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대구3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경북 문경 서울대병원인재원의 1인실 모습. 입소자에게 제공하는 물과 간식 등이 마련돼 있다. 식사는 도시락으로 별도 제공된다. 제공=서울대병원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증 환자 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지난 1일 대구 중앙교육연수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3여 곳의 생활치료센터가 코로나19 경증 환자 치료에 들어갔다.

생활치료센터는 확진자 중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증' 환자를 격리시켜 생활 및 의료지원을 하는 시설이다. 환자 수 대비 부족한 병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가시설 또는 숙박시설을 활용한 곳으로 실질적인 병원은 아니지만 급증하는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하는 첨병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생활치료센터 13개소 운영 중


▲ 전국 생활치료센터 현황. 그래픽=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생활치료센터'는 지난 1일부터 보건 당국이 코로나19 대응 치료체계를 재구축하면서 시행됐다.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상은 코로나19 확진자 중 보건소나 시‧도 보건 당국에서 병원 입원이 필요치 않다고 판단한 환자로, 치사율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고 무증상 또는 경증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입소 환자들은 생활치료센터에 머무르면서 매일 2회 체온과 호흡기 증상 등을 자가 모니터링 하고, 상주하는 의료진으로부터 의료 서비스와 자문을 받는다. 만약 건강 상태에 변화가 생기면 의료진의 확인 및 진단을 거쳐 병원으로 이송된다. 또 이틀에 한 번 꼴로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한다. 경증 환자 경우 코로나19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해도 흉부 X선 검사에서는 폐렴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입소자에게는 체온계·필수의약품 등이 포함된 개인위생 키트와 속옷·세면도구·마스크 등 생활 물품이 지급되고, 식사와 간식도 매일 무료로 제공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센터는 경증 환자 입소 전·후로 소독을 실시하고, 복도와 승강기 등 사람들의 접촉이 잦은 시설 경우 매일 소독하고 있다. 또 입소자들의 생활로 발생한 폐기물은 의료폐기물로 처리해 안전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생활치료센터 13개소에 입소해 있는 코로나19 경증 환자는 모두 2071명으로, 전체 정원 2699명의 76.7% 수준이다. 각 센터별 입소자 현황은 △대구1센터 129명 △대구2센터 368명 △경북대구1센터 210명 △경북대구2센터 217명 △경북대구3센터 97명 △경북대구4센터 68명 △경북대구5센터 45명 △경북대구7센터 308명 △경북1센터 56명 △충남대구1센터 308명 △충북대구1센터 110명 △충북대구2센터 155명 등이다.

입소자 수는 자택 격리 중이었던 경증 환자들이 새로 들어오면서 전날 대비 423명이 늘었다. 고혈압을 기저질환으로 앓던 입소자 포함 4명은 센터에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북대구2 센터에서 10명이 완치 판정을 받아 격리에서 해제되면서 퇴소자는 총 46명이 됐다.

이날 오후 추가 개소한 생활치료센터를 제외한 12개소에 파견된 의료인력은 의사 67명, 간호사 106명, 간호조무사 77명 등 모두 282명이다. 경북대병원·삼성의료원·고려대의료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순천향대병원·인천한림병원·일산병원·강원대병원 등의 의료기관이 참여했다.

같은 날 중대본은 "지난 9일 오후 7시 기준 1900여명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 약 1400명이 자가격리 하며 대기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생활치료센터는 빠르게 확충되면서 자택에서 대기 중인 확진자가 사흘째 줄어들고 있다"며, 생활치료센터의 효과를 강조했다.


 재계도 지원 사격 나서


방역 당국의 생활치료센터 지정에 삼성·LG·한화·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도 통 크게 동참했다. 이들이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 시설 규모는 1430실에 달한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처음으로 생활치료센터 장소를 제공했다. 경북 영덕에 있는 삼성인력개발원을 활용해 지난 3일 개소한 '경북·대구1 생활치료센터'는 전국에서는 두 번째지만 경북 지역에서는 최초의 생활치료센터다.

이어 삼성은 의료 지원에도 나서 삼성서울병원·강북삼성병원·삼성창원병원 등 삼성의료원 소속 병원 3곳의 의사와 간호사들을 해당 센터로 파견했다.

LG그룹은 경북 구미에 있는 LG디스플레이 기숙사와 울진 소재 LG생활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내놓았다. 총 550실 규모로, 먼저 383개의 숙박시설을 갖춘 LG디스플레이 기숙사가 지난 9일 '경북·대구7 생활치료센터'로 개소했다. 해당 센터에는 강원대병원 의료진이 배치됐다.

