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사우디와 러시아간 ‘유가 전쟁’으로 미국 셰일기업이 생산량 감축에 돌입한 가운데 이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셰일원유 산업은 파산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4월부터 원유 공급량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려 시장의 패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협상이 불발된 이후 두 나라 모두 생산량이 얼마나 많은지 대립하면서 공급과잉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유가 전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주요 셰일 업체들은 줄줄이 생산량 감축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11일 국제유가가 반등했지만 급락한 시점인 9일 대비 크게 오르지 못했다. 11일(현지시각)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38.60달러로 전일 대비 3.7% 증가했고,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격은 전일 대비 8% 오른 배럴당 35.33달러를 기록했다.

라쿠텐증권(Rakuten Securities)의 상품분석가 요시다 사토루는 “미국 셰일원유 기업들이 생산량을 감축한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전일 대비 유가가 소폭 상승했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와 주식시장은 9일 이후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사우디와 러시아간 시장 점유율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미국 에너지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 러시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로 감산을 해봤자 미국 셰일원유 기업만 성장할 것으로 바라봤다.

미국 셰일 원유기업은 국제유가가 크게 낮아지면서 당장 위기 상황에 직면했지만 그동안 산유국을 견제할 정도로 크게 성장해왔다. 특히 미국이 수년간 셰일가스 증산을 지속하면서 셰일가스 기반의 LPG생산이 늘어나 원유 가격 변동성이 커지게 됐다. 여기에 최근 사우디와 러시아의 생산량 증대 계획에 따라 ‘역 오일쇼크(逆 oil shock)’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 2014년과 2016년에도 경기부진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했는데, 셰일가스 등 석유 대체재 증산 이슈로 역 오일쇼크 현상이 발생했다.

미국 셰일원유 기업들은 2014~2016년 유가 하락기와 달리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계속 감소하면서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관광업 및 항공사, 크루즈 라인, 영화관, 게임회사, 호텔체인 등 서비스 부문들이 유동성 확보 움직임을 보이면서 원유 수요에 더 큰 영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미국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엑손모빌(Exxon Mobil)에 이어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Royal Caribbean Cruises)등 서비스 업체까지 유가급락에 따른 주가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기업들은 시장 혼란으로 더 많은 자금을 빌리는 등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로열 캐리비안 크루즈 회장이자 최고경영자인 리처드 파인(Richard Fain)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단계는 특별한 시기”라면서 “보수적으로 회사를 관리하기 위해 신용한도를 늘렸다”고 말했다.

사우디와 러시아 간 증산 계획으로 미국의 에너지 자급능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셰일기업 절반이상은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미국 에너지부는 10일 저녁 성명서를 통해 앞으로도 미국이 석유·천연가스 최대 생산국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기관은 유가 급락사태로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 관계자는 “미국 서비스 부문중 부채가 많은 기업이 유동성에 취약하다”면서 “유가 급락으로 시장에서 본 것은 오늘날의 안정이 내일의 안정성을 가져오지 않는 다는 것”이라고 말했다.