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며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다행히 정부가 마스크 5부제를 단행하는 한편 11일부터 우체국도 공적 마스크 판매에 들어가며 숨통은 트이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마스크 대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실제 마스크를 구입해봤다.

마스크를 위한 여정을 떠나기 전, 먼저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날짜를 따져봐야 한다. 마스크 5부제가 시작되며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날짜가 다르기 때문이다. 구매할 때 신분증은 필수로 지참해야 하며 약국과 우체국의 중복 구입은 불가능하다.

마스크를 해당 요일에 구매하지 못하면 토요일과 일요일에 구매할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양은 2장이며 일주일 기준으로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했다고 다음주에 4장을 구매할 수 없으니 역시 참고해야 한다.

만 10세 이하 및 80세 이상을 비롯해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장애인은 대리구매도 가능하다. 다만 이럴 때 본인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본인과 대리 구매 대상자가 함께 나온 것)을 제시해야 한다. 꼭 기억하자.

▲ 사진=박재성 기자

기자의 경우 네가족 전부 출생연도가 다르고, 심지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날짜도 모두 다르다. 1980년(금요일), 1982년(화요일), 2013년(수요일), 2016년(월요일)생이기 때문이다. 모든 출생연도 끝자리가 다른 것을 떠나 공교롭게도 구매할 수 있는 날짜도 모두 다르다. 다행히 아이들 마스크는 대리구매가 허용되기 때문에 그나마 번거러움을 줄이게 됐다.

여기까지 숙지가 끝났으면 이제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한 여정을 떠날 차례다. 기자는 해당 요일에 맞춰 오전 일찍 서울 화곡역 일대 약국을 방문했다. 화곡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병원들이 밀집해있는 곳을 훑으며 약국을 확인하니, 대부분 공적 마스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종이가 붙어 있다.

다만 몇몇 약국의 경우 소형 마스크는 구비되어 있다는 종이가 붙어있다. 기자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지만 그래도 한 번 들어가 문의를 했다. 약사는 "공적 마스크 입고시간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소형 마스크는 마스크 5부제에 맞춰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곡역 일대에서 이런 대답을 하는 약국은 기자가 확인한 것만 총 3곳이다. 성인용 마스크와 비교해 소형 마스크는 상대적으로 물량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약사와 대화를 마친 후 큰 길로 나와 다른 약국을 살펴보니, 오전에는 역시 성인용 마스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화곡역 사거리로 이동하며 한 약국에 들르니 연세가 있는 분들 몇몇이 투덜거리는 것이 보인다. 뭔가 심각하게 화난 표정이라 선뜻 말을 붙이기는 어려웠으나 "마스크 사려고 돌아다니다 코로나 걸리겠네"라는 투덜거림은 확실히 들었다.

이어 '마스크 없음'을 붙여놓은 다른 약국에 들어가 문의를 했는데 몇몇 약사와 직원은 익숙한 목소리로 "없어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약국 앞에 마스크 없다고 붙여놨는데 굳이 들어와 문의하니 다소 짜증을 부리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그 만큼 마스크 수급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 보인다.

그렇게 오전에 성인용 마스크를 구하려던 여정은 실패했다. 대신 몇몇 약국에서 '오후에는 물량이 풀린다'고 했으니, 오후를 노려보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가 든든히 식사를 한 후 다시 밖으로 나왔는데 아뿔싸. 마스크를 깜빡 잊고 착용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마스크를 착용한 행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느끼며 부리나케 집으로 가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약국으로 향했다. 확실히 분위기가 변했다.

오후가 되었지만 약국에는 여전히 '마스크 없음' 문구가 뚜렷하다. 그런데 화곡역에서 까치산역 방향의 약국이 눈에 확 들어온다. '마스크 있습니다' 빛의 속도로 들어가니 한 직원이 커다란 박스에서 뭔가를 꺼내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기자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박스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마스크를 초조한 눈으로 훔쳐봤다.

이윽고 차례가 되자 직원이 신분증을 요구한다. 기자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신분증을 제시했고, 직원은 중복구매방지 시스템에 기자의 인적사항을 기록했다. 3000원. 기자는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며 '혹시 현금으로 내야하는 건가' 싶었지만 직원은 익숙하고 밝은 얼굴로 신용카드를 받는다. 그렇게 마스크를 구입했고, 3000원을 결제했다. 모든 과정은 30초 내외에 끝났다. 약국을 나와 마스크를 소중하게 주머니에 넣었고 하늘을 보니, 어느새 봄이 와 있었다.

▲ 아름답다. 사진=최진홍 기자

기자가 직접 공적 마스크를 구매한 결과, 우려됐던 심각한 수준의 품귀는 없어보였다. 물론 지역적 특성이 다르겠지만 마스크 5부제가 단행되기 전 온종일 약국을 헤매던 상황보다 많이 나아진 것이 사실이다. 시간만 잘 맞추면 마스크 구매가 더 쉬워진 것도 사실이고 구매 과정도 간단하고 빠르다. 일부 맘카페에 도배되던 수상한 글처럼, 대란 수준은 잦아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은 이와 관련해 불평의 목소리도 나오기 때문에 상황은 더 지켜볼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