추가적으로 LG그룹은 계열사들을 통해 현장 의료진에게 보호장구와 생필품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LG상사·LG전자·LG디스플레이 등이 방호복 1만벌, 방호용 고글 2천개, 의료용 마스크 10만개를 제공하고, LG생활건강은 3월 한 달 동안 생수와 휴대용 세면도구, 소독제품 등을 공급한다. LG전자는 잦은 세탁이 필요한 의료진의 가운과 수술복을 고려해 건조기와 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을 지원한다.

삼성과 LG에 이은 세 번째 타자는 한화그룹으로,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소재한 한화생명 라이프파크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다. 대구·경북 외 지역에서 지원되는 민간 연수시설로는 처음이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위한 시설의 수요가 있으리란 판단에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해당 건물은 객실 200개를 보유한 숙소동 2곳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울과 수원의 대형병원들과도 가깝다.

현대자동차그룹도 경북 경주에 소재한 신축 연수 시설을 '경북·대구8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다. 2000억원을 들여 지은 해당 시설은 인재개발연수원과 글로벌상생협력센터로 구성돼 있고, 총 380개의 객실을 갖췄다. 오는 5월 정식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임직원들이 써보기 전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먼저 활용하게 됐다. 대구시의 요청에 따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등 경영진의 결정 하에 마무리 공사가 신속히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구8 센터는 가장 최근인 10일 오후 개소했고, 280명의 입소자를 수용할 예정이다. 현대그룹을 모기업으로 하는 서울아산병원이 전담 병원으로 참여한다. 해당 센터까지 합쳐 전체 생활치료센터는 약 3000명 정원을 갖추게 됐다.

기업과 단체들이 보유 시설을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잇따라 밝히면서, 정부는 센터 운영 효율성 등을 고려해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생활치료센터 60%가 경북에


국내 첫 생활치료센터는 코로나19 확진자의 누적 수 및 일일 신규 발생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인 대구에서 문을 열었다. '대구1 생활치료센터'는 약 일주일 전인 이달 2일 대구시 중앙교육연수원에 개소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의하면 대구1 센터는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국방부·대구광역시 등 관련 기관들이 정부합동지원단을 구성해 운영한다.

국가가 지정한 생활치료센터에는 전담 협력병원이 배정된다. 대구1 센터는 경북대병원 의료진을 주축으로, 여기에 자원봉사자와 군의관 등이 추가 인력으로 투입돼 코로나19 경증 환자들을 살피고 있다.

생활치료센터는 코로나19로 인한 인명 피해가 극심한 대구와 경북 지역 중심으로 설치됐는데, 10일 오전 기준 운영 중인 센터 12곳 중 7곳이 경북에 소재하고 있다. 경북·대구1, 2, 3, 4, 5, 7 및 경북1 센터가 이에 해당한다. 이날 오후 경주 현대자동차연수원에서 추가 개소하는 경북·대구8 센터까지 따지면 경북 지역 생활치료센터만 8곳이다.

'경북·대구2 생활치료센터'는 경북·대구1 센터와 같은 날인 3일 경주에서 개소했다. 정부와 대구시는 경주시와 농협의 협조를 얻어 경주 보문단지에 있는 농협경주교육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소속 의료진이 파견돼 해당 센터 입소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북·대구3 생활치료센터'는 서울대병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지난 5일부터 경북 문경에 있는 서울대병원인재원을 활용하고 있으며, 역시 해당 병원의 전문의 등이 배치돼 입소 환자들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 5일과 6일 경북 칠곡에서 연달아 개소한 '경북·대구4 생활치료센터'와 '경북·대구5 생활치료센터'는 각각 한티 대구대교구 피정의 집과 대구은행연수원을 건물로 사용하고 있으며, 두 곳 모두 서울성모병원이 전담하고 있다.

지난 5일부터 가동된 '경북1 생활치료센터' 경우, 국가 지정이 선행된 게 아니라 시·도에서 자체적으로 먼저 운영을 시작했다. 경산시가 추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해당 센터도 6일 국가 지정 생활치료센터로 추가됐다.

따라서 경북1 센터를 전담하는 병원도 따로 없다. 해당 센터는 의사 4명과 간호사 8명 등 당초 경산시에서 마련한 의료인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부족하면 정부가 충당해주는 식이다. 경북1 센터는 경북 경산에 소재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구경북연수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9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철우 경북지사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직접 생활치료센터 운영 및 추진 상황을 챙기고, "경북 생활치료센터들이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성공적 모델이 되도록 철저히 준비하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