 샌드박스의 틀 안에서 자전거 도로 주행이 허락되기는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일시적인 허용'일 뿐이다. 퍼스널 모빌리티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법적인 리스크가 해소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행스럽게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지자체 등 정부 부처와 관련 전문가,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퍼스널 모빌리티 활성화를 위해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 등을 포함한 아웃라인을 만들었고 윤재옥 의원은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힘을 실었다.

그러나 윤 의원실의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논란이다. 타다 이슈와 얽힌 박홍근 의원실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마이크로 모빌리티 생태계 활성화를 담은 윤 의원실의 개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하다.

당장 2월 임시국회 통과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이코노믹리뷰>와의 대화에서 "개정안 통과를 당연히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서도 "다만 상황이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낙담하는 분위기다. 퍼스널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통과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한다"면서 "이후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코스포 차원에서 금주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4.15 총선을 앞둔 특수한 상황속에서 국회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타다 이슈에는 전사적으로 뛰어들었으나, 상대적으로 여론의 집중도가 낮은 퍼스널 모빌리티 업계에는 관심을 덜 기울이는 분위기다. 그저 개정안을 발의한 윤재옥 의원실만 고군분투하는 것으로 보인다.

▲ 사진=최진홍 기자

"어떻게 될까"
업계 전반 및 국회 등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퍼스널 모빌리티 업계의 염원인 윤재옥 의원실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이유로 플랜B 가능성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월 17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의회가 주최하는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 미디어데이가 열린 가운데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국내외 모두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제도 및 전반적인 상황은 좋은 상황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2월 임시국회서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정미나 코스포 팀장도 당시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상황이 심각해진다”면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체감의 문제가 다른 것 같다. 무엇보다 주무부처의 조율이 되지 않았다. 전담 부처가 아직 정해지지 않으며 많은 부분이 미정이라 법제화 속도가 더딘 것 같다”고 말했다. 나아가 “최악의 경우 비슷한 법안의 재발의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퍼스널 모빌리티 기업들의 논의가 예정된 만큼 이 자리에서 다양한 플랜B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2월 임시국회가 퍼스널 모빌리티의 앞 날을 열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일단은 장기적 관점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 출처=갈무리

퍼스널 모빌리티, 가능성 있다
사실 윤 의원실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퍼스널 모빌리티 업계의 모든 문제가 단박에 풀리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자전거 도로에서 킥보드 주행이 가능해져도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달린다.

현행 자전거 도로 규정을 보면 크게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도로, 자전거 전용차로, 자전거 우선도로 등 4가지 유형이 있다. 여기서 서울시 자전거 도로 현황 기준으로 보면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도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업계의 바램대로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운행이 허용되면 킥보드를 타는 사람은 대부분 자전거와 보행자가 동시에 다니는 길을 합법적인 방식으로 주로 주행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사고의 숫자가 극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이 킥보드 이용자와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한층 더 보장할 것이라는 대의명분이 설득력을 잃는 순간이다.

자전거 도로가 레저용, 즉 서울을 기준으로 볼 때 한강을 기준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퍼스널 모빌리티 법제화로 자전거 도로의 킥보드 주행이 가능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국내 도로 시스템은 당초 자동차와 보행자를 중심으로 설계됐으며, 자전거 도로가 깔리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정안이 통과되어도 실효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에서는 일단 의식하지 않고 있으나 킥보드의 최고시속이 25Km 이하인 점도 뇌관이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킥보드의 최고시속을 제한한 것을 두고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상태에서, 이는 장기적으로 킥보드 대중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퍼스널 모빌리티 기업들은 개정안의 약점도 뚜렷하지만, 일단 최소한의 법제화는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미디어 데이에서 씽씽을 운영하는 PUMP의 하성민 이사는 “최소한의 입법을 통해 이 문제라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의 비전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 중심의 퍼스널 모빌리티는 전체 모빌리티 시장에서 아직은 미약한 비중이다. 이는 각 업체들이 하나의 킥보드를 구입해 가동할 경우 어느정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현재에 안주하려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평가다. 대중교통의 우버 트랜짓과 하늘의 우버에어 등 우버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퍼스널 모빌리티는 전체 모빌리티에 있어 라스트 마일 경험 고도화 및 이동의 모든 것을 마무리하는 결정적인 플랫폼이다. 추후 스마트시티의 비전과 맞물리며 세밀한 마이크로 플랫폼으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나아가 단독 모빌리티 플랫폼으로도 승부를 걸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중단거리 복잡한 경로의 이동을 책임지는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의 등장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전략이 가동되려면 일종의 옥석 가리기가 벌어져, 다수의 스타트업이 탈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타다의 금지로 국내에서는 택시와 협력하는 차량 중심 모빌리티만 출격하는 기형적인 모델이 고착화된 가운데, 최소한 퍼스널 모빌리티라도 그 취지에 맞게 큰 그림을 그리며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2월 임시국회와, 그 이후를 조심스럽게 대비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